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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준호 父子가 처음으로 K리그1 그라운드를 누빈 날

박찬준 기자

입력 2021-11-28 19:08

수정 2021-11-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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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준호 父子가 처음으로 K리그1 그라운드를 누빈 날


[인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8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37라운드.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최정예 멤버를 총출동시킨 인천의 라인업과 달리, 포항의 베스트11에는 생소한 이름이 가득했다. 이유가 있었다. 포항은 주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알 힐랄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을 치렀다. 결과는 아쉬운 0대2 패배. ACL에 올인한만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로도가 상당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사우디에 가기 전부터 오늘 경기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며 "ACL 결승을 치른 선수들이 쉬고 싶다고 하더라. 한국에 남아 있던 코치들과 상의해서 몸이 좋은 선수들을 택했다"고 했다.

전역한 심상민 김용환을 비롯해 그간 경기에 뛰지 않은 김성주 이광준 김호남 등이 기회를 받았다. 여기에 세 명이 데뷔전을 치렀다. 2003년생 조재훈, 2002년생 김준호, 2000년생 노경호가 기회를 받았다. 김준호는 김기동 감독의 아들이다. 그간 K리그에 부자 출신 선수들이 제법 있었지만, 한팀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데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준호는 초중고 시절을 모두 포항 유스에서 보낸 후 올해 신인 우선지명을 통해 포항에 입단했다. 지난해 K리그 유스 챔피언십과 부산MBC전국고교축구대회, 두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결승골을 넣으며 주목을 받은 김준호는 마침내 기회를 얻게 됐다. 김 감독은 "1년 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 물론 부담이 있겠지만, 경기장에서 부담없이 이겨냈으면 좋겠다. 그래야 프로다.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1년간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항의 젊은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조재훈은 번뜩이는 돌파를, 김준호는 날카로운 슈팅을, 노경호는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였다. 인천의 베테랑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자, 김 감독은 후반 강상우 임상협 등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캐논 슈터' 이기형 전 인천 감독의 아들인 이호재도 이날 투입돼 날카로운 포스트 플레이를 펼쳤다. 포항은 ACL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홈경기 필승의지를 보인 인천을 상대로 선전하며 0대0으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조)재훈이는 이청용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유가 생기면 나아질 것 같다. (김)준호는 템포가 빠르다. 힘만 더해지면 더 좋아질 것이다. (노)경호는 나처럼 플레이할 줄 안다"며 "어린 선수들이 이 경기를 통해 발전이 되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들에게 데뷔전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서는 "처음에 유스에서 프로 올릴 때 주위에서 이야기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준호가 유스 성골이다. 능력이 있기에 구단과 이야기해서 올린거다. 사실 주변 축구인들에게 '프로에 올릴 생각인데 어떠냐'고 많이 물어봤다. 다들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하더라. 이런저런 말들 때문에 다들 무서워서 피했는데, '그래서 니가 잘 되는게 아닌가' 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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