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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풍운아'강수일"해외 떠돌면서 대한민국,K리그가 정말 좋다는 걸..."[현장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6-14 16:20

수정 2021-06-15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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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풍운아'강수일"해외 떠돌면서 대한민국,K리그가 정말 좋다는 걸.…


"K리그에서 뛸 때가 제일 행복했기에…."



13일 K리그2 16라운드 안산-부산전(2대3패) 직후 2199일만에 K리그 그라운드에 다시 선 강수일(34)을 마주했다.

이날 후반 15분 '87번' 등번호를 단 1987년생 노장 공격수 강수일이 비장한 각오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훈련중 코뼈가 골절됐지만 무조건 뛰겠다고 했다. 보호 마스크를 쓴 채 공중볼 다툼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튀어올랐다. 후반 막판엔 아예 보호 마스크마저 집어던졌다. 엔드라인까지 전력질주하는 몸놀림에서 간절함이 감지됐다.

'잘나갈 때 조심하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축구가 가장 빛나던 날,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5년 6월 리그 활약에 힘입어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다문화 꿈나무'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A매치 직전 도핑테스트 양성 판정이 나왔다. K리그 15경기 출전정지, 자격정지 2년 징계. 그러나 징계기간 중인 그해 8월 또다시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소속구단 제주가 임의탈퇴를 결정했고, 일본, 태국리그를 전전하던 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K리그 복귀를 타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3월 31일 K리그 선수등록 마감일, '다문화구단' 안산이 그를 품었다. 안산 유니폼을 입은 후 남은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조용히 마쳤다.

이날 부산전은 2015년 6월 7일 K리그1 제주 유니폼을 입고 울산 원정(0대2패)에 나선 지 6년여만의 컴백 무대였다. 일본, 태국에서 모진 선수생활을 이어온 20대 청년은 어느새 서른 중반에 접어들었다. 냉담한 시선에 굴하지 않고 K리그 복귀에 줄기차게 매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강수일은 "K리그에서 뛸 때가 제일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축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저를 믿고 기대해주셨던 스승님들께 죄송함이 컸다. 해외를 떠돌면서 대한민국이 정말 좋다는 걸 느꼈다. 그 시절들이 제일 행복했다는 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됐다"고 했다.

김길식 안산 감독이 부산전을 앞두고 강수일과 미팅을 가졌다. 코뼈 골절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출전 의지를 표했다고 했다. "오늘 이날만을 기다렸고, 오늘 이날을 위해 준비했다. 팀이 승리하길 바랐고 꼭 출전하고 싶었다. 운동장에서 골로 말하고 싶었고 기회를 주신 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런 부상이 운동장에서 저를 멈춰세울 수 없다."

그토록 간절했던 K리그 잔디 냄새를 다시 맡으며, 그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이 그라운드가 정말 그리웠다. 몸 풀기 전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돌아와서 좋은 것도 있지만 슬픔이 컸다." '슬픔'의 의미를 따져묻자 강수일은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있었고, 가장 좋았던 시기에 불미스러운 일로 기대해주신 분들께 안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로 인한 슬픔"이라고 설명했다.

강수일의 복귀에 대한 일부 팬들의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강수일은 "당연하다"고 했다. "더 낮은 자세로, 열심히 성실하게, 모범이 되도록 행동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날의 내 잘못이 징계가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늘 조심하고, 운동장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헌신하겠다. 욕하시는 분들께도 계속해서 고개 숙일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아니 축구인생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K리그 복귀전을 아쉬운 패배로 마친 후 강수일은 안산의 골잡이로서 책임을 통감했다. "오늘 처음 나가서 진 것에 대해 공격수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골잡이로서 분명한 각오가 있다.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골이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 저뿐만 아니라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슈팅할 때 훈련할 때 고참으로서 더욱 솔선수범하겠다"고 약속했다.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해 몸 사리지 않고 승리하는 모습으로 팬 여러분께 보답하겠다. 무엇보다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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