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료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철저히 적이었던 승자에게 축하 한 마디 건네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강원전 결과가 주는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대전이 '끝장승부'에서 무릎을 꿇기 전까지 과정을 돌아보면, 십분 이해가 가는 반응이다. 올해 부임한 '초보감독' 이민성의 지도 하에 대전은 시즌 초 8위까지 추락할 정도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다 마사 등 영입생의 활약과 수비 안정화를 바탕으로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려 결국 3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4위 전남 드래곤즈와 2위 FC안양을 차례로 꺾은 대전은 기세를 몰아 지난 8일 강원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홈 1차전에서 '강원 출신' 이현식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 승리했다.
비록 '인생을 건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선보였단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 2019년 정규리그에서 9위에 머문 대전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를 밟은 데 이어 이번엔 승격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기업구단 대전하나 시티즌으로 재창단하면서 과감한 투자가 더해져 올해 팀 자체가 더욱 진일보했다. 올시즌 행보만으로 다음 시즌 '승격 1순위'로 꼽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날 약 1000명의 원정팬이 강원 홈을 찾았다. 마지막까지 공격축구를 선보인 이 감독의 배짱이 대전의 성장 가능성을 말해준다. 이민성 감독은 "선수들이 1년 동안 고생했는데, 승격을 하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년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릉=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