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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앞둔 '남아공WC 16강 주역'조용형, "내 신체조건으로 대표팀 수비수로 뛴 건 기적…이젠 지도자로 기적 일으키겠다"[인터뷰]

윤진만 기자

입력 2021-11-03 16:57

수정 2021-11-0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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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앞둔 '남아공WC 16강 주역'조용형, "내 신체조건으로 대표팀 …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 국가대표 수비수 조용형(38)이 공식적으로 현역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 2019년 11월 성남 FC를 상대로 마지막 공식전을 치른지 근 2년만에 은퇴식을 한다. 오는 6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간 '하나원큐 K리그1 2021' 35라운드 시작 전 현역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다.



조용형은 "축구화를 벗은지 1년 7~8개월 정도 됐다. 처음 은퇴한다고 생각했을 때 허무하고 멍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덤덤하다. 은퇴식을 못하고 그만두는 선수들도 많은데, 제주 구단이 잊지 않고 은퇴식 마련해줘서 감사하다"며 "월드컵 가보고 해외생활도 해보고 프로무대에서도 많은 경기를 뛰었다. 미련은 없다"고 했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2일 조용형과의 전화인터뷰로 15년간의 프로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맨, 제주에서 시작과 끝을

조용형은 프로 첫 경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부천 SK(현 제주)에서 대구 FC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투입돼 45분을 뛰었다. 당시 정해성 감독님이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 생각보다 많은 경기(리그 34경기)를 뛰었다. 2004시즌 때 팀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내가 데뷔한 해 팀 성적도 좋아서 팬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항상 데뷔 시즌을 가슴속에 담고 있다"고 했다.

2007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로 이적해 한 시즌 활약한 것 빼고는 K리그에선 줄곧 제주에서만 뛰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카타르(알 라이안, 알 샤말), 중국(스자좡 융창) 무대를 누빈 조용형은 2016년 제주에 재입단하며 국내로 돌아왔다. 당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 대신 제주를 택하며 의리를 지켰다. 그에 앞서 대학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에이전트사(인스포코리아)에 자신의 건물 한층을 사무실로 내주는 '통큰 선물'을 해 화제를 모았다. 축구계에서 조용형은 보기 드문 '의리의 사나이'로 통했다.

조용형은 제주에서 첫 불꽃과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제주는 조용형이 돌아온 2017시즌 리그에서 준우승했다.

▶제2의 홍명보 혹은 자동문

데뷔시즌을 성공리에 마친 조용형 앞에는 소위 '꽃길'이 놓였다. 수비수로는 크지 않은 신장(1m83)은 영리한 움직임과 빼어난 위치선정, 안정적인 볼처리 등으로 극복했다. 이런 스타일로 '제2의 홍명보'란 별명을 달았다. 조용형은 2018년 1월 칠레와의 평가전을 통해 성인대표팀에 데뷔했다. 이후 허정무 당시 대표팀 감독의 신뢰 속 꾸준히 발탁되며 '꿈의 무대'인 월드컵까지 밟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이정수와 센터백 듀오로 나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하며 경력의 정점을 맞았다.

결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일부팬은 불안한 수비수란 의미로 '자동문'이란 별명으로 불렀다. 수비수에겐 치명적인 별명이다. 조용형은 "나에 대한 팬분들의 인식이 안 좋았다. 그런 시기에 월드컵에 나섰고, 그 대회로 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이어 "당시 대표팀은 멤버가 좋았다. (박)지성이형, (이)영표형, (차)두리형 등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중간 위치였던 나는 내 할 것만 하면 됐다"며 웃었다.

나이지리아의 야쿠부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황당한 실축을 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로 옆에서 야쿠부의 실축을 지켜본 조용형은 "그때 공이 발에 닿는 순간 골이라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빗맞으며 골대 밖으로 나가더라. 재밌는게 대회 이후 카타르로 진출했는데 야쿠부가 같은 팀으로 왔다. 내가 그 실축에 대해 얘기했다. '너 때문에 우리가 16강 갈 수 있었다'고. 그랬더니 '나는 우리나라에서 총 맞을 뻔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착한 친구였다"고 했다.

▶말라가와 알 라이안

월드컵은 여러모로 조용형에게 많은 선물을 안겼다. 빅리그 클럽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중엔 잉글랜드 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있었다. 조용형은 선택지 중 당시 과감한 투자를 하던 스페인 말라가를 골랐다. 알 라이안과 말라가를 운영하는 구단주가 같았다. 알 라이안에서 2년 뛰고 말라가로 이적하는 내용으로 계약했다. 일각에선 '스페인 리그로 진출할 수 있었는데, 오일머니를 보고 중동으로 갔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조용형은 "솔직히 그땐 더 좋은 조건을 따지자는 생각이었다. 알 라이안에서 2년을 뛰면서 어떻게 보면 정체가 됐고 말라가행도 흐지부지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카타르를 들르지 말고 바로 말라가로 갔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정수 조용형을 시작으로 후배들이 줄줄이 카타르행을 노크했다. "나와 정수형이 뛰면서 한국 선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 같다. 카타르에서 보낸 4년 반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알 라이안은 팀을 떠나는 외국인 선수인 조용형을 위해 이례적으로 환송회를 열었다.

▶지도자로도 '기적'을 꿈꾼다

조용형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수비수였다.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라와전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 정도를 제외하면 큰 논란, 큰 부상 없이 경력을 잘 마무리했다. 조용형은 이 모든 게 "기적같다"고 말했다. "내 신체조건으로 대표팀 센터백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요즈음 센터백은 신장이 1m90을 훌쩍 넘긴다. 나는 먼저 생각하고, 먼저 위치를 잡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축구밖에 모른다"는 조용형의 다음 스텝은 지도자다. 선수들이 신뢰하는 지도자가 꿈이라고. 그는 "현역 때 선수들이 지도자를 위해 뛰는 분위기가 됐을 때 좋은 성적이 나는 걸 경험했다. 선수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전술적으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한다. 패스 위주의 공격적인 축구를 펼쳐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모교인 부평동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조용형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코스부터 차근차근 밟을 예정이다. "제2의 축구인생이 기대된다. 지도자로도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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