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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대 찍고 올대' 송민규 "흥민이형에게 허락받은 찰칵 세리머니 기대하세요"

윤진만 기자

입력 2021-06-22 14:07

수정 2021-06-2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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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찍고 올대' 송민규 "흥민이형에게 허락받은 찰칵 세리머니 기대하세…
한국과 레바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경기가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송민규가 후반 동점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6.13/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낭만이 있는 캠핑장과 바다가 보이는 고급리조트' 중 당장 떠날 수 있다면 어느 곳으로 휴가를 가고 싶은지 물었다. 고민하지 않고 '바다'를 택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아무래도 여유롭게 해변을 거닐긴 틀렸다. 국가대표팀에 빠르게 녹아든 송민규(22·포항 스틸러스)는 한숨 돌리자마자 올림픽 대표팀으로 향했다.



송민규는 김학범호 6월 2차 소집 명단에 포함돼 지난 22일 파주 축구대표팀 훈련센터(NFC)에 입소했다. 오는 30일 최종명단 발표 전까지 이곳에서 훈련하며 동료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국가대표팀 월드컵 예선 3연전을 통해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송민규가 최종 18명 명단에 무난히 포함되리란 전망이 나돌지만, 쟁쟁한 선수들이 모인만큼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송민규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레바논전을 마치고 (가나와의 평가전 2연전이 열린)제주도로 바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가지 못하게 되면서 (김학범)감독님께서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걱정을 했다. 2차 소집명단에 포함되고 나서 제일 먼저 든 마음은 감사함이었다. 올림픽 본선에 다가섰다고? 당연한 건 없다. 경쟁을 해야 한다. 최종명단 발표 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송민규는 소집 전 스포츠조선의 축구전문방송 '볼만찬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소속팀에서 측면 공격수, 센터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등을 소화한다. 좁은 공간 탈압박, 골 결정력 등을 살리겠다"고 어필했다. 송민규는 올시즌 소속팀 포항에서 가장 많은 7골(16경기)을 넣었다.

1999년생 송민규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학창시절 큰 주목을 끌지 못한 송민규는 2018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 3년만에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하반기 올림픽 대표로 발탁된 그는 올해 벤투 감독과 김학범 감독이 모두 원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송민규는 "어릴 때 주목받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중고등학교 때도 배운 점 있었지만, 프로 와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 소집기간도 돌아보면 '성장의 시간'이었다.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드리블이 좋다, 기술이 뛰어나다'는 칭찬과 함께 '왼쪽으로 치고 달려 왼발로 크로스를 올리는 기술을 익히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꿀팁'을 얻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29·토트넘)과 함께 호흡하고 훈련하며 돈 주고는 못 얻을 소중한 경험도 쌓았다.

송민규는 "대표팀은 처음이라 긴장하고 있는데, (손)흥민이형이 처음부터 잘 챙겨줬다. 눈만 마주치면 '밥은 먹었냐, 어떠냐, 훈련 준비됐냐, 잘했다' 등 말을 걸어줬다.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자세로 훈련에 임하는지, 어떻게 슈팅을 하는지, 여유있는 모습 등등 많이 배웠다. 레바논전에서 내가 헤딩으로 득점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흥민이형 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자리에 서있는데 공이 날아왔다"며 웃었다.

이어 "흥민이형이 내 세리머니를 보고 별로라며 멋있는 걸로 바꾸라고 했다. 그런데 레바논전 때 보니까 흥민이형이 내 세리머니를 따라하더라.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세리머니 뺏겼냐고? 흥민이형이 달라면 줘야 한다. 세리머니 얘기가 나와 '제가 찰칵 세리머니 해도 되냐'고 물었다. 된다고 허락 받았다.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송민규식 '찰칵 세리머니'를 예고했다.

손흥민은 도쿄 올림픽 와일드카드(24세 이상) 후보 중 한 명이다. 소속팀과 협의 문제로 차출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기량, 경험, 리더십 등등을 따질 때 김학범 감독이 가장 원하는 '와카'(와일드카드)임에는 틀림없다. 송민규는 "흥민이형 굳이 도쿄로 안 와도 될 것 같다. 인터뷰에서 푹 자고 싶다고 말한 걸 봤다. 푹 주무셔도 될 것 같다. 저희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거두겠다"고 말했다.

송민규는 이번 올림픽 대표 차출로 인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 부득이 참가하지 못했다. 포항은 태국 방콕에서 같은 G조에 속한 라차부리(태국), 나고야(일본), 조호르(말레이시아)와 차례로 격돌한다. 포항 김기동 감독이 '전력의 70% 없이 ACL에 나서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송민규는 "에이~. 그건 감독님이 기분 좋으라고 하신 말씀일거다. 나 하나 빠졌다고 무너질 포항이 아니다.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나 없이도 더 좋은 성적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욕심 많은 송민규는 올해 '올림픽에서 메달따기' '월드컵 최종예선 출전하기' '소속팀 포항의 ACL 진출권 획득 및 FA컵 우승 돕기' 'K리그 개인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 'K리그 시즌 베스트일레븐 선정' 등등을 모두 다 이루고 싶다고 했다. 올해 K리그에서 헤더로만 5골을 넣은 송민규는 김신욱(상하이 선화)이 보유한 단일시즌 최다 헤더골(12골)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자 "네? 헤더로만 12골을 넣었어요? 그건 힘들 것 같고, 손발, 아니 헤딩과 발로 12골을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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