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원조 K소년단'이청용 "운동장선 나이란 없다.후배들,우리때보다 뛰어나"[진심인터뷰②]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5-27 06:47

more
'원조 K소년단'이청용 "운동장선 나이란 없다.후배들,우리때보다 뛰어나"


대한민국 축구의 중심을 지켜온 이청용은 실력도 특별하지만 한국축구를 향한 생각과 태도가 더욱 특별한 선수다.



1988년생 이청용은 냉정한 프로의 그라운드에서 18년째 한결같은 모습으로 뛰고 있다. 2004년 16세에 FC서울에 입단해 19세 되던 2007시즌 5골 6도움으로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이청용, 기성용, 고명진, 등 FC서울 영건들의 활약은 대한민국 축구의 희망이었다.

이청용은 2009~20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유니폼을 입은 이후 크리스털팰리스, 독일 분데스리가2 보훔에서 달렸다. 유럽에서 10년을 버텨냈고, 지난해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치열한 유럽의 그라운드에서 오롯히 살아남았다. 지난해 3월 울산행을 택한 후 그는 "팬들에게 아직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K리그에 돌아오고 싶었다"고 했다.

스무 살의 꿈 많은 축구청년이 서른 살의 베테랑이 돼 K리그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이청용은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을 새삼 확인시키는 존재다. 그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은 즐겁다. 부상을 딛고 두 달만에 돌아온 첫 경기부터 그의 존재감은 확고했다. 전북전에서 2년만에 승리한 후 팬들은 '이청용이 이청용했다'고 환호했다. 어려운 상황에선 어디선가 나타나 볼을 끊어낸다. 측면, 중앙 가리지 않고 뚫어내고 풀어낸다. 일단 잡은 볼은 내주는 법이 없다. 거침없는 드리블로 길을 만들어낸다. 위기 때마다 몸을 던지고 팀을 하나로 묶어낸다. 동료들, 후배들이 골을 터뜨리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진심을 다해 격려한다. "우리에겐 (이)청용이형이 있다"는 동료들의 믿음은 울산의 무한 자신감이다.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이청용은 스무 살 되던 2008년 5월 31일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아시아 지역 3차예선 요르단과의 홈경기(0대0무)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그해 9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으며, 허정무 감독의 믿음 속에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나서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1대4패)에서 골맛을 봤다. 사상 첫 원정 16강 무대였던 우루과이전(1대2패)에서도 골망을 흔들었다. 스무 살 이청용에게 나이란 없었다. 그저 어린 선수가 아니라 '잘하는' 선수였다. 매경기 당찬 모습, 신나는 플레이로 선배들을 뛰어넘었고, 사상 첫 월드컵 무대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지난 24일 2000년대생 정상빈, 송민규 등 어린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청용은 올 시즌 K리그의 대세,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2000년대생 어린 후배들의 활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베이징올림픽,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태극마크를 달고 날아올랐던, 아주 오래 전 자신의 모습이다.

이청용은 "너무 보기좋다. 우리 팀에도 민준이, 윤구, 영우 다 잘한다. 상대팀 선수지만 다들 너무 보기 좋다. 우리 어릴 때보다 기량도 전술적으로도 훨씬 더 낫다. 이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할지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 어린 선수들이 '더 당돌하게' 선배들을 뛰어넘길 소망했다. "운동장에서 나이는 없다. 모두 똑같은 선수다. 우리나라는 선후배 문화라는 게 있다. 윗사람을 공경하는 문화는 좋지만 축구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후배라는 이유로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도 본다. 나이가 어려도 훈련장에서도 경기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보기 좋다. 팀에서도 우리는 후배들이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좋다. 영국에 처음 가서 느낀 점이고, 10년 정도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거기에 적응했다. 일단 서로가 가까워야 한다. 거리감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청용은 자유로운 울산의 선후배 문화를 만드는 데 솔선수범하고 있다. 지난해 이동경이 이적 문제로 고민할 때, 룸메이트로 지내며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ACL 우승 후 자가격리 기간 절친 고명진 집에서 띠동갑 후배 원두재와 함께 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후배들은 선배들 앞이라고 주눅 들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거침없듯이, 그라운드 밖에서도 할 말을 한다. 이청용은 "우린 다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좋다. 식사 순서도 따로 없다. 어린 친구들이 밥 먹고 생활하고 운동할 때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지면 좋겠다"고 했다. "감독님도 저희들도 다 같은 생각이다. 그러다보면 문화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