전체뉴스

안익수 축구의 진화 흔적 "빼앗기면 다시 뺏으면 된다, 새로운 트렌드를 쫓아야 한다"[인터뷰]

윤진만 기자

입력 2021-12-21 14:47

수정 2021-12-22 06:10

more
안익수 축구의 진화 흔적 "빼앗기면 다시 뺏으면 된다, 새로운 트렌드를 …
구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구리=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FC서울 안익수 감독(56)의 축구는 '질식수비'로 대표된다. 2011시즌 부산 아이파크에서 상대팀 선수까지 나서서 비판할 정도로 수비일변도 축구를 펼쳤다.



10년이 지난 지금, 안 감독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바뀌지 않은 듯하지만, 그의 축구가 확실히 탈바꿈했다. 지난 9월 박진섭 감독 후임으로 서울 지휘봉을 잡은 안 감독은 최종수비 라인을 하프라인 근처까지 끌어올리고, 양 풀백에게 중앙과 측면을 오가게 하는 다이내믹한 전술로 시즌 막바지 K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선수들이 하기에 좋은 축구, 팬들이 보기에 좋은 축구, 흔히 말하는 '익수볼'로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11경기에서 6승4무1패, 최하위였던 서울은 '하스왕'(하위스플릿 1위)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수비전술로 비판을 받았던 감독이 전술로 호평을 받다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21일 구리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안 감독은 "나는 환경에 맞게 그 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부산은 예산이 상당히 부족했다. 그 안에서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선 질식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축구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질식축구'란 단어를 꺼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어 "여자대표팀(2007~2009년)에선 아름다운 축구를 지향했다. 성남(2013년)에선 지원을 받으면서 공격적으로 운영했다. 청소년대표팀(2015~2016년)에선 세계 축구의 열강들과 맞붙으면서 수비가 좋아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문대(2018~2021년) 시절은 진정한 안식년이었다. 그동안의 지도자 생활을 재조명했고, 실행력을 가져가기 위해 현대축구의 트렌드를 공부했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도전했다. 그렇게 2년이 흘러 3년차가 되면서 3개의 타이틀을 따냈다. 그 축구가 지금 서울에 이식한 바로 그 축구"라고 말했다. 서울의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서울이 강등되면 어쩌지'가 아닌 '지금 서울 선수들로 내가 지향하는 전술을 실행할 수 있을까'를 더 고민했다.

안 감독은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의 트렌드를 철두철미하게 분석했다. 이를테면, 리버풀의 '게겐프레싱'(전방압박), 맨시티의 공격 전술, 바르셀로나의 밸런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 전술을 공부했다. 안 감독은 사실 부산 시절에도 바르셀로나와 아스널의 패스축구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팀 사정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펼치지 못한 것 뿐인지, 마음속에는 늘 공격적인 축구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렸다. 연령별 대표팀, 여자 대표팀, 대학축구, 프로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등을 거치며 얻은 다양한 경험이 더해져 '익수볼'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안 감독은 "(서울에서 우승한 뒤)11년 동안 다른 환경, 다른 문화에서 많은 걸 배웠다. 실행하고, 리뷰하고, 실행하고, 리뷰하고, 그런 시간들의 연속이었다"며 "선문대를 맡으면서 나도 많이 변했다. 예전엔 패스미스를 하는 걸 용납을 못 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볼을 잃어? 그럼 다시 빼앗으면 되지'. 선수들한테 처음 이야기한 것도 공을 빼앗기는 두려움이 있으면 축구에 혁신이 없고 스토리를 못 만든다는 것이었다. 다시 뺏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빌드업을 하라고 주문했다. 우리가 11경기에서 빌드업 과정에서 공 소유권을 잃어 실점한 케이스는 한 번도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 감독은 인터뷰 내내 '혁신'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동계훈련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동계훈련을 1년을 준비하는 여정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한 시즌 동안 쌓인 스트레스, 근육의 피로를 리커버리하는 타이밍이라고 여긴다. 리프레시하게 동계훈련 끝내고 새로운 기대감으로 새 시즌을 맞이하는 동계훈련을 원한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사람도 변한다. 3초면 저의 소식이 영국에 전달된다. 생각의 속도가 빠르게 변해야 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쫓아가야 한다. 그게 지도자의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석달간의 행보로 서울의 2022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찌른다. 시즌 이후에도 본시즌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안 감독은 "팀은 지난 4년간 인고의 세월을 겪었다. 올해 남은 열흘을 통해 바뀔 수 있다면 더 노력해야 한다. 내 좌우명은 '준비에 실패하는 건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내년 목표가 정해질 거라고 본다.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서울은 천만시민이 지켜보는 팀이라는 것이고, 한국축구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큰 책임감을 갖고 새 시즌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