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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선임소위, U-23 감독 논의 앞두고 KFA 수뇌부에 질의한 이유는?[SC이슈]

박찬준 기자

입력 2021-08-25 09:41

수정 2021-08-25 09:58

감독선임소위, U-23 감독 논의 앞두고 KFA 수뇌부에 질의한 이유는?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 18일이었다. 도쿄올림픽에서 아쉬운 8강에 머물렀던 김학범호에 대한 대회 리뷰가 진행됐다. 김학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모두 모여 도쿄올림픽을 결산했다. 리뷰는 3시간 넘게 이어졌다. 리뷰를 마친 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산하 감독선임소위원회가 따로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서 위원들은 감독선임소위의 권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가 있다. 지난 6월 선임소위는 여러번의 회의 끝에 공석인 U-20 대표팀 감독 후보로 김정수 U-19 대표팀 감독을 낙점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19년 약체로 분류됐던 대표팀을 이끌고 역대 세번째로 FIFA U-17 월드컵 8강을 이끌었다. 선임소위는 U-17 월드컵에서 보여준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축구 스타일 뿐만 아니라, 코칭스타일, 성격 등을 두루 고려해 김 감독이 U-20 대표팀을 이끌 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U-20 월드컵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까지 감안, U-17, U-19 연령대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김 감독이 U-20 선수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한축구협회(KFA) 수뇌부는 선임소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임소위는 이유를 요구했지만, 협회는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협회 수뇌부가 '이름값 있는 다른 지도자를 원했다'는 이야기만 축구계에 떠돌았다. 이로 인해 U-20 대표팀 감독은 아직까지 '공석'이다. 피해는 오롯이 U-20 선수들의 몫이다. U-20 대표급 선수들은 이렇다할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 3년과는 다른 그림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은 KFA는 새로운 변화를 택했다. 핵심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였다. A대표팀 위주에서 벗어나 전 연령대 대표팀을 아울러 육성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산하 선임소위는 달라진 시스템의 백미였다. 몇몇 인사들의 목소리에 좌지우지된 '밀실행정'에서 벗어나 전문 위원들의 투명하고 체계적인 검증 방식으로 지도자를 선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 연령대에 걸쳐 성적을 냈다. U-17 월드컵 8강, U-20 월드컵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까지, 한국축구는 전례없는 황금기를 보냈다. 비주류였지만 확실한 실력을 갖고 있던 김학범 정정용 김정수 등을 과감하게 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올 초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3선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은 대대적인 쇄신 인사를 발표했는데,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파트가 있었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가 부회장으로 복귀한데 이어,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이 전면에 등장했다. 대신 지난 3년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판곤 위원장이 부회장직에서 내려왔다. 이같은 변화는 시스템의 균열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의 역할이 축소되며,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상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KFA 수뇌부는 도쿄올림픽 단장으로 김 위원장이 아닌 황보 본부장을 택했다. 현직 전력강화위원장을 배제한 이례적 결정이었다. 최근 연령별 대표팀 성공의 숨은 공신이었던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이 자취를 감추는 등 김학범 감독은 지난 3년간 호흡을 맞춘 도우미 없이 올림픽을 치러야 했고, 김학범호의 질주는 8강에서 멈췄다.

도쿄올림픽을 마친 한국축구는 파리올림픽을 향한 새로운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첫 발은 U-23 대표팀 감독 선임이다. 헌데 벌써부터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단순한 하마평이 아니다. KFA 안팎에서는 수뇌부가 'OOO을 원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설까지 돌고 있다. 정작 선임소위는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다. 그에 앞서 선임소위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 명확히 해줄 것을 KFA에 요청했다. 이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상징적인 질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축구계는 KFA 수뇌부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U-23 대표팀 감독 선임보다 더 중요한,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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