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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찐 동료애" 김지현의 마수걸이골,울산 원팀 빛났다[애프터스토리]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5-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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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찐 동료애" 김지현의 마수걸이골,울산 원팀 빛났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고들 한다. 지독한 골대 불운도, 혹독한 슬럼프도 골로 말해야 하는 공격수가 감당할 숙명이다. 말이 쉽지, 골로 말하는 게 어디 쉬운가. 축구의 신은 잔인하다. 어떨 땐 등만 스쳐도 골이 됐다가, 골이다 확신하는 순간 골문은 거짓말처럼 슈팅을 외면한다.



'울산 원톱' 김지현은 프로 입성 후 승승장구했다. 2018년 강원에서 데뷔해 첫 시즌 12경기 3골을 기록했고, 2019년 27경기 10골을 기록하며 '영플레이어상'을 거머쥐었고 지난해에도 23경기에서 8골을 터뜨렸다. 자타공인 동급 최강이라는 평가속에 올 시즌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동준, 원두재, 설영우, 김민준과 함께 젊고 빠른 홍명보호를 이끌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프로 4년차, 첫 이적 후 첫 슬럼프가 찾아왔다. 시즌 초 번뜩이는 몸놀림을 보여줬지만 기다리는 골은 좀처럼 터지질 않았다. 울산의 골 기근이 이어질 때면 원톱 공격수를 향한 눈총이 따가웠다.

26일 경남과의 첫 FA컵 16강전(3대0승), 홍 감독은 리그 11경기에서 침묵중인 김지현을 선발로 내세웠다. 전반 41분 이동준, 후반 36분 김인성의 연속골로 2-0 앞선 상황에서도 김지현을 빼지 않았다. 전후반 90분이 지나고 추가시간도 3분이 다 끝나갈 무렵, 김지현이 홍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김인성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김지현의 발끝이 번뜩였다. 마침내 골문을 연 김지현을 향해 설영우, 원두재, 이동경 등 동료들이 몰려들었다. 자신의 골처럼 기뻐했다. 김지현의 마수걸이골과 함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이청용, 김성준, 신형민, 윤빛가람, 김태환 등 선배들도 김지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위로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홍명보 감독도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가 항상 믿고 있단 걸 본인이 안다.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본인이 골을 넣어 이겨가는 것뿐인데 오늘 마지막 순간 득점으로 부담을 떨쳐냈을 것같다. 앞으로도 기대할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오늘 기회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경기 중 선수 교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늘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은 있었지만 말하진 않았다. 본인이 제일 기쁠 것같다"며 미소 지었다.

12경기만의 울산 데뷔골, 김지현의 표정에선 그간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읽혔다. 김지현은 "그간 울산이라는 팀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제 자신이 좀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 것같다"고 했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준 동료들과 팬, 홍 감독의 믿음에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는데도 불구하고 팬분들, 동료들이 한결같이 믿어줘서 힘을 받을 수 있었다.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줬다"고 했다. "홍 감독님은 늘 자신감 있게 하라는 말씀만 해주셨다. 정말 많이 믿어주셨다. 오늘을 계기로 팀에 더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쉽게 잠들 수 없는 승리의 밤, 울산 동료들은 SNS를 통해 일제히 김지현을 향한 축하, 격려, 응원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1996년생 김지현은 K리그를 대표하는 영플레이어다. 또래 선수들은 김지현의 실력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한양대 시절 '한라대 괴물 공격수' 김지현과 맞닥뜨렸던 1997년생 원두재는 2017년 추계대학연맹전 청주대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한 김지현 사진을 퍼올렸다. 이날 90분 내내 함께 최전방에서 싸웠던 동료 이동준은 '킹지현♡'이라는 한줄과 함께 김지현의 그라운드 인터뷰 사진을 올렸다. 1998년생 후배 설영우는 승리의 '어흥' 세리머니 사진과 함께 '김지현의 시즌은 이제부터다'라고 선언했다.

김지현을 아끼는 울산 베테랑 선배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투혼 풀백' 김태환이 승리 세리머니 사진과 함께 김지현을 태그했다. '약속, 힘, 엄지척' 이모티콘을 붙였다. 이날 부상을 털고 돌아와 '택배' 도움을 기록한 국대 풀백 홍 철 역시 '너무 축하해! 늦게 터진 만큼 더 많이 터지자!'라는 메시지로 김지현의 꽃길을 응원했다. 김지현의 첫 골, 원팀 울산의 동료애가 빛난 아름다운 밤이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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