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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뜨거웠지만,팬들은 '노잼'이었던 울산-전북전, 왜?'[현장리포트]

전영지 기자

입력 2021-04-2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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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뜨거웠지만,팬들은 '노잼'이었던 울산-전북전, 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어 죄송합니다."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이 21일 '하나원큐 K리그1 2020' 11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첫 현대가 더비, 1-2위 맞대결에서 0대0으로 비긴 후 한 말이다.

0대0이라고 무조건 재미없는 경기는 아니다. 단단한 내공으로 단련된 날선 창과 묵직한 방패, 상대의 허를 노리는 일진일퇴의 공방이 쉴새없이 이어지는 무승부는 때로 무협활극처럼 짜릿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울산과 전북의 승부는 그렇지 않았다.

울산은 전북의 일류첸코를 슈팅 0개로 틀어막았다. 매경기 공격포인트를 적립하며 전북의 1위 독주를 진두지휘중인 득점 1위 공격수를 꽁꽁 묶었고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했으니 전술적 성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침없이 치고 달리며, 끊임없이 치고받는 경기를 기대했던 탓일까. 후반 43분에야 터진 전북의 첫 유효슈팅도, 61%의 점유율에도 파이널서드 최종 패스에서 굴절되고, 마무리에서 막히고 넘어지는 울산의 공격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울산은 6개의 슈팅, 단 1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고 전북은 5개의 슈팅, 2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현대가 더비에서 0대0 스코어는 2017년 5월 14일 이후 약 4년만이다.

이날 뇌리에 남은 장면은 전반 28분 왼발의 이동경이 오른발로 골대를 넘긴 슈팅, 전반 36분 김지현이 쓰러지자 신형민이 전동료 홍정호과 작심하고 맞선 일촉즉발 상황, 후반 불투이스의 헤더를 일류첸코가 몸 던져 막아낸 장면, 후반 추가시간 전북 이승기의 회심 슈팅을 조현우가 폭풍선방한 장면 정도였다.

하지만 90분 내내 1대1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초집중 상태로 쉼없이 달렸던 선수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울산 신흥 파이터 신형민은 "기대만큼 재미있었다. 서로 찬스가 없었다는 것은 서로 큰 찬스를 주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우린 쫓아가는 입장이고 전북은 지키는 입장이다보니 지지 않으려고 이기려고 애쓰다보니, 이겨야 사는 경쟁 상대이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재미있었다는데 팬들은 재미없었던 1-2위전. 김상식 전북 감독은 승점 6점 차로 벌어진 상황에서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게 '지키기 위해' 소극적 플레이를 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4월 내내 이어진 주중 경기로 인한 빡빡한 스케줄로 양팀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고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결과를 내야 하는 경기인 만큼 신중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하게 된다는 점, 실수 한번에 승부가 갈릴 수 있는 경기인 데다 라이벌전의 성격상 긴장감, 압박감이 높다는 점 등도 이유로 거론됐다.

돌아보면 작년에도 울산-전북전은 팬들이 기대하는 K리그 2강의 클래스엔 미치지 못했다. 당시엔 '1강' 전북보다는 우승 부담감에 짓눌린 울산에 원인이 있었다. 첫 만남에선 울산의 퇴장 악재속에 10대11의 경기를 했고, 두 번째 만남은 울산이 평소와 다른 깜짝 전술로 나선 가운데 전북 바로우가 미친 활약을 펼쳤다. 시즌 막판 '사실상의 결승전'에선 부담감과 긴장감으로 100%의 울산을 보여주지 못했다.

차이가 있었다면 이번 맞대결에선 매번 울산 상대 '위너'의 자신감으로 맞섰던 전북이 뜻밖에 무기력했다는 것이다. '닥공' '화공' 전북에게 무득점은 낯설다. 소위 '꾸역승'이라도 어떻게든 골을 밀어넣고, 지더라도 웬만해선 영패는 하지 않는 팀이다. 전북이 무득점을 기록한 리그 경기는 작년 10월 3일 포항전(0대1패) 이후 처음이다.

"대한민국에서 A매치 다음으로 관심 있는 경기"라는 홍명보 감독의 전언대로 K리그 올스타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울산-전북전에서 100%의 울산, 100%의 전북으로 100%의 공격, 100%의 수비를 하는 만화같은 축구를 기대하는 팬들에게 양팀 통틀어 유효슈팅 3개에 그친 경기에 대한 실망은 일견 당연하다. 눈앞의 승점, 우승만큼이나 팬들이 열광하는 내용과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리그 중후반으로 가면서 우승 경쟁이 더욱 첨예해지면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100%의 '현대가 더비'를 볼 수 없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팬을 위한 축구를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건 경기 후 양팀 감독들의 진솔한 코멘트와 겸허한 인정이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좀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K리그 1-2위팀끼리 흥행을 위해 더 재미있는 공격적인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됐다. 다음엔 승부를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도 '치고받는 승부'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서로 치고받고 골도 나고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인정한다. 양팀 다 더 공격적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같다. 골이 나지 않은 부분은 정말 아쉽다"고 했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점씩을 나눠가진 1위 전북(승점 27)과 2위 울산(승점 21)은 승점 6점차를 유지했다. K리그1 12라운드에서 전북은 24일 오후 7시 강원 원정, 울산은 25일 오후 2시 인천 원정에 나선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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