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는 무려 24년만에 탄생한 '수비수 MVP'다. K리그 출범 이후 MVP를 수상한 수비수는 박성화(1983년) 한문배(1985년) 정용환(1991년) 홍명보(1992년) 김주성(1997년) 홍정호까지 6명 뿐이다. 21세기에 들어선 홍정호가 최초일 정도로 오랜 기간 수비수가 시상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상을 받지 못했다. 홍정호 본인도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수비수라 받을 수 있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수비수는 기본적으로 '뒷문을 지키고, 궂은 일을 도맡는' 포지션이란 인식이 강하다. 골을 넣어 팬들을 열광시키는 공격수,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는 미드필더에 비해 주목받기 힘든 자리인 건 분명하다. '공격수는 9번 놓치고 1번 득점하면 박수 받지만, 수비수는 9번 잘 막고 1번 실수하면 욕을 먹는다'는 말은 수비수들 입에서 자주 나오는 고정 멘트다.
리버풀 수비수 반 다이크(네덜란드 A대표)는 2019년 정상급 공격수들을 따돌리고 수비수 최초로 UE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PFA 올해의 선수상, 발롱도르 2위를 차지하는 커리어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만큼 수비진에서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는 건데, 홍정호도 올해 인터셉트 부문 2위(50개), 볼 획득 부문 4위(186개), 클리어링 부문 9위(85개) 등 수비수 주요 지표에서 상위권에 랭크했다. 단순히 MVP 선정 이유를 '우승팀 프리미엄'에서만 찾을 수 없는 이유다. K리그1 감독 6명과 주장 6명이 홍정호에게 투표했다. 상대팀 감독과 선수가 실력을 인정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