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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처리 담당은 옛말, 수비수가 대접받는 시대가 왔다

윤진만 기자

입력 2021-12-16 15:45

수정 2021-12-17 09:15

뒷처리 담당은 옛말, 수비수가 대접받는 시대가 왔다
K리그1 2021 대상 시상식이 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MVP에 선정된 전북 홍정호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홍은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2.07/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북 현대 주장 홍정호(32)의 '하나원큐 K리그 2021' 최우수선수상(MVP) 수상이 더 조명받은 이유는 그의 포지션이 수비수라는 데 있다.



홍정호는 무려 24년만에 탄생한 '수비수 MVP'다. K리그 출범 이후 MVP를 수상한 수비수는 박성화(1983년) 한문배(1985년) 정용환(1991년) 홍명보(1992년) 김주성(1997년) 홍정호까지 6명 뿐이다. 21세기에 들어선 홍정호가 최초일 정도로 오랜 기간 수비수가 시상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상을 받지 못했다. 홍정호 본인도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수비수라 받을 수 있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수비수는 기본적으로 '뒷문을 지키고, 궂은 일을 도맡는' 포지션이란 인식이 강하다. 골을 넣어 팬들을 열광시키는 공격수,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는 미드필더에 비해 주목받기 힘든 자리인 건 분명하다. '공격수는 9번 놓치고 1번 득점하면 박수 받지만, 수비수는 9번 잘 막고 1번 실수하면 욕을 먹는다'는 말은 수비수들 입에서 자주 나오는 고정 멘트다.

이러한 수비수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유럽의 빅클럽들은 수비수 영입에 1000억원을 호가하는 이적료를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상급 수비수의 몸값은 스타 공격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제 수비수도 대접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리버풀 수비수 반 다이크(네덜란드 A대표)는 2019년 정상급 공격수들을 따돌리고 수비수 최초로 UE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PFA 올해의 선수상, 발롱도르 2위를 차지하는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만큼 수비진에서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는 건데, 홍정호도 올해 인터셉트 부문 2위(50개), 볼 획득 부문 4위(186개), 클리어링 부문 9위(85개) 등 수비수 주요 지표에서 상위권에 랭크했다. 단순히 MVP 선정 이유를 '우승팀 프리미엄'에서만 찾을 수 없는 이유다. K리그1 감독 6명과 주장 6명이 홍정호에게 투표했다. 상대팀 감독과 선수가 실력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다음 시즌 K리그에서도 수비수가 K리그 메인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 김영권이 울산 현대 공식 입단을 앞두고 있다. 전북 홍정호와 울산 김영권이 펼치는 '절친 더비'는 새로운 볼거리다. 울산은 최근 3시즌 동안 전북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시즌도 있었지만, 더 적은 실점을 한 적이 없었다. 결국 이러한 차이가 두 팀의 우승 희비를 갈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권의 가세가 울산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가 관심이다.

이적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울산뿐 아니라 다른 팀들도 '쓸만한 수비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수비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인 팀이 상당하다. 선수는 제한적이고 수요는 많다 보니, 팀들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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