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다. 지난 6월 선임소위는 여러번의 회의 끝에 공석인 U-20 대표팀 감독 후보로 김정수 U-19 대표팀 감독을 낙점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19년 약체로 분류됐던 대표팀을 이끌고 역대 세번째로 FIFA U-17 월드컵 8강을 이끌었다. 선임소위는 U-17 월드컵에서 보여준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축구 스타일 뿐만 아니라, 코칭스타일, 성격 등을 두루 고려해 김 감독이 U-20 대표팀을 이끌 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U-20 월드컵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까지 감안, U-17, U-19 연령대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김 감독이 U-20 선수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한축구협회(KFA) 수뇌부는 선임소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임소위는 이유를 요구했지만, 협회는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협회 수뇌부가 '이름값 있는 다른 지도자를 원했다'는 이야기만 축구계에 떠돌았다. 이로 인해 U-20 대표팀 감독은 아직까지 '공석'이다. 피해는 오롯이 U-20 선수들의 몫이다. U-20 대표급 선수들은 이렇다할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하지만 올 초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3선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은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발표했는데,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파트가 있었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가 부회장으로 복귀한데 이어,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이 전면에 등장했다. 대신 지난 3년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판곤 위원장이 부회장직에서 내려왔다. 이같은 변화는 시스템의 균열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의 역할이 축소되며,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상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KFA 수뇌부는 도쿄올림픽 단장으로 김 위원장이 아닌 황보 본부장을 택했다. 현직 전력강화위원장을 배제한 이례적 결정이었다. 최근 연령별 대표팀 성공의 숨은 공신이었던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이 자취를 감추는 등 김학범 감독은 지난 3년간 호흡을 맞춘 도우미 없이 올림픽을 치러야 했고, 김학범호의 질주는 8강에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