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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소풍' 나문희 "먼저 떠난 남편, '백만송이 장미'처럼 사랑했다" (종합)

안소윤 기자

입력 2024-02-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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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풍' 나문희 "먼저 떠난 남편, '백만송이 장미'처럼 사랑했다" (…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나문희가 영화 '소풍'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다. 극 중에서 삐심이 은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그는 묵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며 관객들에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괴담만찬', '더 웹툰: 예고살인' 김용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소풍'은 나문희 매니저의 아내가 직접 각본을 쓴 작품이다. 그는 "내가 매니저를 항상 '내비게이션'이라고 부를 정도로 상황 파악을 잘한다. 어떤 작품을 해야 잘 될 거라는 걸 함께 고민도 많이 해준다. 그만큼 이 사람이 정한 것에 대해선 나도 믿음을 갖고 쭉 간다. 사실 영화를 처음 봤을 땐 100%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되니까, '네가 날 20년 넘게 도와줬는데 나도 너 한번 크게 도와주겠다'하고 참여했다"라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특히 투덜이 금순을 연기한 김영옥과는 빛나는 케미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나문희는 "다른 배우들과도 친하고 좋지만, 작품 시나리오를 봤을 때 상대 배우와 호흡이 잘 맞아야 할 것 같아서 김영옥 언니와 함께 하고 싶었다. 특별히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연기하는 걸 눈으로 보고 있으면 다 느껴진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니다. 서로 친해도 조심해야 할 건 조심하면서 경우는 지키고, 꼭 필요할 땐 옆에 있어주면서 우정을 유지했다. 둘 다 배고팠던 시절에 함께 연기했기 때문에 이미 인생 공부를 하고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춘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또한 '소풍'은 가수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OST로 삽입돼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나문희는 "'모래 알갱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우리 영화하고 너무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바쁜 사람이 용기를 갖고 참여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최근에는 김영옥, 김용균 감독과 함께 임영웅의 전국투어 '아임 히어로' 마지막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당시 '일산 사는 호박고구마'라는 닉네임으로 보낸 사연이 채택되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나문희는 "나는 임영웅의 세계가 따로 있는 줄 몰랐다. 막상 콘서트에 가보니까 사람을 녹일 수밖에 없겠더라. 사람이 진국인 데다 똑똑하고 배려도 잘한다"며 "처음에 '모래 알갱이'라는 곡을 음악 감독님이 먼저 선택했다고 하더라. 다행히 임영웅이 우리 영화를 보고 승낙해 줘서 고마웠다. 김영옥 언니는 임영웅의 1호 팬이다. 속으로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콘서트에 가보니까 홀딱 빠지게 됐다(웃음). 임영웅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르는데 마치 나한테 노래를 해주는 것 같았다"고 각별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임영웅 콘서트에 사연을 보내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내 사연이 선택될 줄 모르고 편지를 썼다"며 "'일산 사는 호박고구마'라는 닉네임으로 썼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읽어줘서 벌떡 앉았다 일어났다만 반복했다"고 옷으며 말했다.

앞서 나문희는 지난해 12월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소풍'을 이렇게까지 열심히 촬영하게 될 줄 몰랐다. 그 당시에 우리 영감이 살짝 아팠다. 큰 딸한테 영감을 맡겨놓고 거의 촬영장에서 줄 곧 살았다. 영화 촬영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한 순간도 다른 곳에 가지 않았다. 집에 뜨거운 물 나오는 수도도 고장이 났는데, '영화 개봉하면 고쳐야지' 했다. 그땐 마음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는 게 싫었다"고 전했다.

또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영화를 찍을 때마다 '여보 사랑해'하면서 잠들었는데, 그땐 그 정도로 절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촬영 다녀와서 보니 (남편의 건강) 상황이 더 나빠졌다. 그런데 또 나에겐 우리 영감을 사랑할 시간이 주어졌다. 다른 작품 촬영을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함께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사랑이라는 게 '백만송이 장미'라는 노래 가사 같더라. 꽃은 미워하는 마음 없이 순수한 사랑을 할 때 피는 것 같다. 나도 우리 영감을 사랑하면서 그런 꽃을 피워봤던 것 같다"고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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