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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울산의 지긋지긋했던 '전북 포비아', 무려 739일만에 드디어 깼다

김가을 기자

입력 2021-05-20 06:01

울산의 지긋지긋했던 '전북 포비아', 무려 739일만에 드디어 깼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주=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지긋지긋했던 '전북 포비아(공포증)'를 드디어 깼다.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17라운드 격돌. 말이 필요 없는 '빅 매치'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전북(승점 29)과 울산(승점 27)은 승점 2점을 사이에 두고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결과에 따라 선두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날 경기장에는 총 5980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전북이 앞섰다. 전북은 그동안 울산을 상대로 38승27무36패를 기록하며 역대 전적에서 우위에 있었다. 최근 10경기에서도 5승4무1패, 압도적 기록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전북은 중요한 순간마다 울산을 제압하며 최근 몇 년 간 '우승경쟁'에서 활짝 웃었다. 울산 입장에서는 '전북 포비아' 극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결전을 앞둔 홍 감독은 "올 시즌 첫 대결에서 득점하지 못했지만 더 나아진 것 같다. 그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첫 맞대결서는 0대0 무승부를 기록했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울산의 '2000년생 막내' 김민준이 포문을 열었다. 김민준은 경기 시작 8분 만에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개인기로 전북 수비수를 연거푸 따돌린 뒤 득점포를 가동했다. 울산 유스 출신으로 2018년 울산 현대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주인공. 전북을 상대로 골맛을 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북은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17분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22세 이하(U-22) 카드 이성윤 대신 '부상복귀' 한교원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카드는 적중했다. 한교원의 발끝이 빛났다. 한교원은 팀이 0-1로 밀리던 전반 24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김보경의 패스를 오른발로 살짝 밀어 득점을 완성했다. 분위기를 탄 전북은 2분뒤 역전골을 꽂아 넣었다. 이번에도 한교원이었다. 첫 번째 골과 마찬가지로 김보경의 패스를 '원샷원킬' 득점으로 연결했다.

다급해진 울산은 김민준 대신 '캡틴' 이청용을 투입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울산은 전반 35분 코너킥 상황에서 힌터제어의 오른발슛으로 기어코 2-2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다시 원점.

15분 휴식을 마친 뒤 다시 이어진 공방전. 울산이 다시 한 번 집중력을 발휘했다. 후반 11분 프리킥 상황이었다. 윤빛가람이 올린 크로스를 전북 송범근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틈을 놓치지 않았다. 울산 불투이스가 깜짝 헤더로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재역전. 울산이 3-2로 앞서나갔다.

전북이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21분 이승기 대신 쿠니모토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울산은 힌터제어 대신 이동준을 투입해 맞불을 놨다.

승리의 여신은 울산을 향해 웃었다. 이동준이 투입 2분 만에 사실상 쐐기포를 꽂아 넣었다. 바코의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리드를 잡은 울산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4대2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울산은 2019년 5월 12일 2대1 승리 이후 무려 739일 만에 리그에서 전북을 제압했다. 동시에 이날 승리로 울산은 1위 자리도 탈환했다. 지난 3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반면 전북은 충격의 2연패를 당하며 2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전북은 최근 5경기 무승(3무2패)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비마다 전북 앞에서 유독 약했던 울산. 2년여 만에 지긋지긋했던 '전북 포비아'를 깨며 1위로 껑충 올라섰다.

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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