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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 과감한 용병술, 조규성-정우영 영건을 일깨웠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21-11-1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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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 과감한 용병술, 조규성-정우영 영건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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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영건 키우기' 플랜이 알찬 결실을 맺었다. 조규성(23·김천상무)과 정우영(22·프라이부르크)이 거침없는 활약을 펼치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자정(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전반 32분 이재성이 선취골을 터트렸고, 후반에 손흥민과 정우영이 차례로 이라크 골문을 열어 젖혔다. '완벽한 승리'였다.

특히 이날 승리 과정에서 벤투 감독의 '영건 육성' 플랜이 돋보였다. 이날 벤투 감독은 4-2-3-1을 가동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지난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가동했던 '조규성 카드'를 꺼냈다. 한번 신뢰감을 주면 꾸준히 밀어붙이는 벤투 감독의 뚝심이 이날 선발 기용에 다시 한번 드러난 것. 원래 벤투호 '부동의 원톱'은 황의조(보르도)였다. 하지만 황의조가 부상으로 명단에서 빠지면서 조규성의 위상이 급부상했다. 조규성은 UAE전에서 원톱으로 기용돼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비록 골은 넣지 못했지만, 2선을 극대화시키는 포스트플레이가 주목받았다. 결국 다시 한번 원톱 기회를 얻었다.

조규성은 이라크전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실한 원톱 공격수의 역할을 해줬다. 활발한 움직임과 패스로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이 포진된 2선 공격라인을 살려주는 임무를 철저히 해냈다. 그런 움직임이 이날 두 번째 골을 이끌어 냈다. 손흥민이 박스 안의 정우영(프라이부르크)에게 패스했고, 정우영은 이를 침투해 들어온 조규성에게 이어줬다. 다급해진 이라크 수비가 조규성을 넘어트렸다.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를 손흥민이 골로 만들었다. 조규성이 만들어낸 골이나 마찬가지다.

두 번째 골에 관여하고, 세 번째 골을 터트린 정우영의 활약도 돋보였다. 정우영은 이날 선발에서는 제외됐다. 벤투 감독은 1-0이던 후반 20분에 선취골의 주인공인 이재성을 빼고 정우영을 투입했다. 타이트한 1점차 리드상황에서 골맛을 본 베테랑을 빼고, A매치 골이 없던 영건을 기용하는 대담한 용병술이었다.

혈기 넘치는 정우영은 이런 벤투 감독의 신뢰에 골로 보답했다. 물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도 보여줬다.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두 번 차게 만들었다. 손흥민이 킥을 하기 직전, 의욕이 넘친 나머지 박스 안으로 뛰어든 것. 손흥민이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할 때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실시해 정우영의 쇄도를 포착했다. 다시 슛하라는 지시가 나왔다. 손흥민이 두 번째 슛도 골로 만든 덕분에 정우영의 실수가 무마됐다.

이 장면 이후 정우영은 세 번째 골로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황희찬이 손흥민에게 이어받은 공을 박스 안의 정우영에게 건넸다. 정우영은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세 번째 골의 주인공이 됐다.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마침 10년 전, 손흥민도 이 곳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그 기운이 정우영에게 이어진 것처럼 보였다.

벤투호는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얻으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더불어 조규성과 정우영의 성장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승리에 버금가는 값진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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