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덕운동장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전남 드래곤즈가 충돌했다. 경기는 전남의 1대0 승리. 그런데 이 경기가 제법 큰 뒷 이야기를 남겼다. 히카르도 페레즈 부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K리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코멘트를 했다. "리그에서 2위를 달리는 팀이 전반전 열 한명 모두가 수비에 치중했고, 우리는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우리는 상대보다 더 좋은 경기를 했다. 상대는 2위팀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더 할 말이 없다." 전남의 '수비 축구'를 저격했다. 물론 이후 "상대의 전술을 존중한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전경준 감독의 '전술'을 '디스'한 것은 분명했다. 경기 후 경기 중 김현욱(전남)의 부상 상황에서 전 감독과 페레즈 감독이 설전을 벌였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며, 양 팀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그런 두 팀이 다시 만난다. 전남과 부산은 23일 광양전용구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1' 12라운드를 치른다. 지난 맞대결 이후 양 팀의 위치는 달라졌다. 전남은 승점 22로 선두로 뛰어올랐고, 부산도 6위(승점 16)까지 올라섰다.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다. 전남은 최근 외국인 선수들의 공격력이 살아나며 득점력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축구를 펼친다. 전남은 리그 최소 실점(7실점)을 기록 중이다. 부산은 젊은 선수들의 스피드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축구가 갈수록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진부하기는 하지만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매치업이다.
양 구단은 포스터를 통해 신경전을 펼쳤다. 전남은 19일 '승리가 곧 전술'이라는 표어 속 날카로운 창과 깨진 방패를 형상하며, 전남이 수비만 하는 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날 공개된 포스터는 더욱 자극적인데, 과거 예능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캡처해 전 감독이 페레즈 감독에게 전술을 가르치는 듯한 모습을 담아 '페레즈 감독님! 우리가 수비만 한다고 뭐라 하셨죠? 다시 한번 보여드릴게요!'라고 도발했다. 그러자 부산도 맞섰다. 주장 김진규가 나선 이 포스터에는 'SHUT UP'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 있었다. 지난 경기 설전 당시 전 감독이 페레즈 감독에 들었던 말을 돌려주겠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