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11년차 베테랑 국대풀백'홍철"비교는 NO,벤투감독님 믿음 증명할때"[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5-31 05:30

more
'11년차 베테랑 국대풀백'홍철"비교는 NO,벤투감독님 믿음 증명할때"
사진출처=KFA

5월 말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마주앉은 '왼발의 국대 풀백' 홍 철이 대뜸 물었다. "왜 자꾸 비교하는 기사가 나올까요?"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복귀한 '울산 풀백' 홍 철이 26일 FA컵 16강 경남전에서 택배 도움을 기록하고, 같은날 '포항 풀백' 강상우가 아산전에서 골맛을 보고, '수원 풀백' 이기제가 리그 광주 원정에서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 결승골을 꽂아넣은 직후였다. 6월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3경기를 앞두고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왼쪽 풀백들의 활약상은 당연히 장안의 화제. 홍 철은 비교를 단호히 거부했다. "이기제, 강상우 선수 모두 팀에서 잘해서 대표팀에 뽑혔잖아요. 저는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게 서로에 대한 예의인 것같아요. 대표팀에서도 다함께 잘하면 좋겠어요. 리그에서처럼 좋은 모습으로 저를 자극시켜줬으면 좋겠어요."

비교를 거부한다는 말에선 베테랑다운 자신감, 한국축구의 숲을 보는 여유가 읽혔다. 수원 시절 짧게 함께 했던 이기제에겐 축하문자를 보냈다. "수원에서 오랜만에 대표선수가 나왔잖아요. 그래서 축하 메시지를 보냈죠."

▶가장 오래, 가장 잘하는 11년차 국대 풀백의 눈물

홍 철은 2011년 2월 9일 터키와의 친선전, 스물한 살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 대표팀에서 가장 롱런한 왼쪽 풀백이다. '포스트 이영표'라는 수식어로 박주호, 윤석영, 김진수, 김민우 등 지난 10년간 수많은 선후배들과의 포지션 경쟁 속에 가장 오래, 가장 잘하는 선수로 살아남았다. 특히 파울루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홍 철을 믿고 썼다. 신태용(성남 일화), 서정원, 이임생(이상 수원), 김도훈, 홍명보 감독(이상 울산)까지 팀 불문, 내로라하는 레전드 감독들도 한결같이 그를 중용했다. 어느 팀에 가든 팬, 동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선수다. 비결을 믿는 질문에 그는 "잘 모르겠다. 복을 타고난 것같다"며 웃었다. 본인만 모를 뿐, 이유는 분명하다. 일단 좋은 풀백의 기본인 실력, 스피드, 킥, 크로스, 성실성을 갖췄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에겐 사람을 끄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진솔하고 유쾌하고 싹싹하다. 무슨 말을 해도 밉지 않은, 엉뚱발랄한 매력도 있다. 팬들은 선 넘지 않는, 홍철표 유머 코드를 사랑한다.

이 유쾌한 선수에게 FA컵 16강전 활약상 이야기를 꺼내려던 차, 그는 뜻밖에 "울었다"고 털어놨다. 부상 트라우마, 이후 마음고생이 깊었다. 부상을 추스리고 돌아온 FA컵 전반 10분 홍 철은 상대 태클에 쓰러져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눈물이 왈칵 솟았다"고 했다. 골키퍼 조수혁이 골대를 비우고 하프라인까지 달려왔다. 지난 여름 울산 유니폼을 입은 후 잔부상에 시달렸다. "4월 전북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후 사타구니 부상까지 겹쳤다. 홍명보 감독님께 밖에서 일주일 재활하고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이 '나도 선수를 해봐서 네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잘 안다. 맨날 잘하려다 보니 복귀가 빠르다. 이번엔 천천히 하고 돌아오라'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했다. 재활을 마치고 팀에 합류한 직후 벤투호에 발탁됐고, 홍 감독은 '국대 풀백' 홍 철이 컨디션을 올릴 수 있도록 FA컵과 리그 제주전에서 선발 기회를 부여했다.

홍 철은 "그날 태클을 피하려다 무릎이 밀리며 주저앉았다. 순간 '아, 끝났구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털어놨다. "동료들이 경기를 준비할 때 혼자 기약없이 재활하는 시간은 정말 외롭고 힘들다. 힘든 상황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고 했다. "다행히 테이핑을 하고 뛰니 괜찮았다. 감독님이 전반 종료 후 아프면 나오라고 하셨는데 욕심이 생겼다. 풀타임을 뛰면서 오히려 몸도 훨씬 가벼워진 것같다"고 했다. "믿고 기다려주신 감독님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마음을 전했다. '베테랑' 홍 철이 말하는 리그 선두 울산의 분위기는 지금 최고다. "지금처럼 끈끈한 원팀이라면 올해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미소 지었다.

▶다시 꾸는 생애 두 번째 카타르월드컵의 꿈

31일 오후 3시 벤투호 태극전사들은 파주NFC에 모여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3경기를 앞두고 첫발을 맞춘다. 모처럼 '완전체' 대표팀 합류에 기대감이 크다. 홍 철은 "작년 유럽 2연전 때 아파서 못갔다. 손흥민, 황의조 등 유럽파 선수들과 오랜만에 만난다. (황)의조는 만나면 일단 때려야겠다"고 농담했다. 황의조의 보르도 팬들이 무척 많다고 했더니 홍 철은 "나도 K리그 울산 팬 많다"고 응수했다. 황의조는 홍 철의 성남 유스 풍생중고 후배다. 프로 데뷔 때부터 격의없이 지내온 절친 중에 절친이다.

울산에선 '올림픽대표팀 풀백' 설영우를 끔찍히 챙긴다. 후배 설영우에 대한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들었다놨다' 신공을 펼쳤다. "(설)영우는 가진 게 많다. 원래는 오른쪽 풀백인데 왼쪽도 잘해줬다. 원래 이런 스타일이 오래 간다. 오른쪽, 왼쪽 다 보고, 공격은 더럽게 못하는데 수비는 완전 잘한다"며 웃었다. "좀더 뛰면서 경험도 쌓이고 올림픽도 갔다오면 엄청 성장할 것"이라고 덕담하더니 이내 "크로스는 좀 더해야 한다"고 했다. "본인은 공격력을 숨겨놨다는데, 제발 이제 그만 좀 숨겼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왼발의 홍 철이 꼽는 '역대 최고의 왼발'은 고종수(전 대전 감독), '현역 최고의 왼발'은 염기훈, '역대 최고의 왼쪽 풀백'은 김치우(김천 상무 코치)다. "(김)치우형은 모교(풍생중고) 선배다. 형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수원 시절엔 고종수 선생님과 (염)기훈이형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고종수쌤'은 다른 운동은 안해도 화장실 갈 때도 발목 밴드운동은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쌤의 왼발은 타고난 재능에 끝없는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덕분에 나 역시 요즘도 왼발 밴드운동만큼은 꾸준히 하는 편"이라고 했다.

10년 전 자신을 닮은 후배들이 태극마크를 다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은 어떨까. 홍 철은 "어린 선수들이 정말 당차다. 우린 띠동갑이면 좀 어렵고 그런 게 있었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자신감과 파이팅이 넘친다.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이 선수들과 함께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되돌아보면 홍 철도, 황의조도 10년 전 대한민국 대표팀의 기죽지 않는 당찬 막내였다. "맞다. 하긴 우리도 그랬던 것같다. 대표선수라면 기죽어서 자기가 가진 걸 못보여주면 안된다"며 웃었다.

홍 철은 대표팀 수비라인이 예전에 비해 약하다는 세간의 평가 역시 단호히 거부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뭣보다 김민재라는 괴물이 있지 않나. (김)영권이형은 베테랑이고, (이)용이형 (김)태환이형 (김)문환이가 있다. 코로나 때문에 훈련이 없었고, 한일전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일 뿐, 2차 예선 시작하고 조직력 훈련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부상을 뛰어넘은 홍 철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각오로 벤투호에 입성한다. "내게 터닝포인트는 러시아월드컵이었다. 이후 벤투 감독님이 계속 저를 믿어주시고 뽑아주신다. 이제 저에 대한 믿음을 6월 2차예선, 9월 3차 예선에서 경쟁력으로 증명해보여야 할 때"라고 했다. 생애 두 번째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꿈도 분명했다. "러시아월드컵 때 (김)진수가 부상이 있어서 대타로 뽑혔고, (김)민우가 부상하면서 신태용 감독님이 저를 쓰셨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 운이 아닌 팀의 주축으로서 확실히 보여주고 싶은 갈망이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첫 러시아월드컵 무대에서 힘들긴 했지만 뛰든 못뛰든 매경기가 설레고 즐거웠다. 새 코칭스태프, 새 선수들과 다시 한번 즐겁게 도전해보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