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는 9월 2일(이하 한국시각) 이라크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를 0대0으로 마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으로 본선에 갈 수 있겠냐'는 의문부호가 이어졌다. 곧바로 이어진 레바논전(9월 7일)에서 1대0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는 불안하다'며 '경질설'까지 돌았다. 2개월이 지난 지금,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10월 12일 까다로운 이란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좋은 경기력을 앞세워 1대1로 비긴 것이 터닝포인트였다. 기세를 탄 벤투호는 11월 완벽한 경기력으로 아랍에미리트(1대0 승)와 이라크(3대0 승)를 연파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했다.
사실 9월과 11월,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벤투 감독이 고집처럼 내세우는 철학은 그대로다. 벤투 감독은 매 경기마다 "'우리 축구'를 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실제 그렇다. 후방에서부터 만들어가는 빌드업 형태는 물론, 4-2-3-1과 4-1-4-1을 오가는 전형에, 항상 비판받는 '복붙(복사+붙여넣기) 라인업'까지. 하지만 결과는 천지차이다. 같은 틀 속 디테일에 미묘한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경질'에서 '찬사'로, 과연 벤투호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두번째는 압박이었다. 벤투호는 시리아와의 3차전부터 압박의 위치를 확 높였다. 전방부터 과감히 압박에 나서 볼을 탈취한 후, 그 위치부터 공격에 나섰다. 상대 진영에서 바로 공격이 이어지다보니, 공격 속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정비되지 않은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기도 한결 수월했다. 압박의 핵심은 이재성(마인츠)이었다. 벤투 감독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수비력과 활동량이 좋은 이재성을 중용하고 있다. 이재성은 조규성(김천 상무) 혹은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턴) 등과 함께 짝을 이뤄 압박의 선봉에 나섰다. 이재성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황인범이 공격으로 올라갈 시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이재성의 몫이다. 이재성은 실제 이라크전에 센터서클까지 내려와 볼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