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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버티고 보자' K리그1에서 유행처럼 번진 스리백 전술

윤진만 기자

입력 2021-05-2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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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버티고 보자' K리그1에서 유행처럼 번진 스리백 전술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상보단 현실!'



최근 K리그1 무대에서 '수비적인 스리백'을 선택하는 감독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스리백을 주된 수비 전술로 활용하는 팀은 절반이 넘는 7개팀이다. '양강' 전북 현대, 울산 현대와 하위권 FC서울, 광주FC, 그리고 포항 스틸러스를 제외한 수원 삼성, 대구FC, 제주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FC, 강원FC, 성남FC가 센터백 3명을 배치해 '안정'을 우선시한다.

시즌 초반 센터백을 두 명 세우는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하던 인천과 수원FC가 각각 10라운드와 14라운드를 기점으로 수비 전술을 스리백으로 고정하면서 K리그1에서 스리백이 차지하는 지분이 크게 늘어난 모양새다. 시즌 출발부터 스리백을 활용한 팀은 수원, 대구, 제주, 강원, 성남 등 5팀이다.

시즌 초반 성남과 제주, 최근 수원과 대구가 돌풍을 일으키며 스리백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감독들은 선호하는 전술을 일시적으로 포기하면서 위기 탈출과 승점 사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버틴 뒤 후반전에 용병술과 전술 변화로 상대의 빈틈을 공략하는 패턴이 유행처럼 번졌다. 최근 유독 '극장골'과 '극장승'이 늘어난 이유다. 센터백 한 명을 전진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스리백도 얼마든지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올해 K리그에선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대다수의 팀이 스리백 환승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독창적인 패스 축구 '병수볼'을 강원의 트레이드 마크로 만든 김병수 감독은 주축들의 줄부상과 영입생들의 더딘 적응 문제 등으로 수비 라인을 내리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실점율을 낮췄다. 지난 시즌을 통틀어 단 4차례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강원은 시즌이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그보다 많은 클린시트 5회를 기록했다.

인천은 최근 6경기에서 단 6골만을 내주는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3승2무1패, 승점 11점을 따내며 7위까지 '점프'했다. 델브리지 김광석 정동윤의 스리백이 자리잡았다. 한 계단 아래에 수원FC가 있다. 1라운드를 최하위로 마친 수원FC는 지난 18일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3대4 스코어로 패하기 이전 3경기에서 단 2골만을 내주며 2승1무, 승점 7점을 획득해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흐름이 이렇다 보니 성적이 안 좋은 '포백팀'이 스리백으로의 '환승'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수비적으로 스리백을 쓸 경우, 경기당 승점 1점씩 따내 중위권으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프로축구에 참가하는 팀들은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잔류'와 같은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감독들이 각자가 선호하는 전술을 일시적으로 포기하기도 한다. 수원 박건하 감독은 여러 차례 "포백을 더 선호한다"고 말한 바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수비적인 스리백, 그로 인해 색깔을 잃은 전술이 K리그를 지루하게 만들고, 나아가 한국축구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감독들은 공격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공격 전술을 손보는 등 '실험'을 하기보단 개인 능력이 뛰어난 외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 프로 지도자는 "지난 3월 한일전에서 한국이 기술에서 완벽히 밀린 걸 기억해야 한다. 결국은 기술이다. 그런데 이런 풍토에선 기술있는 선수가 툭 튀어나오기 어렵다. 공격수들도 압박하는데 에너지를 쏟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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