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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ESL 기습 출범, 유럽 BIG15 클럽은 그들만의 '돈벼락 무대'를 원했다

노주환 기자

입력 2021-04-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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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L 기습 출범, 유럽 BIG15 클럽은 그들만의 '돈벼락 무대'를 원…
캡처=BBC 홈페이지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럽 빅리그 빅클럽들이 기존 축구판을 깨트리기 위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유럽 3대리그 빅클럽 12팀이 기존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축소판인 '유러피언 슈퍼리그(ESL)'를 새롭게 출범시킨다고 19일(한국시각) 공식 발표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와 전문가들은 지금의 질서를 깨트린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유럽 정치 지도자들까지 축구팬들의 비난 여론에 가세했다.



이번 ESL에는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6 아스널 첼시 리버풀 맨시티 맨유 토트넘, 이탈리아 세리에A 3팀 AC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 그리고 스페인 프리메라라리가 3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가 함께 하기로 했다. 과거부터 유럽 최상위 빅클럽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싶어했다. UCL 보다 더 수준 높은 슈퍼리그를 원했다. 그런 움직임이 코로나19에 따른 손실과 맞물려 이번에 실천으로 옮겨진 것이다. ESL은 공동 성명서에서 '슈퍼리그는 새로운 주중 대회다. 새로운 리그와 축구계 전반에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UEFA, FIFA와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초대 회장은 레알 마드리드 페레스 회장이 맡는다. 조만간 3팀이 추가로 가세할 것이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바이에른 뮌헨(독일) 파리생제르맹(프랑스) 등의 참가를 점치고 있다. 15팀이 창립 멤버가 된다는 것이다.

UEFA는 발끈했다. ESL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자국 및 유럽 무대 출전을 금지시키겠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FIFA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걸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고, 또 참가하는 선수는 월드컵 출전 기회를 박탈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맨유 출신으로 스카이스포츠 전문가로 활동 중인 게리 네빌은 "ESL의 출범은 범죄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리버풀 출신 전문가 대니 머피도 "실망스럽고 부끄러운 결정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논평을 내놓았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SNS에서 "ESL은 축구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연대와 스포츠의 가치를 위협한다. 프랑스 구단들이 동참하지 않은 걸 환영한다"고 했다.

이미 ESL은 리그 포맷까지 거의 정했다. 15팀 창립팀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매시즌 5팀을 추가해 총 20팀이 참가한다. 15팀은 매년 고정이고, 별도 예선전을 거처 5팀을 합류시키는 시스템이다. ESL은 매년 8월부터 주중에 열릴 예정이다. 2022년 여름 시작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한다. 주말에는 각자 속한 자국 리그에서 정규리그 일정을 소화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UCL, 유로파리그(UEL) 일정과 겹치게 된다.

ESL 조별리그는 10팀씩 2조개로 돌아간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다. 리그를 치른 후 각조 상위 3팀 즉 6팀이 자동으로 8강에 진출한다. 각조 4~5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나머지 2팀을 결정한다. 8강부터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러 최종 우승자를 5월말에 중립지역에서 가린다.

결국 돈 때문에 빅클럽이 움직였고, 그들만의 리그를 꾸리겠다고 나섰다. 지금과 같은 UCL과 UEL로는 빅클럽들이 수지타산을 맞추면서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빅클럽들은 코로나19로 엄청난 손실을 봤고, 계속 통장 잔고가 비어가고 있다. ESL 뒤에는 미국 금융사 JP모건이 버티고 있다고 한다. ESL에 46억파운드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서에서 '새 대회의 연대지급액(solidarity payments)은 현재 유럽클럽 대항전을 통해 얻는 금액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초기에 100억유로(약 13조36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또 창립멤버에는 인프라 투자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35억유로(약 4조6782억원)가 주어진다'고 밝혔다.

자금난에 시달린 빅클럽들의 숨통을 터주는 돈벼락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국 대중지 더 선에 따르면 창립 클럽들은 매해 모든 경기에서 지더라도 1억3000만파운드(약 201억원)를 받을 수 있다. 우승팀은 2억1200만파운드(약 3282억원)를 더 가져갈 수 있다. 기존의 UCL 우승 상금(1900만유로)과는 비교가 안 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UEFA와 FIFA 그리고 각국 축구협회와 리그연맹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특히 UEFA 입장에선 ESL이 시작할 경우 기존 UCL와 UEL은 경제적 가치가 떨어질 것이며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UEFA가 입을 경제적 타격은 치명적일 수 있다. FIFA, 유럽 각국 축구협회와 빅리그 사무국들도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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