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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어느덧 4년차'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 "8위팀 감독상 후보, 선수들이 준 과분한 선물"

박찬준 기자

입력 2021-11-15 23:18

수정 2021-11-17 13:00

'어느덧 4년차'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 "8위팀 감독상 후보, 선수들이 …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박동혁 충남아산 감독(42)에게 올 시즌은 특별했다.



충남아산의 창단 첫 해였던 2020년, 꼴찌라는 쓴 맛을 본 박 감독은 절치부심했다. 아무리 선수단 구성이 좋지 않았다해도, 자존심 강한 박 감독에게 최하위는 용납할 수 없는 성적표였다. 선수단 구성부터 동계훈련까지 제대로 칼을 갈았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예산이지만, 박 감독은 모든 카드를 동원해 선수를 보강했다. 타팀의 러브콜을 받던 유준수는 태국에서 받던 금액을 한참 줄여 충남아산 유니폼을 입었다. 유준수는 박 감독의 현역시절 '방졸'이었다. 전년도에 비해 그래도 선수단을 업그레이드 시킨 박 감독은 동계 기간 단내나는 훈련으로 팀을 바꿨다. 팀의 아킬레스엿던 수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훈련의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노력은 곧바로 보상을 받았다. 시즌 초반 충남아산은 돌풍을 일으켰다. 부산 아이파크, 대전하나시티즌 등과 같은 강팀을 연이어 잡아내며 한때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역시 현실의 벽은 높았다. 얇은 스쿼드의 한계는 명확했다. 주전 선수들들이 부상과 경고누적으로 하나 둘 빠지자 주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여름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넘봤지만, 역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최종 성적표는 8위였다. 작년보다 두 계단 올라선 값진 순위였다. 충남아산의 현실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표였다. 박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열심히 준비했고, 열심히 했다. 운만 조금 더 따라서 한 두경기만 잡았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했다.

힘든 한 시즌을 보내며 '감독 박동혁'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2018년 감독 첫 해 경찰축구단을 우승으로 이끌며 화려하게 등장한 박 감독은 이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19년에는 경찰축구단의 해체를, 2020년에는 시도민구단의 창단을 함께 했다. 누구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팀을 이끌며 내공을 쌓은 박 감독은 올 해 지도력을 과시했다. 공을 들였던 수비에서 시즌 최소 실점 5위(41골)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코너킥에서 단 한골도 내주지 않은 것은 박 감독이 가장 만족해 하는 기록이다. 그렇다고 수비적이지는 않았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충남아산식 역습 축구는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K리그 안팎에서 "충남아산 축구 좋더라"라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박 감독도 "조금씩 팀색깔을 만들고, 박동혁식 색깔을 입혔다는 점에서는 나름 만족스럽다"고 했다.

충남아산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던 육성도 놓치지 않았다. 박 감독은 시즌 내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고, 그 결과 지난 10월 펼쳐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 명단에 김 찬, 이상민, 이규혁 세 명이나 포함됐다. 김천상무(4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젊은 리더십을 갖춘 박 감독 답게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며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같은 박 감독의 노력은 생각치 못한 선물로 돌아왔다. 박 감독은 8위팀 감독으로는 이례적으로 'K리그2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그만큼 박 감독의 지도력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유다. 박 감독은 "좋기는 하지만, 선수들 덕분에 과분한 자리에 올랐다. 솔직히 좀 쑥스럽다"고 웃었다. 시즌이 종료되며 여기저기 박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U-20 대표팀부터 K리그1, 2팀이 원하고 있다는 얘기부터, 충남아산 잔류까지 다양한 썰들이 나오고 있다. 정해진 것은 없다. 박 감독은 "순리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리그에서 가장 젊은 감독'에서 '어느덧 4년차'가 된 박 감독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옆 보다는 앞을 보고 묵묵히 걸어갈 생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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