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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고현정? 날 꺼내준 사람"..한혜연, '슈스스TV' 1년 공백기의 의미(종합)

문지연 기자

입력 2021-12-25 17:49

수정 2021-12-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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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정? 날 꺼내준 사람"..한혜연, '슈스스TV' 1년 공백기의 의…
사진=슈스스TV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이사가 '슈스스TV'의 1년 공백기, 그리고 고현정과의 인연을 털어놨다.



'슈스스'(슈퍼스타스타일리스트)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는 한혜연 이사는 한지민과 공효진, 이정재, 임수정, 김태희 등 국내 톱스타들의 스타일링을 직접 맡으며 활약해온 국내 원톱 스타일리스트. 그런 그가 고현정의 러브콜을 받으며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유보라 극본, 임현욱 연출)에서의 고현정을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고현정의 스타일링은 특히나 화제가 됐다. 매회 방송이 종료될 때마다 '고현정 8회 코트' 등이 연관 검색어로 생성되기도 했다.

당대의 최고의 스타들을 만나왔던 한혜연 이사였지만, 유독 고현정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10년 전 한 현장에서 인사하며 만났던 고현정과는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만나게 됐다고. 이후로도 스케줄상 고현정의 타 드라마 스타일링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한혜연 이사는 우연히 만난 고현정과 구두로 '너를 닮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단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한혜연 이사는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고현정 씨가 '지난번에 제가 뭐 해달라 했을 때 거절하셨잖아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요? 전 그런 적이 없어요!'라고 했는데, 스케줄상 맞지 않다고 했던 걸 거절로 들었더라. 그랬더니 '그런거구나?'하고는 '일 들어가면 같이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전 해주시는 걸로 알게요'하고는 가더라. 그때가 작년 10월 쯤이었다. 그러다 한 두 달 뒤에 연락이 와서 '그래 해보자!'고 했었다"고 말했다.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너를 닮은 사람'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12월, 1월에 촬영을 들어가 무려 8개월을 촬영했기에 의상 협찬과 공수도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긴 여정이 시작됐다"던 한혜연 이사는 "대본을 보는데 총 70신이면 50신이 희주였다. '뭐 이런 대본이 다 있어!'할 정도로 '우리는 죽었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옷을 입히는 것마다 너무 잘 소화했다. 고현정 씨는 자신만의 호불호가 분명히 있는 사람이고, 협찬이 안되면 그냥 사버릴 정도로 시원하다. 우리도 옷을 입히다 보면 브랜드부터 까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믹스를 해서 입겠다'고 했을 때도 따지지 않고 '걱정 말라'고 하셔서 우리의 무시무시한 여정이 시작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입는 옷마다 화제를 불렀던 고현정의 스타일링은 매회 의상을 찾아보는 시청자들의 검색어로 증명됐다. '고현정 8회 코트'라 불리는 지춘희 코트는 여전히 회자되는 중이다. 한혜연 이사는 "고현정 씨가 팔다리가 유난히 긴 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성들의 신장에 맞춰 수입되는 브랜드들의 코트보다 조금 더 길어야 한다. 그렇게 입으려면 맞추는 방법 뿐이었는데 '어디가서 맞추지?'하면서 지춘희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렇게 맞추니 옷이 정말 예쁘더라. 그 코트뿐만 아니라 처음에 입고 나왔던 옷도 그랬고, 외국 브랜드들도 많이 입었다. 그렇게 협찬해오고 공수해오고, 이번년도 옷으로 당겨서 받아오고 엄청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고현정의 인생샷을 만들었다는 '백상예술대상'도 화제가 됐다. 당시 몸매를 타고 흐르는 톰포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고현정의 모습이 당일 시상식을 압도했다. 한혜연 이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저는 현장에 가서 몰랐는데, 현장 분위기가 고현정이 나오니 '헉'이지 않았나. 숙명적인 드레스였다고 생각한다. 뿌듯한 정도가 아니라 마치 고현정이 태어나며 나도 뒤따라 나온 느낌이었다. 그 드레스로 인해 뭔가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고, 그후에 드라마 끝나고 결과가 좋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일하기 시원했다던 고현정의 화통한 성격은 드라마 내내 의상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고현정은 '너를 닮은 사람'에서 에르메스의 캘리백을 바닥에 치며 분노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고현정이 파괴한 에르메스의 백은 그의 개인 소장품. 한혜연 이사는 "대본에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고급스러운 여인의 느낌'이라는 지문이 있었고, 힘을 다 뺀 스타일링을 일부러 연출했었다. 가방에 대해 고민을 했었는데, 어떤 가방으로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런데 고현정 씨가 '이사님 저 집에 있는 백 있는데, 한번에 할게요'라고 하더라. 처음엔 말로만 그런 줄 알고 말렸었는데 정말 그걸로 할 요량이더라. 그런데 정말 한번에 성공했다. 그 모습을 모니터하면서 한번 내려칠 때마다 똑같이 움찔 움찔 했었다"고 말했다.

'프로와 프로가 만났다'는 평이 딱 맞아 떨어진 두 프로의 조합이었다. 비슷한 연령대의 두 사람은 처음엔 우연으로 시작했지만, 후에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한혜연은 "제가 좀 심정적으로 힘들 때 이 드라마를 했던 것이라 고 배우에게 고마운 부분이 많았다. 나를 많이 꺼내줬고, 어쩔 수 없이 나가서 일을 하면서 '어떤 일이 생길까'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고현정은 나를 꺼내준 사람이다"라며 "드라마를 하면서 고현정의 팬이 됐다. 고현정 씨가 가끔 하는 게 '편의점 골든벨'이다. 스태프들에게 필요한 것도 많은데, 시간 될 때 편의점을 섭외해 스태프들에게 열어준 거다. 몇 시간을 열어두니 어마어마한 금액이 결제되기도 했다. 또 전 스태프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다 뿌리니 얼마나 '치얼업(Cheer Up)' 하고 싶겠나"라며 고현정을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고현정을 향해 "나를 꺼내준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한혜연 이사이게 지난해는 힘든 한해가 됐다. 유튜브 채널 '슈스스TV'가 실수로 인한 '뒷광고' 논란에 휘말리는 등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 처했던 것. 이후 1년 만에 '슈스스TV'로 돌아오게 된 한혜연 이사는 그동안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고. 한혜연 이사는 "좋은 분들이 계셔서 많이 도와주셨다. '내가 무슨 대응을 해'했던 것도 있다. 저는 제가 어색해서 사람들이 옆에 와서 '팬이에요!'하면 내가 반응을 할 거 같지만, 절대 못한다. 조용히 '고맙습니다'하고 도망을 가는 스타일이다. 제가 일을 한번 겪으니 스스로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를 하는 게 맞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준비가 돼 있나?'하는 것의 문제였던 것 같다"고 했다.

유튜브 촬영을 재개하며 '헬로 베이비들'을 시원히 외칠 수 없었다는 한혜연은 점차 자신의 텐션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는 "아무리 '척'을 하려고 해도 '헬로 베이비들'이 첫 촬영에 나오지 않았다. 다 찍고 나왔는데 조심스럽게 비디오를 찍는 친구가 '앞에 인사 다시할까요?'했는데 내가 '그냥 하자'고 했었다. 슬픈 건 할 줄 아는 게 이것?♧ 없는 것이다.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다"며 "그래도 최근 댓글창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응원이 많았다. 제가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기 보다는, 어떻게 뭘 하다 보니 소속사라는 것도 생기고, 말도 안되는 것들도 생기며 살고 있다. 그동안은 말도 안되는 브랜드라도 '포트폴리오 첫장에 끼우겠다'는 생각으로 일해왔고, 결과적으로 고 배우를 해서 좋은 것도 있다. 그동안은 '셀럽 아니고 연예인 아니고'라고 했지만, 속으론 나도 바라는 게 있었나 보다. 나도 눈치를 보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즐겼나 보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걷잡을 수 없이 휩쓸렸던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긴 시간 공백기를 가지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왔다는 한혜연 이사는 자신의 구독자인 '베이비들'을 위해 다시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슈스스'가 지향하는 바가 같다. 좋은 스토리나 정보,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나누기 위해, 친절한 채널을 만들어서 서로 그렇게 공유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저는 지금 콘텐츠에 대해 굉장히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이 기본이고 기준이라 그걸 버리거나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제가 나이에 먹어감에 따라,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들이 있고, 내가 가진 영향력이 있다면, 그 영향력으로 할 수 있는 더 재미있고 멋있는 콘텐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슈스스'로 살아온 한혜연 이사에게 스타일리스트는 '인생' 그 자체. 한혜연 이사는 "이 작업은 그냥 인생의 너무 큰 한 부분이다. 내가 있으면, 그림자가 있지 않나. 늘 따라다니는 것. 공기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걸 하고 싶지 않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것. 그전엔 계획해서 알차게 밥때도 맞춰서 밥을 먹고 했었다면, 그게 잠깐 밸런스가 깨졌다가 다시 맞춰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저에게는 일이라는 게 의미가 크다"고 말하며 의미를 짚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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