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부산아이파크 '극과 극' 콘셉트…'그래도 화끈하잖아'

최만식 기자

입력 2021-06-24 17:02

수정 2021-06-25 06:30

more
부산아이파크 '극과 극' 콘셉트…'그래도 화끈하잖아'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패하고도 진심으로 박수 쳐줄 수 있을까.



그것도 상대팀 수장과 손을 맞잡고, 박빙의 순위 경쟁을 하는 중에 '극장골'을 허용하고도 말이다.

그 어려운 일이 가능한 팀이 있다. K리그2 부산 아이파크다. 지난 20일 부산과 FC안양의 K리그2 17라운드 때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가 있다.

화끈한 난타전 끝에 4-4로 팽팽하던 경기 종료 직전, 부산 구단 김병석 대표는 바로 옆자리에 있던 안양 구단 단장과 손을 꼭 잡고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두 수장은 서로 웃으며 "오늘 누가 이기든, 패하든 서로 박수 쳐줍시다"라고 약속했다. 결국 종료 직전 안양이 극장 결승골을 터뜨리며 5대4로 승리를 가져갔다.

당시 부산(승점 23)과 안양(승점 26)의 승점 차는 3점. 안양은 이날 승리 덕분에 1위로 올라섰다. 김 대표는 "패하도고 웃을 수 있던 것은 경기를 보면 알지 않느냐. 우리 선수들이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라고 말했다.

올 시즌 부산의 콘셉트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외국인 페레즈 감독으로 새출발한 부산은 당장 1부리그 재승격보다 장기 플랜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젊은 선수 위주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한 만큼 성적을 내기까지 시간은 걸리더라도 화끈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하는 팀 색깔을 입혀나가겠다는 목표다.

일단 승격의 부담을 덜고 나니 경기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아쉽게 패한 페레즈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해는 승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떤 경기든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100% 이행하려면 패가 없어야 하지만, 그 역시 축구의 일부다"라며 한 경기 석패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올 시즌 부산은 전에 없이 화끈하다. 지금까지 총 16경기를 치렀는데 총 26골로 리그 최다득점팀이다. 지난 시즌 전체 득점(25골·27경기)을 이미 초과했다. 게다가 개인 득점랭킹 1위 안병준(13골)을 보유하고 있다. 득점 2위가 7골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1위다. 부산은 1986년(당시 대우 로얄즈) 정해원(10골) 이후 득점 1위를 배출한 적이 없었다.

한데 '극과 극' 콘셉트이기도 하다. 총 실점 28골로 최다실점팀이다. 닥치고 공격을 추구하다 보니 실점도 많아졌다. 하지만 부산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일종의 '성장통'이라 받아들인다.

승격했다가 오래 버티지 못하는 '허약 체질'이 아니라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1부리그 안정팀이 될 수 있도록 '맷집'을 키워가겠다는 미래 비전을 팬들이 양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최근 6경기(3승1무2패)에서 무려 16골을 쏟아부은 부산. 이 대목에서 중대한 복수전을 맞게 됐다. 오는 27일 원정으로 열리는 서울 이랜드와의 18라운드다. 부산은 이랜드와의 개막전 0대3 완패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페레즈 감독의 데뷔전에 찬물을 끼얹은 상대다.

부산 구단은 "복수전을 떠나 이번에도 재미있는 축구를 선보일 것이다. 여기에 승리도 가져온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