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제42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놓고 충무로 최고의 배우들이 맞붙는다. 특히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한 지붕 싸움을 하게 된 배우들이 눈에 띈다. 올해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모가디슈' 김윤석(54)과 조인성(40), 웰메이드 사극 영화 '자산어보' 변요한(35)과 설경구(54)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여기에 한국 SF영화의 새 활로를 개척한 영화 '승리호'의 송중기(36)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합을 예고한다.
코로나19의 한 가운데에서도 361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모가디슈'의 중심에는 김윤석이 있었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일어나면서 고립된 남북한 공사관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에서 김윤석은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 한신성 역을 맡았다. 본국과의 통신도 끊기고 식량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를 이끌어갈 뿐만 아니라 북한 동포들의 안위까지 생각하는 인정을 갖춘 유연한 리더의 모습을 부족함 없이 연기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한신성의 모습은 김윤석의 깊고도 따뜻한 눈빛으로 완성됐다. 2008년엔 '추격자', 2018년엔 '1987'로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던 김윤석이 세번째 청룡 트로피를 노린다.
▶변요한, 청년 어부로 보여준 진정성
2000년 영화 '박하사탕'과 2002년 '공공의 적'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던 설경구가 19년만에 다시 한번 청룡 트로피를 정조준한다. 설경구는 생애 첫 사극 영화 '자산어보'에서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을 연기했다. 설경구는 천하제일의 인재로 불리던 명망 높은 학자의 진중한 모습과 먹물을 묻힌 채 바다 생물을 탐구하는 소탈한 모습을 넘나들며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특히 학자로서 일방적으로 창대에게 배움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창대를 통해 새로운 것에 눈을 뜨고 깨달음을 얻어가는 인물의 입체적인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의 이름값을 제대로 보여줬다.
▶송중기, SF에서 녹여낸 인간미
송중기가 4년만의 스크린 컴백작인 '승리호'로 남우주연상의 문을 두드린다. 2092년을 배경으로 하는 국내 최초 우주 SF 영화인 '승리호는'에서 송중기는 허술해 보이지만 천재적인 실력을 갖춘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조종사 김태호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전직 UTS 기동대 에이스였지만 임무에 회의를 느끼며 각성한 후 한순간에 꼭대기에서 바닥에 떨어졌다가, 또 다시 인간형로봇 도로시를 만난 후 삶의 이유를 찾아가며 변화하는 복합적인 캐릭터의 감정을 SF라는 장르에도 잘 어울리도록 이물감 없이 표현했다. 극중 송중기의 이런 내적 변화는 '승리호'가 SF영화임에도 따뜻한 인간미를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키 포인트였다.
▶조인성,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의 매력
'더 킹' '안시성'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을 보증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조인성이 '모가디슈'로 첫번째 청룡 트로피를 노린다. 조인성은 '모가디슈'에서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의 강대진 참사관 역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대사관 직원들을 견제하면서도, 협조해야 할 때를 아는 눈치 빠른 강대진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모두가 우왕좌왕 하고 있을 때 날카로운 판단력으로 고립 상황에서 안전을 도모하고, 불꽃 같은 추진력으로 탈출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며 영화의 활기와 긴장감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안기부라는 권력을 등에 업고 허세를 부리면서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진한 인간미를 가진 캐릭터의 매력이 조인성을 통해 100% 발휘됐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