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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티켓때문에…" FA컵-ACL 우승에 엇갈린 '동업자 정신'

최만식 기자

입력 2021-11-22 16:15

수정 2021-11-2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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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티켓때문에…" FA컵-ACL 우승에 엇갈린 '동업자 정신'
대구 선수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동업자를 선택하자니 희망이 울고….'



요즘 K리그 일부 팀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24일 포항 스틸러스는 ACL 결승전(새벽 1시)을, 대구FC는 FA컵 결승 1차전(오후 8시)을 각각 치른다.

스포츠뿐 아니라 세상만사 경쟁의 세계에서 '내가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 상대가 무너지는 운도 무시할 수 없다'고들 한다.

두 결승전을 바라보는 다른 팀들의 심리가 딱 이렇다. K리그 관계자는 "솔직히 포항이 ACL 우승하기를 바라는 팀은 거의 없다는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ACL 우승이란 타이틀은 단순히 아시아 프로축구 맹주의 상징을 떠나 K리그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으로, K리그 종사자 모두가 환영할 경사다. 올해의 경우 겉으로만 그렇다.

내년 ACL 출전권을 놓고 복잡한 셈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ACL 출전권 배정은 '2+2' 방식이다.

기본 원칙은 'K리그-FA컵 우승팀 본선 자동 출전, 리그 2-3위팀 플레이오프→본선행'이다. 한데 3위 대구와 파이널B에 속한 포항이 각각 결승에 오르면서 경우의 수가 생겼다.

우선 전남과 우승을 놓고 겨루는 대구는 경쟁팀 모두의 응원을 받고 있다. 현재 리그 3위(승점 55)인 대구가 FA컵 우승할 경우 하위팀의 희망이 커진다. 순위표상 최소 4위를 확보한 대구가 3위로 시즌을 마치면 4위팀에도 기회가 주어져 2, 4위팀이 PO에 진출한다. 대구가 4위를 해도 총 4개팀이 출전권을 갖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반대로 K리그2 전남이 우승할 경우 대구는 3위 수성에 사활을 걸어야 하고, 4위팀의 희망은 사라진다. 막판 순위 경쟁을 떠나 대구를 열렬히 응원할 수밖에 없다. 남은 2경기에서 제주(4위·승점 51)와 수원FC(5위·승점 48)가 4위 자리를 놓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파이널A 그룹, 그들만의 최상 시나리오다. ACL 우승팀 메리트가 변수다. 포항이 우승할 경우 PO 티켓이 1장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재 전북과 울산이 최소 2위를 확보한 상태여서 3, 4위팀이 희생자가 될 수 있다.

포항 ACL 우승+대구 FA컵 우승을 전제로 계산해보자. 대구가 3위로 우승할 경우 4위의 PO 티켓을, 4위로 우승할 경우 3위의 PO 티켓을 포항이 가져간다. 각각 3, 4위 도약을 노리는 제주, 수원FC의 희망도 자동적으로 물거품. 만약 대구가 FA컵 우승에 실패하면 3위 자리도 헛수고가 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구를 향해서는 동업자 정신을 듬뿍 발휘하지만, 포항에 대해서는 동업자 정신을 잠깐 접어둬야 하는 감정이 교차하는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포항에겐 몹시 미안한 일이지만 포항을 진심으로 응원하기는 힘든 현실이라는 게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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