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인터뷰] '홍섭녀'→흑화 홍덕로..'옷소매'로 발견한 강훈이란 신예(종합)

문지연 기자

입력 2021-12-27 12:29

수정 2021-12-27 13:52

more
 '홍섭녀'→흑화 홍덕로..'옷소매'로 발견한 강훈이란 신예(종합)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강훈이 12년간의 '신인' 생활 끝에 '배우'로 우뚝 섰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정해리 극본, 정지인 송연화 연출)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을 담은 드라마. 조선 최고의 로맨스라는 정조와 궁녀 성덕임의 사랑을 담아내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 최고 시청률은 14.3%(15회)로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중이다.(닐슨코리아 전국기준)

강훈은 극중 홍덕로(홍국영)으로 분해 정조 이산(이준호)의 옆을 지킨 충신으로 시작해 비뚤어진 욕망과 흑화 폭주를 가동하는 인물을 그려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광기와 분노에 사로잡힌 홍덕로를 연기한 그는 최후까지 강렬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호평받았다.

강훈은 27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온라인을 통해 만나 "이렇게 좋은 작품에 출연하게 돼서 영광이었다. 먼저 이 작품의 오디션에 합격한 이후에 굉장히 많은 준비를 했고, 감독님과 계속 만나면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 그러다 보니 끝났을 때 굉장히 기분이 울컥하더라. 그래서 되게 좋았던 작품이었고, 좋은 호응이나 관심을 얻게 돼서 영광이고 감사드린다"는 종영 소감을 남겼다.

오디션을 통해 '옷소매 붉은 끝동'의 홍덕로를 쟁취했다는 강훈은 '미남자'이자 '야망가'인 홍덕로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특히 6kg을 감량하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강훈은 "오디션을 봤을 때 항상 '선한 느낌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 오디션에서는 '착한데 조금 서늘한 눈빛이 있다'고 해주셨다. 그게 캐스팅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항상 얘기했던 부분이 '저는 미남자가 아니다. 근데 조선시대 때는 미남자였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연기를 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미소에 나인들이 좋아하고 쓰러지기 때문에 제가 항상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미소를 연습했다. 계속 웃고, 어떤 웃음이 그 사람을 웃게 만들고 기분 좋게 만들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를 처음에 봤을 때 '잘생긴 외모'라는 설명이 있어서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자신이 없으면 잘생긴 것의 중간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내가 잘생겼다'고 계속 생각하며 다녔다. 그 자신감이 어느 정도 보여지기만 한다면, 그래도 조선의 미남자는 되지 않을까 싶어서 부담을 이겨냈던 것 같다"고 했다.

홍덕로는 특히 이산을 향한 충심에서 야망으로 그 감정이 변해간 인물. 이 때문에 '홍섭녀(홍덕로 서브녀)'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강훈은 "겸사서일 때는 세손 저하를 무사히 보위에 올리는 게 가장 중요했던 일이었고, 도승지로 변했을 때는 저의 야망을 드러낸다 생각했다. 사극은 행동으로 보여줄 수 없어서 항상 연습했던 것은 눈이었다. 수염을 붙일지 말지도 고민하다 붙이게 됐는데, 그 부분이 어느 정도의 흑화된 모습을 잘 보이게 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흑화하며 눈도 변했을 거라고 생각해서 거울을 보면서 연습했다. 감독님도 '굉장히 흑화했다'고 해주셔서 수염을 붙인 뒤 할 수 있는 표현들을 다 열심히 했다"고 했다.

극중 덕로와 덕임의 대립도 흥미롭게 그려졌다. 강훈은 "산을 두고 덕로와 덕임이 삼각관계를 형성하는데, 저는 항상 감독님과 얘기했던 부분이 산에 대한 저의 마음은 모든 것이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었다. 감독님이 '충'이 '애'로 바뀐다고 하셨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고, 산이란 인물에 대해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었다. '홍섭녀'라는 별명도 촬영장에서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이 그렇게 말씀하셔서 알게 됐다. 대본을 보면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이라 '이게 뭐지'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촬영장에서 다들 '섭녀'라고 불러주셔서 '작품을 하면서 이런 별명도 생기는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전히 홍덕로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강훈이었지만, 시청자들의 '찐반응'은 확실히 받았다. 덕로에 대한 비호감과 배우에 대한 호감이 적절히 얽힌 반응을 얻어낸 것. 강훈은 "홍덕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반응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기에, 나쁜 평들에 대해 '연기를 나쁘지 않게 잘하고 있구나'라는 반응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오히려 저는 이런 반응들이 '내가 생각한 반응이 나온다!'고 생각해서 좋았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이산에게 편지를 남기고 죽게 되는데, 마지막에 그래도 '후회를 하고 가는구나. 큐피드가 돼서 떠나는구나!'라는 반응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의 반응은 늘 좋았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받기 전부터 배우들의 열정이 이미 촬영 현장을 압도했던 것. 이에 강훈도 이준호, 이세영 두 배우와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극에 몰입해갔다고 했다. 이 덕분일까. 올해 열리는 MBC 연기대상에서의 수상 가능성 역시 점쳐지는 중. 이준호와 이세영이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강훈도 신인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강훈은 "저는 처음에 신인상 후보로 들어가 MBC에서 '와주시면 된다'고 하셨을 때 그냥 그 자리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꿈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제가 상복이 없어서 고등학교 개근상 이후에 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 그 이후에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서 주신다면 감사히 받을 생각이다"라고 했다. 또 이세영과 이준호에 대해서는 "촬영장에서 제가 본 준호 형은 연기에 대해 진심이고, 디테일하고, 또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이 했으니 준호 형이 대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또 이세영 배우도 두분 다 너무 잘하는 사람이고. 제가 누구를 수상자로 점치기 보다는 두분 다 받으시고, 공동 대상을 받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또 저희 드라마에서 가장 중심을 잡아주신 이덕화 선배님이 받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덕로와 같은 맹목적 야망가는 아니지만, 긴 시간 배우로 지내왔던 강훈에게도 야망이 있다고. 그는 "제게 한가지 야망이 있다면, 연기를 쉬는 순간도 많았고 하는 순간도 많았는데, 계속해서 쉬지않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가늘고 길게 가고 싶은 것이 저의 야망인 것 같다. 갑자기 확 올라가서 스타가 되고 싶은 야망보다는 천천히 산을 오르듯,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이 저의 야망"이라고 밝혔다.

2009년 단편영화 '고리'로 데뷔해 여러 단편 영화와 드라마 '오피스 워치', '이런 꽃 같은 엔딩',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신입사관 구해령', '어서와', '너는 나의 봄' 등에 출연하며 12년간 배우로 활동해왔다. 최근 1년간 연기를 쉬며 조급함의 시기도 있었다고. 강훈은 "오디션을 하고 떨어졌을 때도 엄청나게 좌절하고 그랬던 기억도 있다. '언젠가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안 좋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고, 그런 것들이 내 조급함이나 불안감이 삶에 적응되며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서 그것에 대해 계속 좋게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 끝에 만난 '너는 나의 봄'과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서는 12년 여의 신인 생활을 정리하고 '배우'라는 이름으로 시청자들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강훈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항상 진심을 다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려고 했다. 제가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TV를 통해 티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기 전에 항상 '내가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이런 순간들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제가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면서 가지고 가야 할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자 강훈은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고, 연기에 항상 목말라 있다. 촬영장에서 진심을 다해 100%를 뽑으려 노력하는, 최선을 다하고 진심인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