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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부회장 "故유상철 다시 만난다면 '스트레스 받지말고,즐겁게 살자'할것"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6-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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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부회장 "故유상철 다시 만난다면 '스트레스 받지말고,즐겁게 살자'…


"다재다능."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7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오랜 벗이자 후배 고 유상철 감독을 이 네 글자로 규정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절친 후배 유 감독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겁게 살자"였다.

김 부회장은 8일 밤 늦게 서울 아산병원 유 감독의 빈소를 찾았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황선홍, 최용수, 김도훈, 이임생, 현영민, 이천수 등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들이 누구 먼저할 것 없이 한자리에 모였다. 피, 땀, 눈물을 아낌없이 쏟아내며 원없이 울고 웃었던 그라운드, 청춘의 나날들이 꿈처럼 지나갔다. 췌장암 4기, 모두 쉽지 않다고들 했지만 치료가 정말 잘됐다며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으로 환히 웃어보이던 '유비'를 보고 안도했었다. "그래, 유상철이니까" 막연한 희망과 기대도 품었다. 그리고 2021년 초여름 밤 홀연히 들려온 부음,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 하늘의 뜻을 조금은 알까말까한 나이 50에 세상을 등진다는 건 떠난 이에게도 남은 이에게도 지독하게 잔인한 일이다.

새벽까지 동료들과 슬픔을 나눈 8일 이른 아침 김 부회장은 서울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에 출근해 있었다. 협회 차원에서 레전드 유상철과 이별할 추모 방법을 논의중이라고 했다.

1992년 스물두 살의 될성부른 골키퍼, 김병지는 울산 현대에서 프로 데뷔했다. 한 살 아래, 유상철은 1년 후인 1993년 겨울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10년간 김병지와 유상철은 대표팀과 울산에서 동고동락하며 대한민국 축구의 아이콘이 됐다. 수많은 역사를 함께 썼다. 김 부회장은 "늘 함께 했던 친구가 이제 영원히 함께 하지 못할 친구가 됐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제일 크다. 앞으로 20~30년은 더 함께 해야 하는데"라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상철이와는 추억이 너무나 많지만,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은 첫 만남이다. 울산 현대에서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1993년 겨울 처음 만났을 때는 '살찐 상철이'였다. 프로에 와서 함께 몸 만들며 같이 성장했다. 소속팀에서 첫 경기를 뛰고, 대표팀에 가고, 월드컵도 나가면서 함께 10년을 보냈다"고 돌아봤다. "1996년 울산에서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상철이는 일본에 다녀온 후 2005년 또 한번 우승했다. 울산의 전성기를 상철이와 함께 했다. 돌아보니 좋은 날이 참 많았다"고 했다. 선수 은퇴 이후에도 유 감독은 김병지 부회장이 이끌어온 나눔, 봉사 활동, 각종 행사에 누구보다 먼저 달려오는 의리파였다.

"어찌 보면 지금부터의 인생이 진짠데, 저는 은퇴를 늦게 했고, 상철이도 이제 경우 감독으로서 한숨 돌릴 때인데 협회에 있든 현장에 있든 꼭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같은 생각, 같은 방향을 공유하며 한국 축구를 위해 수많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데, 그걸 함께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김 부회장의 목소리가 잠겼다.

"지난해 몇 번 만났지만, 그게 마지막일 줄은 정말 몰랐다. 병세가 좋아져서 만났다. 올해 1~2월 암이 뇌로 전이된 이후론 두문불출했던 것같다. (황)선홍이형과 어제 빈소에서 이야기했지만, 상철이는 아무리 힘든 항암치료 기간에도 늦어도 꼭 '콜백'을 해주던 친구였다. 언젠가부터 전화를 해도 콜백이 오지 않았다. 뭔가 문제가 생겼다 직감했다"며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동료, 후배가 아닌 선수 유상철에 대해 김 부회장은 "다재다능"이라는 네 글자로 즉답했다. "멀티플레이어의 교과서다.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윙백, 윙포워드, 중앙 미드필더 등 한마디로 골키퍼 빼곤 다했다. 공격수를 보면 득점왕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1m84에 74㎏" 김 부회장은 유 감독의 현역 시절 키-체중을 줄줄 꿰고 있었다. "부모님께 좋은 몸을 물려받았고, 축구센스에 기술력, 제공권을 모두 갖췄으니 안되는 게 없었다. 전 포지션을 할 수 있는 몸을 가졌다. 만약 골키퍼도 했다면 잘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특히 상철이는 윙백일 때는 가장 탁월했다. 윙백들이 대체로 작은 편인데 상철이는 센터백으로도 밀리지 않는 체격이었으니 측면에서 헤딩 경합을 하면 자동으로 어시스트가 됐다"며 함께 뛰던 시절을 돌아봤다.

절친 후배 유상철을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김 부회장은 "즐겁게 살자"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건넸다. "우리 인생에서 지금 나이는 그럴 때다. 빈소에서 (황)선홍이형, (최)용수와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겁게 살자. 지도자 선후배들이 다들 너무 힘들다고 한다. 감독이라는 직업에 너무 과몰입돼 있다. 스트레스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오랜 동료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남은 이들의 해야할 일은 더욱 확실해졌다. 김 부회장은 이날 오후 6시, 홍명보 울산 감독 등 팀 2002 멤버들과 함께 유 감독의 빈소를 다시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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