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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팀될'선두 울산,PK직전 이동준이 김지현에게 건넨 한마디[애프터스토리]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5-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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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팀될'선두 울산,PK직전 이동준이 김지현에게 건넨 한마디
캡처=JTBC 중계화면

"(김)지현아, 네가 찬다면 양보할게. 자신있게 찼으면 좋겠어!"



울산 현대 홍명보호가 29일 '하나원큐 K리그1 2021' 19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원톱 김지현의 '마수걸이' 페널티킥 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승리를 빚어낸 원팀의 과정이 5월의 햇살처럼 아름다웠다.

이날 울산은 힘들기로 소문난 제주 원정에서 작심한 듯 강한 압박으로 나선 제주에 고전했다. 악전고투끝에 후반 24분 이동준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후반 39분 주민규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승점 3점을 향한 양팀의 분투는 계속됐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40분 '울산 스피드레이서' 김인성이 상대 박스 안을 집요하게 파고들다 제주 수비 정운과 충돌했다. 볼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나타난 이동준이 전광석화처럼 쇄도했다. 골키퍼 오승훈을 뚫어내며 골문을 열었다. 짜릿한 멀티골에 풀백 김태환이 기특한 후배 이동준을 번쩍 메치는 장난기 충만한 세리머니까지 선보였건만, 곧바로 VAR이 가동됐다. 이동준의 골 직전 김인성에 대한 정운의 파울이 인정됐다. 주심의 판정에 따라 이동준의 골은 지워졌고, 곧바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어 이동준이 절친 동료 김지현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다가가 무언가 설득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주지하다시피 울산의 페널티킥 전담키커 1순위는 윤빛가람이다. 종료 휘슬이 임박한 후반 45분, 승점 3점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베테랑 윤빛가람 혹은 골이 지워진 이동준이 키커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선수들이 모여 뭔가 논의하는가 싶더니, 직전 FA컵 경남과의 16강전에서 종료 직전 마수걸이골을 터뜨린 '원톱' 김지현이 결연한 표정으로 골대 앞에 섰다. 절체절명의 순간, 김지현의 슈팅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승훈의 방향을 완전히 속인 채 침착하고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리그 첫 골, FA컵에 이은 2경기 연속골로 팀의 2대1 승리를 확정 짓는 짜릿한 한 방, 원팀 울산이 환호했다. 벤치의 홍명보 감독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 PK 상황에서 이동준은 김지현에게 정확히 뭐라고 말한 걸까. 올림픽대표팀 소집을 하루 앞둔 30일 이동준이 직접 답했다. "골이 취소되고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 키커인 (윤빛)가람형이 내게 차라고 하셨다. 그때 (김)지현이 생각이 났다. 지현이에게 '네가 찬다면 난 양보하겠다. 자신 있게 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지현이가 망설이고 있을 때 우리 팀원 모두가 다같이 '자신 있게 차 보라'고 격려했고, 지현이가 '그럼 한번 차 보겠다'고 했다. 결국 지현이가 골을 넣었다. 마치 내가 득점한 것처럼 기뻤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이동준은 "사실 내 득점이 취소된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지현이가 리그 득점을 기록하고 팀이 승리를 했다는 점이 더 기쁘다"며 '원팀'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지현의 PK골 장면에 대해 "누가 차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김지현이 차길 원했던 것 같다. 김지현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 득점을 못해서 의기소침했을텐데, 2경기 연속골을 통해 해소되리라 본다"며 흐뭇함을 전했다. 홍 감독은 "팀으로서 힘이 생기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헌신해서 좋은 팀으로 만들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 한 단계 더 높은 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리그 38경기 중 절반의 반환점을 돈 이날, 울산은 승점 36점으로이날 인천 원정에서 1대1로 비긴, 1경기 덜 치른 3위 전북(승점 30)에 승점 6점차로 달아났고, 이날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3대0으로 완승한, 1경기 더 치른 2위 수원(승점 33)과 승점 3점 차를 유지했다. 4월 21일 전북전 0대0 무승부 이후 리그 8경기 무패(4승4무)다. 5월 7경기 무패와 함께 리그 3연승, FA컵 포함 4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굳게 지켰다. 더없이 훈훈하고 유례없이 끈끈한 원팀이 '행복축구'로 빚어낸 5월의 해피엔딩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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