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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수는 감독의 손을 타지 않는다, 황인범이 그렇다[인터뷰]

윤진만 기자

입력 2021-06-15 16:36

수정 2021-06-16 09:02

좋은 선수는 감독의 손을 타지 않는다, 황인범이 그렇다
7일 오후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축구대표팀이 호주와 평가전을 펼쳤다. 경기 임하는 황인범.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07/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인범, 다음시즌에는 네가 최고가 될 거야.'



레오니드 슬러츠키(50) 루빈 카잔 감독이 지난 5월 2020~2021시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끝마치고 소속 미드필더 황인범(25)에게 한 말이다. 지난해 8월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뛰던 황인범을 영입할 때 직접 몇 차례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던 슬러츠키 감독은 동아시아의 미드필더에게 푹 빠져있다.

황인범을 애지중지하는 건 슬러츠키 감독만이 아니다. 초중고를 거쳐 대전 시티즌(현 대전하나 시티즌), 아산 경찰청,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거치며 지도자의 눈 밖에 난 적이 없다. 김학범 올림픽팀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소집기간에 황인범 등 선수들을 모아놓고 '좋은 선수는 감독의 손을 타지 않는다'라고 얘기했는데, 그 말에 딱 어울리는 선수 중 하나가 바로 황인범이다.

축구대표팀에선 아예 '황태자'란 별명을 달았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비판이 쏟아지나 황인범을 중용했기 때문이다. 황인범은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국가대표로 데뷔해 2019년 12월 동아시안컵 일본전까지 1년 3개월 동안 무려 23경기(3골)를 뛰었다. 대표팀 초창기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던 황인범은 동아시안컵을 통해 왜 벤투호의 황태자로 불리는 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이에 대해 황인범은 14일 스포츠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돌아보면 모든 감독님들이 저를 이뻐해주셨던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라며 "어릴 때부터 김학범 감독님이 하신 말씀처럼 지도자가 바뀌어도 새로운 팀에 맞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인범이 벤투호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한 이유는, 아무래도 벤투식 빌드업 축구에 최적화된 능력을 장착해서다. 황인범은 자기진영 깊숙한 지점까지 내려와 골키퍼 또는 수비수에게 공을 잡아 상대진영으로 공을 운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운반하는 속도, 패스의 정확도가 높고 수준급 볼 컨트롤과 창의성까지 겸비해 이 역할을 다른 이들이 대신하기가 쉽지 않다.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연전 소집명단에서 제외돼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레바논전 3경기를 시청했다는 황인범은 '황인범 공백이 느껴지지 않더냐'는 질문에 "대표팀에는 워낙 좋은 실력을 지닌 미드필더 형들이 많다. 이번 3경기에서도 다들 정말 잘 해줘서 전승을 할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나 자극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황인범은 "코로나, 부상 등으로 인해 A매치를 못 뛴지 1년 반이 넘은 것 같다. 경기를 보며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생겼다. 휴식을 취하면서 만난 (나)상호(FC 서울)와 '대표팀에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몸상태를 올리자'는 식의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경기를 지켜본 소감에 대해선 "레바논전에선 끌려가는 상황에서 상대가 누워있고,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경기였다. 그런데 후반전에 선수들이 잘해주면서 역전했다. 3경기 모두 재밌게 봤다"며 "(정상빈, 송민규 등)K리그의 어린선수들이 등장한 걸 좋게 봤다.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자극을 받아 결국엔 대표팀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런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1999년생 송민규(포항), 2002년생 정상빈(수원 삼성)의 가세로 마냥 어려보이던 1996년~1997년생은 대표팀 중진급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황인범은 "더 큰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휴식기를 통해 종아리 부상을 떨쳐낸 황인범은 이달 말 카잔으로 출국해 새 시즌 준비에 나선다. 지난시즌 후반기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부상 2연타를 맞아 11경기 중 4경기에만 출전했던 황인범은 8월 개막전부터 정상적으로 출전해 오는 9월 시작하는 월드컵 최종예선부터 대표팀에 기여하는 게 목표다. 황인범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오늘(14일) 서울에서 (기)성용(FC 서울)이형과 식사를 하고 왔는데, 성용이형이 '최종예선은 진짜 쉽지 않다. 힘든 경기가 많다. 더 잘해야 한다. 잘해내봐~' 이렇게 조언을 해주셨다. 직접 경험하고 지켜본 바로는 최종예선이 아니더라도 국가대표팀 경기 중 쉬운 경기는 거의 없다. 저부터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다음시즌, 소속팀에선 꿈꾸던 대회에 나선다. 소속팀 카잔이 지난시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를 차지하며 올해 신설된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유럽클럽대항전 3부리그)에 출전한다. 황인범은 지난해 여름 유럽 무대, 정확히는 유럽클럽대항전에 나서겠다는 목표로 카잔을 선택했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리그와 컵대회 중 가장 레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선수로써 그런 대회를 경험하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다. 강팀을 상대할 때 내 경기력이 어떨지 기대된다. 내 자신을 알릴 수도 있어 동기부여를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시즌 컨퍼런스리그에 나서는 팀으론 손흥민의 토트넘이 있다. '코리안더비'도 가능한 시나리오. 황인범은 "토트넘은 빅클럽이고, 좋은 팀이다. (손)흥민이형과 맞붙게 되면 저로선 영광스러운 순간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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