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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넣을 PK" 실축 순간 밤새 곱씹은 英공격수의 메시지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7-13 09:33

수정 2021-07-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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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넣을 PK" 실축 순간 밤새 곱씹은 英공격수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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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자다가도 넣을 수 있는 PK였는데…."



12일(한국시각) 유로2020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한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가 절절한 고백으로 팬들에게 사과했다.

잉글랜드는 이날 이탈리아와의 결승에서 120분간의 연장혈투후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5명의 키커 가운데 래시포드,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 등 무려 3명이 실축하며 2명이 실축한 이탈리아에 2대3, 한끗차로 55년만의 메이저대회 우승 꿈을 날려버렸다.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축구의 귀환을 염원하던 잉글랜드 팬들이 절망했다. 래시포드 등 실축한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 비난 메시지가 쇄도했다. 하지만 위딩턴에 세워진 래시포드 벽에는 비난의 메시지를 뒤덮을 하트 메시지가 쏟아졌다. 13일 래시포드가 자신의 SNS를 통해 담담한 입장을 전했다. 밤새 실축 순간을 두고두고 곱씹은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는 "무슨 말로 내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승부차기 순간, 실축의 아픔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내 동료들과 모든 이들을 실망시킨 기분이 들었다. 내가 팀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단 한번의 승부차기였다. 자다가도 페널티골을 넣을 수 있는데, 왜 그 하나가 안된 걸까. 실축 이후 이 생각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느낌을 말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것같다. 55년만의 결승, 1번의 승부차기는 곧 역사가 되는 순간이었는데…"라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죄송하다는 것뿐"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래시포드는 인종차별 메시지를 보내는 팬들에 대해서는 할 말을 분명히 했다. "나는 내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하루종일도 들을 수 있다. 내 승부차기는 좋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결코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나는 마커스 래시포드, 23살, 사우스 맨체스터 위딩턴에서 태어난 흑인"이라며 자신의 자랑스러운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나는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라는 다짐과 약속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마커스 래시포드의 메시지]

무슨 말로 시작해야할지, 바로 이 순간의 내 감정을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힘든 시즌을 보냈다. 모든 사람들이 분명히 보셨을 것같다. 아마도 자신감이 결여된 채 결승전에 나갔을 것이다. 나는 늘 페널티킥에서 나를 믿었는데 이번엔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승부차기전 긴 러닝을 통해 스스로 시간을 약간 벌고자 했지만 불행히도 결과는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내 동료들을 실망시키고,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킨 기분이 들었다. 내가 팀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단 한번의 승부차기였다. 자다가도 페널티골을 넣을 수 있는데, 왜 그 하나가 안된 걸까. 실축 이후 이 생각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느낌을 말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것같다. 55년만의 결승, 1번의 승부차기는 곧 역사가 되는 순간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죄송하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계속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한편 나는 내 동료들에 향해 외치고 싶다. 올여름 나는 최고의 훈련캠프를 경험했고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역할을 잘해냈다고. 그 속에서 굳건해진 형제애, 동료애는 결코 깨지지 않을 것이다. 너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었고, 너의 실패가 나의 실패다. 스포츠와 함께 성장해오면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씌어진 글들을 읽어왔다. 내 피부색이 어떻고, 어디에서 자랐고, 가장 최근에는 그라운드 밖에서의 삶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는 방법 등등. 나는 내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하루종일 들을 수 있다. 내 승부차기는 좋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결코 사과할 뜻이 없다. 내 가슴에 잉글랜드 삼사자 마크를 달고 뛰는 순간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고, 수만 관중앞에서 뛰는 나를 내 가족들이 응원하는 모습 역시 너무나 자랑스럽다. 이런 날을 늘 꿈꿔왔다. 오늘 내가 받은 메시지들은 나를 긍정적으로 벅차오르게 했다. 위딩턴에서 날아온 메시지들을 보며 눈물이 솟았다. 나를 늘 감싸준 공동체는 내가 계속 내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준다. 나는 마커스 래시포드, 23살, 사우스 맨체스터 위딩턴에서 태어난 흑인이다. 다른 어떤 것을 가지지 못했다 해도 나는 이것만은 갖고 있다. 모든 메시지에 감사드린다. 나는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MR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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