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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벗고 울부짖은 팬의 간절한 '열쩡 응원' 통했나…스위스 새 역사

윤진만 기자

입력 2021-06-29 07:54

수정 2021-06-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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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벗고 울부짖은 팬의 간절한 '열쩡 응원' 통했나…스위스 새 역사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립경기장을 찾은 스위스 팬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한 수 위 전력을 지닌 우승후보 프랑스와의 유로2020 16강전에서 전반 15분 하리스 세페로비치(벤피카)가 헤더로 선제골을 넣어 전반을 1골 앞선 채 끝낼 때만 해도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프랑스를 잡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술을 바꾼 뒤 확 달라진 프랑스 앞에서 스위스는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반 12분과 14분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에게 연속 실점하고 30분 폴 포그바(맨유)에게 중거리 원더골을 내줘 순식간에 스코어가 1-3이 된 순간에는 좌절감이 컸을 것이다.

'역시, 우린 안되나봐. 프랑스 역시 강하다…'

강자가 약자를 제압하는 흔한 스토리로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스위스는 후반 36분 세페로비치의 두 번째 헤더골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고, 교체투입한 마리오 가브라노비치(디나모 자그레브)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추가시간 킹슬리 코망(바이에른 뮌헨)의 슛이 골대를 강타하면서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어쩌면, 어쩌면...'

연장 돌입 전후 상대의 핵심 자원들인 앙투안 그리즈만(바르셀로나)와 벤제마가 교체돼 나가면서 프랑스의 공격진 무게감은 확 떨어졌다.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와 올리비에 지루(첼시)가 연속해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경기는 승부차기로 흘렀다. 스위스는 5명의 키커가 모두 득점에 성공한 상황에서 프랑스 5번째 키커 음바페의 슛을 얀 좀머(묀헨글라트바흐) 골키퍼가 쳐내면서 기적과도 같은 8강을 이뤄냈다.

'우리가 프랑스를 이겼다!'

위 두 장의 사진에는 120분 동안 스위스 팬이 느꼈을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스위스 유니폼을 입은 팬은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44분 두 주먹을 꼭 쥔 채 고개를 들고 거의 울먹이고 있다. 그 다음 사진을 보면 상의를 탈의한 채 경기장을 누비는 선수단을 향해 '파이팅'을 불어넣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열쩡'이 선수단에 닿아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좀머는 경기 후 "우리는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주장 그라니트 자카(아스널)는 "우리는 스위스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위스는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이후 66년간 메이저 대회 8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유로에서 8강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스위스는 오는 7월3일 스페인을 상대로 첫 준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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