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시끌벅적 했던 '디스 매치', 부산이 웃었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21-05-23 17:51

시끌벅적 했던 '디스 매치', 부산이 웃었다


[광양=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디스 매치'의 승자는 부산 아이파크였다.



부산은 23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12라운드에서 박정인 안병준의 연속골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부산은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하며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무패행진을 3경기에서 마감한 전남은 가까스로 선두를 지켰다.

이날 광양전용구장은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준비된 1012석이 모두 팔렸다. 2011년 3월 포항 스틸러스전 이후 10년만의 매진이었다. 이토록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이유가 있다. 지난달 24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악연' 때문이었다.

전남의 1대0 승리로 끝난 후 기자회견에 나선 히카르도 페레즈 부산 감독은 K리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코멘트를 했다. "리그에서 2위를 달리는 팀이 전반 내내 11명 모두가 수비에 치중했고, 우리는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우리는 상대보다 더 좋은 경기를 했다. 상대는 2위팀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물론 이후 "상대의 전술을 존중한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전경준 감독의 수비적인 전술을 '디스'한 것은 분명했다. 경기 후 경기 중간 부상 상황에서 양 감독이 설전을 벌였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며, 더욱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경기를 앞두고 양 구단은 SNS를 통해 신경전을 펼쳤다. 전남은 19일 '승리가 곧 전술이다'는 문구의 포스터를 공개했다. 다음날 선보인 포스터는 더욱 자극적인데, 과거 예능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캡처해 전 감독이 페레즈 감독에게 전술을 가르치는 듯한 모습을 담아 '페레즈 감독님! 우리가 수비만 한다고 뭐라 하셨죠? 다시 한번 보여드릴게요!'라고 도발했다. 그러자 부산도 맞섰다. 주장 김진규가 나선 이 포스터에는 'SHUT UP'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 있었다. 지난 경기 설전 당시 페레즈 감독이 전 감독에게 들었던 말을 돌려주겠다는 의미였다.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 나선 양 팀 감독은 이런 장외 분위기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페레즈 감독은 "왜 이렇게 이번 경기가 뜨거워졌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경기에서 전남은 2위였는데 이번에는 1위다. 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전 감독은 "팬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준비하는 입장에서 부산은 상대해야 할 9팀 중 한 팀이다. 준비한대로 똑같이 운영하는게 중요하다. 여러 말이 있지만,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차분했던 양 팀 사령탑의 분위기와 달리, 경기는 뜨겁게 진행됐다. 양 팀 모두 물러서지 않는 일진일퇴의 경기를 펼쳤다. 전남이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17분 이종호의 스루패스를 받은 발로텔리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부산의 골문을 열었다. 부산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종료 직전 최 준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정인이 헤더로 연결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18분 부산이 승부를 뒤집었다. 안병준이 때린 프리킥이 수비벽을 맞고 그대로 전남 골망을 흔들었다. 안병준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간 '쉿 세리머니'로 시즌 7번째 골을 자축했다. 전남은 만회골을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부산의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끌벅적했던 '디스 매치'는 부산의 설욕으로 마무리됐다.

광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