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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기 절반 이상 바꾼다, '팅커맨' 식사마 과감한 로테이션 '득과 실'

윤진만 기자

입력 2021-05-1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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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기 절반 이상 바꾼다, '팅커맨' 식사마 과감한 로테이션 '득과 실'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팅커맨'(Tinkerman·실험가). 2015~2016시즌 레스터 시티를 잉글랜드 챔피언으로 올려놓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현 삼프도리아 감독의 별명이다. 매경기 선발라인업을 자주 바꾼다는 의미에서 언론이 붙여줬다. 올시즌 K리그에서 '팅커맨'의 별명과 가장 가까운 지도자를 한 명 꼽자면 '디펜딩 챔프' 전북 현대의 김상식 감독이 아닐까 한다.



올해 전북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하나원큐 K리그1 2021' 개막 후 매경기 예측이 어려운 라인업을 꺼내들고 있다. 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7명을 바꾸는 파격을 선보인 김 감독은 지난 9일 수원 삼성과의 14라운드까지 필드 플레이어(골키퍼 제외)를 매라운드 평균 약 5.5명씩 바꾸고 있다. 절반 이상이다. 12개팀 중 변화 폭이 가장 크다. 전북에는 흔히 말하는 '주전조'가 없다. 14경기에서 동일한 선발진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선수 구성뿐 아니라 전술도 휙휙 바꿨다. 최근 5경기에서 4-2-3-1(성남전), 4-1-4-1(울산전), 다이아몬드 4-4-2(강원전, 수원 삼성전), 4-4-2(제주전)가 모두 등장했다. 2라운드 제주전에는 3-5-2 카드까지 꺼냈다. 지금까지 활용한 전술만 5가지다.

김 감독이 이렇듯 실험을 거듭하는 의도는 분명하다. 눈앞의 경기가 아니라 시즌 전체를 바라보고 '모두를 끌고간다'는 복안이다. 이달 말부터 FA컵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을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려면 15~16명이 아닌 20명 남짓 선수들의 컨디션이 일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전북의 라인업을 보면, 김 감독이 누구 하나 소외된 선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묻어있다. 풍부한 선수, 코치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국가대표 출신 현영민 JTBC 축구 해설위원은 10일 '스포츠조선'과 통화에서 "김상식 감독이 여러가지 요소를 고민했을 것이다. 우선 시즌 초반 사나흘 간격의 경기가 반복되다 보니 체력을 신경 안쓸 수 없다. 전북 선수단엔 베테랑이 많다"며 "상대팀에 따라, 선수 컨디션에 따라 변화를 가져갈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는 말도 된다. 이렇게 다양한 선수가 출전하면 '나도 이 팀의 주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과감한 로테이션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든 전술 전략이 그러하듯 로테이션이 순기능만 지닌 것은 아니다. 현 위원은 "선수는 계속해서 90분을 뛰어야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선수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옆에서 뛰는 선수가 계속 바뀌면 아무리 축구 지능이 뛰어나더라도 호흡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공격이야 창의성에 어느정도 의존한다고 하지만 수비는 조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승기 한교원 쿠니모토의 부상 복귀와 백승호의 영입으로 가용 가능한 2~3선 자원이 한꺼번에 확 늘었다. 이론상으론 팀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지만, 동계훈련 기간이 아닌 본 시즌 중 이들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김 감독은 9일 수원 삼성전(1대3)을 통해 시즌 첫 패배를 당한 뒤 비슷한 유형의 미드필더가 많다는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패스만 했지, 슛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북의 팀 슈팅수는 공동 9위에 해당하는 133개다. 시즌 초반 5경기 연속골을 넣은 일류첸코의 '개인 능력'에 의해 여전히 최다득점(24)을 달리지만, 최근 5경기에서 필드골이 단 3골밖에 없을 정도로 효율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시즌 첫 패배가 나왔다. 전북은 1라운드 때 3대1로 승리한 수원을 상대로 같은 스코어로 홈에서 패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상대 수비진에 고전할 때, 수원은 김민우~고승범~정상빈으로 이어지는 약속된 공격 패턴으로 전주성을 무너뜨렸다. 참고로, 수원은 12개팀 중 경기당 평균 로테이션 폭이 광주(1.75명)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낮은 팀이다.(2명) 수원의 라인업은 팬들도 예상이 가능할 정도지만, 지난해 '빅3' 전북 울산 포항을 모조리 제압한 '원팀'의 파괴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로테이션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들 한다. 잘 될 때는 최고의 전략이지만, 잘 안 풀릴 때는 '로테(이션)병에 걸렸다'고 비난받는다. 라니에리 감독이 첼시 시절 '팅커맨'으로 불린 이유다. 라니에리 감독은 첼시 시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김 감독은 개막 두 달여만에 1패를 당했다. 그는 수원전 기자회견에서 직접 말한대로 "고비이자 기회"라는 갈림길 앞에 섰다. 첫 패배를 당한 뒤 만나는 팀은 공교롭게 우승 라이벌 울산 현대다. 울산전에서 새로운 실험이 성공을 거두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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