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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밑에 약졸 없다' 20세 애송이 대표로 '니시노 태국'과 비긴 신태용 감독"날 믿어!끝까지!자신있게!"[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6-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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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밑에 약졸 없다' 20세 애송이 대표로 '니시노 태국'과 비긴 신태…


"축구가 이렇게 힘들단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한 우리 어린 선수들이 끝까지 열심히 뛴 결과다."



신태용 전 대한민국 A대표팀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도 '신태용 매직'을 입증해보였다.

인도네시아대표팀은 4일 오전 1시45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5차전에서 강적 태국과 혈투끝에 2대2로 비겼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0세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20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2019년 말 부임한 신 감독은 재능 넘치고 '헝그리'한 어린 선수들로 A대표팀을 대폭 물갈이했다. 2차예선 5차전까지 나섰던 선수는 단 2명뿐, 주장인 에반 디마스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는 모두 A매치 첫 출전 선수들이었다.

이날 신 감독과 첫 맞대결을 펼친 태국대표팀 감독은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 기술위원장으로 한국팬들에게도 익숙한 백전노장 니시노 아키라 감독. 신 감독은 2010년 성남 일화 첫 지휘봉을 잡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때, 16강전에서 니시노 감독의 감바 오사카에 3대0 쾌승한 기억이 있다. 이날 태국전을 앞두고 신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니시노 감독은 정말 좋은 감독이지만, 내가 크게 이긴 경험도 있다. 나는 일본축구에 자신감이 있다. 날 믿고 마음껏 뛰어라. 이길 수 있다. 자신 있게 도전해라!"

인도네시아는 전반 5분만에 태국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39분 카덱 아궁이 동점골을 밀어넣었다. 후반 5분 태국 크레이손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후반 15분 주장 에반 디마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2차 예선에서 5전패했던 인도네시아가 '강호' 태국을 상대로 2차 예선 첫 승점을 따냈다. 사상 첫 승점에 라커룸은 환희의 도가니.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한 줄 알았다"며 웃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니시노 감독과도 우정의 악수를 나눴다. "서로 좋은 경기 했다고 이야기했다. 니시노 감독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인사해서 나도 일본어로 고맙다고 화답했다"며 뒷얘기를 전했다.

신 감독은 "경기 전 몸을 푸는데 우리 코치들 말이 '여태까지 지도하면서 워밍업 때 이렇게 긴장한 티가 나는 건 처음 봤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대표경험이 전무후무한 어린 선수들이니 당연하다. 선발 11명 중 3명, 위탄 , 리도, 아란, 선수는 19세다. 1999년생 아스나위(안산 그리너스)는 오히려 고참에 속한다"며 웃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줬다. 너무 고맙다"고 했다. 이날 환상적인 첫 골 장면, 신 감독의 전술이 실전에 그대로 나왔다. 수비 5명, 공격 5명 역할 분담식의 작전을 수행해왔다는 인도네시아대표팀에 '여우' 신 감독은 신나는 공격 전술을 심었다. 신 감독은 미드필더들에게 단순한 볼 배급이 아닌 직접 뒷공간을 허물고 해결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러시아월드컵 한국대표팀도 전문 스트라이커보다 2선 공격수들이 골을 더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뒷공간을 허무는 패스 한방과 전광석화처럼 침투하는 2선의 움직임, 아궁의 동점골 장면은 짜릿했다. 선수들은 "헤드코치가 말한 대로, 그대로 됐다"며 환호했다.

신 감독은 '애제자' 투혼 풀백 아스나위의 활약도 콕 집어 언급했다. "안산에서 햄스트링을 다쳤기 때문에 대표팀에 와서도 무리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경기에 들어가 종아리에 쥐가 올라오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죽어라, 악바리같이 뛰더라. 지치지 않고 풀타임을 뛰었다. '진짜 대단한 놈'이라고들 했다. 다음 경기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신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8일 오전 1시45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대표팀과 월드컵 2차 예선 G조 6차전에서 맞붙는다. 현재 G조 순위는 베트남(승점 11·골득실+4), UAE(골득실+8), 태국(골득실+3), 말레이시아(골득실-2·이상 승점 9), 인도네시아(승점 1) 순. 베트남은 조1위로 역대 첫 최종예선 진출을 노린다. 인도네시아를 이기면 조1위의 8부 능선을 넘는다. 인도네시아는 2차 예선 탈락이 확정됐지만 신 감독 첫 승점 이후 동기부여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축구는 기세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신 감독은 베트남, UAE와의 2경기를 앞두고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우리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이다. 우리가 급할 것은 없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만 하자, 그러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다. 최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한다"고 했다. "우리는 도전자다. 실수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생각하면서,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뛰자. 포기하는 놈은 돌려보낸다고 한다"며 웃었다. "매경기 최선을 다해 부딪칠 것이다. 일단 한경기로 미끄러질 일은 없으니 마음 편하다. 다만 열심히 안 뛰면 나하고는 함께 못간다는 사실을 우리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연말에 열리는 SEA게임, 이후 5년 10년을 바라보고 이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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