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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마저 넘었다' 대전 하나의 초반 질주, 지난 시즌과는 다르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21-04-18 15:23

'이랜드마저 넘었다' 대전 하나의 초반 질주, 지난 시즌과는 다르다


[대전=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대전하나시티즌의 상승세가 무섭다.



대전은 1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7라운드에서 2대1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1, 2위 맞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초반 승격싸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경기, 결국 대전이 웃었다. 이랜드는 많이 뛰고, 수비적인 팀이다. 비슷한 팀 컬러를 가진 대전 입장에서는 힘든 상대였다. 하지만 대전은 경기 내내 이랜드를 압도하는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4연승에 성공한 대전은 고비를 넘고 승점 15(5승2패)로 선두를 질주했다.

눈여겨 볼 것은 내용이다. 지난 시즌 기업구단으로 인수된 대전은 많은 기대를 받았다. 과감한 투자를 앞세운 대전은 K리그1급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기대 이하였다. 특히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특징 없이 답답한 경기가 반복됐다. 기술도, 투지도 실종된 모습이었다. 대전은 시즌 중반 초대감독으로 데려온 황선홍 감독과의 이별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내용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대전은 재미와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채, 그토록 외쳤던 승격까지 실패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새롭게 부임한 이민성 감독이 체질개선에 나섰다. K리그 감독은 처음이지만 한국, 중국, 대표팀에서 코치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이 감독은 대전 부임 후 체력 강화라는 특명을 내렸다. 겨우내 곡소리 나는 체력훈련이 이어졌다. 선수들이 이구동성 "프로 입성 후 가장 힘든 훈련이었다"고 토로했을 정도. 이 감독은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빠른 전환을 강조한 축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위해 일단 척추부터 새롭게 만졌다. 허리진에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이진현 이현식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 대전의 가장 아쉬운 점은 중앙에서 볼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기술과 창의력을 갖춘 두 선수의 가세로 문제가 해결됐다. 빠른 공수 전환을 위해서는 가운데서 빠르게 볼을 뿌려줘야 하는데, 이진현과 이현식이 이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이진현은 이같은 활약을 앞세워 다시 A대표팀에 부름을 받기도 했다.

불안했던 수비진은 스리백 카드로 해결했다. 주목할 것은 스리백의 연령이다. 주전 스리백 이지솔 김민덕 임덕근의 평균 연령은 22.6세에 불과하다. 수비는 실력 만큼이나 경험이 중요한 자리. 하지만 '명수비수 출신' 이 감독은 이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과감히 중용했다. 울산에서 기회를 받지 못한 김민덕은 수비의 리더로 맹활약을 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선수' 이정문과 트레이드로 데려온 임덕근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두 젊은 수비수의 활약에 '팀내 최고 스타' 이지솔도 각성하는 효과를 얻었다.

최전방은 바이오의 몸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미완의 대기' 박인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방부터 과감한 압박을 내세운 이 감독은 활동량이 많은 박인혁을 주전으로 기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박인혁은 새롭게 영입한 파투와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K리그 입성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많이 뛰는 축구를 펼치는 대전은 '역동성'이라는 확실한 색깔을 앞세워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 지난 시즌에도 이 즈음 선두권을 형성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불안요소가 많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호재가 더 많다. 이 감독은 시즌 개막 전부터 "한바퀴는 돌아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상대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때가 돼야 대전의 색깔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감독은 "우리가 체력훈련을 많이 한만큼 초반 4~5경기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대전은 첫 경기 승리 후 연패에 빠졌다. 이 감독은 일희일비 하지 않았고, 대전은 구상대로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초반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내가 원하는 축구의 70~80%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냉정히 말했다. 하지만 그 20~30%를 채우기 위한, 확실한 계획이 있는 지금, 대전의 올 시즌은 분명 지난 시즌과는 다르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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