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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 '어시스트 하는 골키퍼' 구성윤 "소질, 재능? 나에겐 없다. 오직 연습의 성과만 있을 뿐"

이원만 기자

입력 2021-05-31 17:12

 '어시스트 하는 골키퍼' 구성윤 "소질, 재능? 나에겐 없다. 오직 연…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금껏 '골을 넣는 골키퍼'는 자주 볼 수 있었다. K리그 역대 최다출전 기록을 갖고 있는 '레전드'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현역 시절 공격에 종종 가담해 골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이 웨스트 브롬미치와의 36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을 터트려 팀의 2대1 승리를 만드는 장면도 목격됐다.



하지만 '어시스트 하는 골키퍼'는 별로 흔하지 않다. 사실 최후방 골문을 지키다가 한 번의 패스로 골 장면을 이끌어내는 게 경기 막판 세트피스에 참여해 골을 넣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골키퍼의 도움'이 더 희귀한 기록으로 여겨진다.

이걸 2년 연속으로 기록한 선수가 있다. 바로 김천 상무의 주전 골키퍼이자 최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선발된 구성윤(27)이다. 구성윤은 지난 30일 김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14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에서 경기 막판 선제골을 이끌었다. 후반 38분, 전남의 코너킥을 공중에서 잡아낸 뒤 곧바로 최전방을 향해 롱킥을 날렸다. 구성윤의 발끝에서 출발한 공은 마치 곡사포처럼 날아가 최전방에 있던 공격수 오현규에게 정확히 연결됐다. 오현규는 머리로 트래핑하며 수비 1명을 제치고,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든 뒤 가볍게 골을 터트렸다.

결승골이 될 뻔했지만, 4분 뒤 전남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만드는 바람에 결국 승부는 1대1로 끝났다. 비록 승리를 이끌진 못했지만, 구성윤의 '어시스트'는 이날의 명장면이었다. 그런데 구성윤은 대구FC 소속이던 지난해에도 똑같은 장면을 만들어낸 바 있다. 7월 2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부산과의 13라운드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구성윤은 1-0이던 전반 29분,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재빨리 롱킥으로 최전방의 세징야에게 공을 보냈다. 세징야도 이를 2번의 터치 후 골로 만들었다. 구성윤의 시즌 1호이자 K리그1 2호 골키퍼 어시스트였다.

이쯤 되면 '날카로운 패싱능력'을 장점으로 팀의 또 다른 공격 루트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구성윤의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그는 어시스트 장면에 대해 "전남이 계속 빌드업 플레이를 하면서 볼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런 경기에서 수비들이 갑작스러운 카운터 어택에 실점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입대 전 일본 삿포로에 있을 때 그런 식으로 실점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그래서 우리 공격수가 앞에 있으면 한번 때려보려고 했다. 마침 상대 코너킥의 구질이 보여서 차는 순간 나가서 잡아 찼다"고 설명했다.

구성윤은 이런 정확한 롱 킥이 비결에 대해 '부단한 연습'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나는 킥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다. 선천적인 재능 같은 건 없다. 다만 연습의 성과가 작년과 올해 나타난 것 같다"면서 "매번 훈련이 끝나면 따로 남아 킥을 정확히 차는 연습을 했다. 전방에 선수를 세워놓고 차거나, 움직이게 하고 차는 연습을 많이 한다. 또 골킥을 할 때는 좌우 끝에서 차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연습'의 힘을 믿고 있는 구성윤은 A대표팀 발탁에 관한 각오도 밝혔다. 그는 "공백기가 있어서 이번 소집은 기대도 안 했는데, 감사하게도 불러주셔서 기쁘다. 월드컵 예선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서 진실함이 느껴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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