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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의 포효, 송민규가 전한 '우승 DNA'…K리그는 또 전북 세상이다

김성원 기자

입력 2021-11-07 07:44

수정 2021-11-0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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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의 포효, 송민규가 전한 '우승 DNA'…K리그는 또 전북 세상이다


[전주=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가 최후의 승자다.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도 어느덧 3라운드밖에 남지 않았다. 또 다시 전북 현대의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K리그 4연패도 모자라 5연패에 성큼 다가섰다.

'유일한 적수' 울산 현대와는 승점 차 없는 1위였다. '삼세번' 울산은 올해만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2019년 마지막 라운드에서 전북에 우승컵을 헌납한 울산은 지난해에도 잘 나가다 막판 꼬리를 물렸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해, 전북에 야심찬 복수를 꿈꿨지만 그 아픔이 재현되고 있다.

6일 밤 전주는 그야말로 광란이었다. 김상식 전북 감독의 말대로 '전주성 극장'이었다. 일진일퇴 공방 속에 주고받은 두 골, 그것이 끝일 거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전주곡에 불과했다. 10여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후반 44분 교체투입된 전북 일류첸코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다. 3대2, '펠레스코어'가 엔딩이었다.

전북은 승점 70점 고지를 밟았고, 울산(승점 67)과의 승점 차가 마침내 3점 벌어졌다. 전북은 다득점에서도 울산에 6골 차 앞서 있어 K리그 5연패의 6부 능선을 넘었다. 남은 3경기에서 2승만 거둬도 사실상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전북 '우승 DNA'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포항에서 전북으로 둥지를 옮긴 송민규가 그 실체를 전해줬다. "전북에서 형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항상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승리하고, 우승은 우리가 한다고 얘기하더라. 이런 생각을 갖고 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있다. 올 시즌 울산에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형들은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승리한 것 같다." 그는 울산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올 시즌 전북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더 극적이었다. 그는 울산전을 앞두고 오로지 '복수'만을 그렸다. 전북은 이날 경기 전까지 울산에 2무2패로 1승이 없었다. 그는 경기 전 "선제골을 넣으면 이긴다"고 했는데 적중했다.

경기 후에는 준비과정도 공개했다. "일류첸코 투입은 조금 늦은감도 없지 않지만 세트피스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다", "바코(울산)에 대해 연구 많이 했다. 그동안 많이 당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왼쪽으로 몰아서 수비를 펼쳐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이야기 했다. 1대1 연습과 개인 레슨을 한 게 잘 먹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등등.

그는 일류첸코의 '극장 골'이 터지자 뛰어오르며 어퍼컷을 하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한 후 선수들과 팬들이 기쁨을 나누는 홈 서포터스석 앞까지 달려가 포효했다.

김 감독은 "골 세리머니 질주는 계획에 없던 것이다. 그동안 쌓였던 것이 많아서 갑자기 달려 나간 것 같다"며 "경기 나가기 전에 더 이상 상대가 홈에서 기념 촬영하는 것을 보지 말자고 했다. 오늘 그 빚을 좀 갚아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마지막에 웃어야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승리를 계기로 우승할 수 있도록 더 잘 준비하겠다"고 미소지었다.

반면 울산은 또 한번 마지막 승부처에서 분루를 삼켰다. 물론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러나 갈 길이 너무 험난한 것도 사실이다. 홍 감독은 "현재의 위치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승점을 따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스케줄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는 홈에서 2경기, 전북은 홈에서 1경기 뿐이다. 마지막까지 결과는 모르는 일이다. 실망감을 털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씁쓸해했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1만1383명이 입장했다. 코로나 시대들어 K리그 최다 관중이었다. 승패를 떠나 K리그 승부의 세계는 한 편의 웰메이드 영화였다. 전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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