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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1m79 윙어가 헤더로만 5골…현시점 K리그 헤더왕, 송민규

윤진만 기자

입력 2021-06-0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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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1m79 윙어가 헤더로만 5골…현시점 K리그 헤더왕, 송민규
2021 K리그1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포항 송민규가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넣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4.10/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키가 1m80이 채 되지 않는 '국대 윙어' 송민규(22·포항 스틸러스)가 올시즌 헤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송민규는 지난 5월3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광주 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19라운드에서 0-0 팽팽하던 후반 43분 강상우의 코너킥을 문전 앞 헤더 골로 연결, 팀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선물했다.

경기에 차이를 만든 이 헤더는 놀랍게도 송민규가 올시즌 기록한 5호 헤더 득점이다. 송민규는 광주전에 앞서 3월13일 울산 현대전, 3월21일 성남 FC전, 4월10일 FC 서울전 그리고 4월20일 수원 FC전에서도 이마로 골을 만들었다.

6월 1일 현재 12개팀들이 15~19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송민규는 16경기에 출전해 7골을 넣으며 득점랭킹 5위를 달린다. 그런데 헤더만 뽑아서 순위를 매겼을 때는 5골로 단독 1위다.

득점 1위를 달리는 '전문골잡이' 주민규(제주, 10골 중 헤더 4골)뿐 아니라 헤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조유민(수원FC, 4골 중 헤더 3골) 김진혁(대구FC, 5골 중 헤더 2골)을 따돌렸다. K리그1가 반환점을 돈 현시점 'K리그1의 헤더왕'은 누가 뭐래도 송민규다.

송민규는 신장 1m79로 큰 편이 아니고, 점프력도 좋다고 볼 수 없다. 더군다나 포지션도 경기의 대부분의 시간을 측면에서 보내는 윙어(측면 공격수)다. K리그에 1m80~1m90대 수비수가 즐비하단 점을 놓고 볼 때, 5골은 대단히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포항 선수단 내부에서도 송민규가 헤더로만 이렇게 많은 골을 넣는 현상에 대해 놀라워한다는 후문.

비결이 뭘까. 포항 김기동 감독은 광주전을 마치고 "남다른 위치선정"을 꼽았다. 장신 선수들과 직접 공중볼을 경합하지 않고 공이 착지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해 기회를 잡는 것 같다는 분석. 송민규의 헤더 득점 장면을 살펴보면, 공이 떨어지는 곳에 귀신같이 송민규가 서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송민규는 지난 3월 "키 큰 형들 뒤쪽 혹은 앞쪽으로 비집고 들어간다"며 숨은 비결을 공개했다.

지난해 강상우(28)가 전역 복귀한 뒤 급속도로 가까워진 송민규-강상우 찰떡 호흡도 헤더골이 많은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에 나란히 국가대표팀 승선한 둘은 6살 차이가 나지만, 축구에 대해선 격없이 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민규가 '상우형, 후반엔 형이 (공격진영으로)올라가, 내가 뒤에서 받쳐줄게' 하는 식이다. 강상우는 시즌 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작년에 민규'형'이 공격 포인트가 더 많았다. 내가 맞춰줘야 한다"고 웃었다.

포항의 왼쪽 측면을 도맡으며 서로서로 의존하다보니 좋은 장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듯하다. 둘은 강상우가 포항 복귀전을 치른 지난해 9월1일 이후 대구전(9월5일)에서 처음으로 헤더골을 합작했다. 그리고는 광주전(9월13일), 상주전(9월20일), 전북전(10월3일)에서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올해도 울산, 서울, 광주전 3경기에서 '강상우 어시스트, 송민규 헤더' 작품이 나왔다. 불과 9개월만에 7골을 합작했다. 같은시기 K리그에서 둘보다 더 뛰어난 콤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송민규는 '포텐'을 폭발한 지난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헤더와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 여름부터 헤더의 맛을 들이더니 광주전을 통해 개인통산 헤더 두자릿수 득점(10골)을 기록했다. 통산 19골 중 10골이니, 헤더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지난시즌 상대의 태클에 다치지 않기 위해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점프하는 스킬을 익힌 송민규는 헤더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이렇게 자신의 능력치를 조금씩 업그레이드시키며 국가대표 발탁의 꿈을 이뤘다.

한편, 송민규는 올시즌 K리그 최고의 '뚝배기'라는 평가를 받지만, K리그 역사에선 아직 명함을 내밀 수준은 아니다. K리그 통산 헤더골 1위는 김신욱(현 상하이 선화)으로 이마로만 64골을 넣었다. 이동국(은퇴, 44골), 우성용(은퇴, 33골), 데얀(현 키치, 31골), 김현석(은퇴, 27골) 등이 뒤를 잇는다. 단일시즌 헤더 득점 1위도 김신욱이다. 울산에서 뛰던 2015년, 헤더로만 12골을 낚았다. 송민규가 이 기록을 넘으려면 앞으로 7골이 더 필요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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