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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 대전 감독, '해트트릭' 박인혁에게 칭찬 대신 쓴소리 꺼낸 속뜻은?

박찬준 기자

입력 2021-05-25 11:21

이민성 대전 감독, '해트트릭' 박인혁에게 칭찬 대신 쓴소리 꺼낸 속뜻은…


[대전=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박인혁, 이제는 껍질을 깨야한다."



이례적이었다. 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은 해트트릭을 올린 선수에게 칭찬이 아닌 쓴소리를 건냈다.

대전은 2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13라운드에서 4대1 대승을 거뒀다. 6경기 만에 승점 3을 더한 대전은 승점 21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미운오리새끼' 박인혁이었다. 파투와 함께 투톱으로 나선 박인혁은 16분만에 해트트릭을 성공시켰다. 전반 13분 박진섭이 박준희에게 걸려 넘어지며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골맛을 본 박인혁은 27분 이종현이 오른쪽에서 띄워준 크로스를 멋진 헤더로 연결하며 두번째 골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박인혁은 33분 환상적인 돌파에 이은 마무리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개인 첫 해트트릭이자 K리그2 시즌 첫 해트트릭이었다. 대전 선수로는 2014년 7월 13일 아드리아노가 FC안양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후 7년만이다. 특히 대전 구단 역사상 토종 선수가 만든 첫 해트트릭이었다.

온통 시선이 박인혁에 쏠렸다. 그때 이 감독은 당근이 아닌 채찍을 들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박인혁이 여태껏 골을 못넣었다. 몰아넣은거다. 그렇게 칭찬할 일은 아니다. 스트라이커라면 매경기 넣어야 한다. 다음 경기에도 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 이제 뭔가가 나와야 한다. 해트트릭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지켜보면서 느낀게 기복이 심하다. 계속 주문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하지 않는 선수다. 본인이 깨우치지 못하면 이 한 경기로 끝날 수 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한계단 올라섰으면 좋겠다"고 했다.이례적일 정도로 냉정한 코멘트였다.

이유가 있었다. 박인혁은 어린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2015년 경희대 재학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으로 이적했다. 1m84라는 장신에 폭발적인 스피드와 개인기까지 지녔다. 대형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늘 거기까지였다.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유럽에서 실패한 후 2018년 대전에 입단한 박인혁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탔다. 여기에 경기장 밖에서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감독 역시 박인혁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라운드에 모두 쏟아붓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여러차례 드러냈다. 올 시즌에도 초반 기회를 줬지만 1골에 그쳤다. 이 감독은 최근 박인혁을 명단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고, 박인혁은 이를 악물고 해트트릭을 통해 보답했다. 박인혁은 "몇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서고 몇 경기에서는 결장했다. 그런 상황이 두 번 정도 있었다. 제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훈련장에서 감독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을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고 본다. 제가 선택을 못 받았으니 더 어필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박인혁이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감독의 조언을 몸에 새겨야 한다. 다행히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저도 기복이 제 최대 단점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은퇴할 때까지 고민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 같다. 오늘 잘했다고 일희일비 하지 않고 더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인혁이 더 성장한다면, 대전도 그만큼 승격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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