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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득점 선두' 주민규의 특별한 비결 "43세까지 뛰려고,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박찬준 기자

입력 2021-05-30 07:06

'득점 선두' 주민규의 특별한 비결 "43세까지 뛰려고, 더 열심히 하고…


[제주=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와이프가 43세까지 축구하라고해서,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득점 선두'의 비결은 아내의 '귀여운 채찍'이었다. 주민규(31·제주 유나이티드)의 발끝이 뜨겁다. 주민규는 28일 홈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한 골을 추가하며 10호골 고지를 밟았다. 일류첸코(전북 현대·9골), 세징야(대구FC) 등 내로라 하는 골잡이들을 제치고, K리그1 득점 선두로 뛰어올랐다. 주민규는 "시즌 초만 하더라도 주저하는게 있었는데, 지금은 연습부터 과감하게 플레이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골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의 득점 레이스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부진한 팀 성적 때문이다. 제주는 초반 무패를 달리다, 최근 무승의 수렁에 빠졌다. 그는 "내가 골을 넣어서 지는건가 싶을 정도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기쁘지가 않다"고 했다. 그럴수록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선수들도 열심히 하고 있고, 준비한만큼 경기를 하고 있다. 다만 이기지 못헤 위축된 분위기가 있다. 한꺼풀만 벗겨내면 연승으로 갈 수 있다. 그럴수록 더 골을 넣고 분발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규에게 의미가 특별한 올 시즌이었다. 주민규는 지난 시즌 내내 '사마귀(바이러스성 표피 종양)'로 고생했다. 왼쪽 엄지발가락에 난 사마귀로 1년 내내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다 보여주지 못한 것까지 해내겠다는 포부가 남달랐다. 여기에 모처럼 돌아온 K리그1 무대, 2017년 상주 상무(현 김천상무) 시절 기록한 17골-6도움을 뛰어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초반 부진했다. 그는 "초반에 좀 조급했던 것 같다. K리그1에서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고, 한국에서 동계훈련을 치르다보니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다"고 했다. 터닝 포인트는 수원FC전 마수걸이 골이었다. 그 골을 기점으로 주민규의 득점 감각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주민규는 "경기를 하면서 감각을 찾았고, 감독님이 충분한 신뢰와 믿음을 주셨다. 그러다보니 한골씩 터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골 넣는 자신감은 2017년 보다 지금이 더 좋다. 찬스가 오면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나를 신뢰하고, 그에 맞춰 자신 있게 하다보니 정확하게 골을 넣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했다.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벤투호 합류에는 실패했다. 주민규는 "기대는 1도 없었다. 아내도 생각을 안하더라"라며 "그렇지만 대표팀은 선수의 꿈이다. 그 꿈을 놓치지는 않겠다"고 했다.

주민규에 대한 남기일 감독의 신뢰는 상상 이상이다. 이미 광주FC를 이끌던 시절 정조국(현 제주 코치)을 득점왕으로 만들었던 남 감독은 주민규의 득점력을 살리기 위해 수비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주민규는 "감독님이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게 해주신다. 수비 부담도 덜 주는 편이다. 내가 수비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다른 동료들이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 골을 위해 열심히 뛴다. 감독님께 보답하는게 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 감독도 이런 주민규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남 감독은 "민규의 눈을 보면 하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하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주민규는 "이제 결혼도 하고, 가장이다보니 아무래도 책임감이 커졌다. 와이프가 43세까지 뛰어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 한다. 그래서 한시간, 한시간 운동이 소중하고,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아내가 43세라고 특정한 이유는 은퇴한 '라이언킹' 이동국 때문이다. 이동국은 한국나이로 42세까지 뛰었다. 주민규는 "아내가 기록을 깨야한다며 욕심을 부리더라. 그때까지 뛰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이동국 선배를 따라잡기 위해 아이도 쌍둥이로 낳아야 하나 싶다(웃음)"고 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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