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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풀어본 2021년 한국 게임산업

남정석 기자

입력 2021-12-26 16:41

수정 2021-12-2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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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풀어본 2021년 한국 게임산업
메타버스 플랫폼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로블록스'

올해 한국 게임산업은 역대 최대인 2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이어지면서 지난해만큼의 성장률은 아니겠지만, 2021년 역시 상당한 수혜를 입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언택트 라이프의 일상화로 인해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가상 세계, 이른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게임이 이 생태계를 이루는 주요 콘텐츠란 점에서 향후 확장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그리고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 PTE(Play to Earn·플레이를 하며 돈도 버는 게임) 등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기술과 트렌드가 게임과 적극 접목하면서 산업적인 관심과 중요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반감이 더욱 커지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변혁이 시대적 요구가 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키워드를 통해 올해 게임 산업계를 되돌아 본다.

▶신뢰 회복의 필요성

확률형 아이템은 올해도 게임산업계를 달군 '뜨거운 감자'였다. 그동안 과도한 과금을 유발한다는 게임계 내외의 숱한 비판에도 불구, 유료 및 유무료 결합 아이템은 국내 게임 콘텐츠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BM)로 자리잡고 있는데 과연 확률에 맞게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결국 불매운동 시위까지 이어지는 등 갈등이 증폭됐다.

게임이 전 국민의 71%가 즐기는 대중 콘텐츠가 되면서 정부나 정치권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회 문제까지 된 셈이다. 그동안 각종 규제의 희생양이 됐던 업계에선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적 규제까지 가능한 여러 법안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게임사부터 시작해 신작뿐 아니라 현재 서비스중인 게임들의 확률 전면 공개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결국 법적 규제가 만능이 아닌 이상 유저의 눈높이와 사회적 요구에 충족하는 '신뢰' 회복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라도 확률형 아이템을 뛰어넘을 BM을 만들어야 할 변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 2011년 시작돼 게임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강제적 셧다운제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며 폐지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초등학생들이 주로 즐기는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의 영향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사회적 이슈화 되면서 부각됐지만, 그만큼 게임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이뤄졌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향후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남겨진 과제까지 풀어내기 위해선 산업계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변혁의 시대

비대면 생활로 인해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가상 세계 구축은 더욱 빠르게 다가온 상황이다. 국내외 주요 ICT 회사들도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로블록스'나 '제페토', '더 샌드박스' 등 현재 구현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요 콘텐츠가 게임이기에 산업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

넷마블, 넥슨, 컴투스,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이 플랫폼 구축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각종 거래나 시스템 운영 등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과 NFT, 암호화폐, 거래소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에도 다양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PTE 게임이 동남아시아와 남미 등의 저소득 지역을 시작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PTE가 가능한 '미르4' 글로벌 버전을 출시해 기록적인 성과를 쓰고 있는 위메이드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자체 글로벌 플랫폼과 거래소 투자, 자체 코인 생태계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컴투스그룹 역시 변혁의 시대에 앞서 동참하면서 위메이드와 더불어 연초 대비 기업 시가총액이 5배 이상 증가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게임법의 사행성 규정에 적용돼 아직 국내에선 서비스가 불가하지만, 내년에 다양한 게임을 PTE로 만들어 글로벌에 서비스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그 성공 여부는 향후 게임산업의 패러다임까지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순간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단순히 수익성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게임 개발로 축적된 기술과 콘텐츠를 확장시켜 일상 생활까지 좌우할 플랫폼을 만든다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 강자의 대두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도 드러났듯 지난해 20% 이상의 게임산업 초 성장세에도 불구, 대면 산업인 PC방과 아케이드 게임장의 역성장은 코로나19가 초래한 양극화의 뼈아픈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신작 게임의 출시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가운데서도, 많은 개발진과 자금을 보유하면서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대형 게임사의 '축포' 뒤에는 개발 환경이 악화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중소 게임사들의 아픔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건강한 생태계 유지를 위해 업계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그동안 업계를 호령했던 '3N'의 아성을 깨는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등 신흥 강자들이 부상해 다양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다. 두 게임사는 지난해와 올해 각종 기록을 깨며 IPO에 성공했고, 특히 크래프톤은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파급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리니지M' 시리즈의 아성을 무너뜨렸고, 상장 폐지까지 몰렸던 데브시스터즈가 장수 IP를 활용해 만든 '쿠키런: 킹덤'으로 다시 중견 게임사로 급부상한 것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회사들에게 희망을 준 소식이기도 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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