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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현장포커스]손흥민은 '피해자' 비난받을 이유 없다

이건 기자

입력 2021-04-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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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피해자' 비난받을 이유 없다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토트넘과 맨유의 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손흥민(토트넘)은 골을 넣었다. 리그 14호골이자 시즌 19호골이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패배했다. 그리고 손흥민은 온갖 비난을 받고 있다.



분명 손흥민은 잘못이 없다. 그럼에도 어처구니없는 비난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11일 오후 손흥민의 SNS는 난리가 났다. 토트넘의 SNS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혐오스러운 단어들이 댓글창을 도배했다. 손흥민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들이었다. '다이빙'이나 '치팅'은 평범했다. F가 들어간 험한 단어들, '개를 먹는다'는 인종차별적 표현들이 난무했다. 급기야 토트넘은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선수 중 한 명(손흥민)에 대한 끔찍한 인종차별이 있었다. 또다시 SNS 플랫폼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행위에 대해 우리 구단은 프리미어리그와 함께 전수 조사를 단행할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손흥민, 우리는 당신과 함께합니다'고 했다.

▶팩트

논란의 장면을 돌려보자. 전반 36분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맥토미니를 막는 과정이었다. 맥토미니는 달려가면서 팔로 손흥민을 뿌리쳤다. 그러면서 얼굴을 가격했다. 손흥민은 쓰러졌다.

시간을 돌려보자. 전반 8분 맨유 폴 포그바는 팔꿈치로 세르지 오리에를 가격했다. 오리에는 넘어졌다. 전반 32분 마커스 래시포드 역시 공격을 펼치다가 지오반니 로셀소에게 가격당했다. 래시포드 역시 넘어졌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그 어떤 비난도 없다. 손흥민에게만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어진 상황에서 맨유의 골이 나왔다. 카바니가 포그바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었다. 멋진 골이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단체로 항의했다. 크리스 카바나 주심은 VAR을 실시했다. 결국 맥토미니의 파울을 인정했다. 골을 취소시켰다. 여기까지가 팩트다.

▶판정

크리스 카바나 주심의 파울 판정은 정당했다. 축구 규칙을 살펴보자. 제 12조 반칙과 불법행위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주심의 견해로 선수가 조심성 없이, 무모하게 또는 과도한 힘을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반칙을 범했다면 직접 프리킥이 주어진다'고 했다.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때리거나, 때리려고 시도했을 때'로 명시되어 있다. '조심성 없이'에 대한 정의도 나와있다. '조심성 없이'는 선수가 도전을 할 때 주의 또는 배려가 부족하거나, 경계심 없이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맥토미니의 '의도'는 중요치않다. 조심성이 없었다. 조심성 없이 손흥민을 때렸다. 때릴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때렸다. 그게 판정의 기준이다. 카바나 주심의 판정은 분명 정심이다.

▶논란

논란이 일었다. 경기를 해설하던 로이 킨이 첫번째 기름을 부었다. 경기 중 킨은 손흥민의 다이빙을 지적했다. 그는 "나는 정말 놀라웠다. 나는 말해야겠다. 그것이 파울이라면, 우리 모두 집으로 가야한다. 정말 기괴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로이 킨에게 축구 규칙 제 12조를 보여줘야겠다. 동시에 IFAB가 발간한 축구 규칙을 선물해줘야겠다. 영어로도 병기되어 있다. 아일랜드 출신인 킨이라면 충분히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기름은 올레 군나 솔샤르 감독이 부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취소된 카바니의 골은 대단한 골"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속임수를 써서는 안된다. 만약 내 아들이 3분 동안 쓰러진 채로 있고, 10명의 동료가 그를 일으켜 세우려 도와야만 한다면, 나는 아들에게 밥을 안 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부끄러운 짓이기 때문(We shouldn't be conned. If my son stayed down for three minutes and needed 10 mates to help him up, he wouldn't get any food. because that's embarrassing)"라고 했다. 아들(Son)은 손흥민을 의미했다. 즉 손흥민이 속임수를 썼다는 의미였다.

근본적인 아쉬움은 주심에게도 있다. 전반 8분 오리에, 전반 32분 래시포드가 가격당했을 때 즉각 VAR을 통해 판정을 했어야 했다. 팬들 사이에 누적될 수 있는 불만을 즉각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결국 주심의 우유부단한 성향이 사태를 키웠다.

마지막으로 의문이 남았다. 만약 손흥민이 아니라 잉글랜드 국적의 스타 선수가 당사자였다면. 혹은 아시아인이 아니라 백인이나 흑인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똑같은 잣대로 비난을 퍼부었을 것이라 믿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