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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OTT가 만드는 시장의 재편…형식·소유·장소 구분 없는 '콘텐츠 3無의 시대'

고재완 기자

입력 2021-12-07 10:54

수정 2021-12-0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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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가 만드는 시장의 재편…형식·소유·장소 구분 없는 '콘텐츠 3無의…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에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쿠팡플레이까지 MZ세대를 유혹하는 OTT만해도 10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각 가정에 있는 TV에서도 케이블채널이나 IPTV 대신 OTT를 연동해 시청하는 일이 더 잦아졌다. OTT가 영상 콘텐츠 시청의 방법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기존 관행처럼 여겨졌던 영상 콘텐츠 시장의 질서도 무너지고 있다. 아니 재편되고 있다는 표현이 옳다. 더 개별적이고 더 확장되고 더 구분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의 구분 無

전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애플TV플러스의 'Dr.브레인'을 보면 형식이나 구성은 드라마 장르다. '오징어 게임'은 9부작이고 '지옥'과 'Dr.브레인'은 6부작이다. 하지만 영화 못지않은 영상미와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연출자는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메가폰을 잡았던 황동혁 감독이다. 제작진 역시 영화 스태프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황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이라고는 하지만 '오징어 게임'을 드라마라는 장르에 묶어놓을 수 있는지는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Dr.브레인' 역시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옥'을 보면 더 그렇다. '지옥'의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이제 영화감독, 드라마 감독이라는 구분 자체가 모호해졌다. '부산행'으로 1000만 감독이 됐지만 '방법'이라는 12부작 tvN드라마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스태프들이 충무로 출신인 것은 물론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는 캐릭터별 서사를 모두 그리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방송사에서 광고수익으로 인해 선호하는 16부작은 OTT유저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시청하기에 너무 길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OTT드라마들은 8부작선에서 제작되고 있다. '정주행'하기 좋으면서도 감독들도 캐릭터별 서사를 제대로 풀어내기 가장 알맞은 길이라는 분석이다"라며 "영화스태프, 드라마 스태프라는 구분도 모호해졌다"라고 전했다.

▶장소 제약 無

CJ ENM은 지난 6일 "현대자동차그룹과 차량용 OTT 콘텐츠 서비스 제공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차량 안에서 편하게 티빙을 통해 '술꾼도시여자들'을 볼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향후 현대차그룹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tvN, OCN, Mnet 등 실시간 방송채널과 드라마, 영화, 예능 VOD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CJ ENM과 티빙,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를 위해 서비스 플랫폼 구축, 콘텐츠 서비스 제공, 플랫폼 및 콘텐츠 운영관리, 홍보, 공동 마케팅 및 프로모션, 신규 콘텐츠 서비스 제공 협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운전자의 개입이 불필요한 자율주행4~5레벨에서는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서 보는 불편함 없이 차량 안에서도 대화면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의미다.

▶소유의 구분 無

넷플릭스를 필두로 아이디 공유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가족이 아니면 한 아이디로 가입해 프로필만 다르게 해서 시청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많은 가입자의 가족 여부를 판단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데다 OTT라는 플랫폼 자체가 공유의 의미가 강해 실질적인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의 소유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당연히 방송사에서 갖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IP의 소유권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처럼 OTT에서 직접 투자한 작품이 많아지면서 OTT가 IP를 소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또 제작사들도 IP를 가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큰 자금력을 바탕으로 오로라미디어, 씨투미디어 등 제작 자회사까지 거느린 공룡 제작사 초록뱀 미디어는 이참에 제작사 연합을 만들어 IP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과거에는 IP가 채널에 귀속될 수밖에 없었고, 현재도 관행처럼 지속되고 있지만 IP는 크리에이터에게 귀속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사, OTT에 제작사까지 IP확보에 뛰어들면서 'IP전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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