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인터뷰 종합]"생활연기 두러웠다"…'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최상의 코미디를 위한 고민

이승미 기자

입력 2021-11-05 11:25

수정 2021-11-05 12:33

more
"생활연기 두러웠다"…'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최상의 코미디를 위한 고…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공감의 코미디. 류승룡(51)이 보여주는 코미디 연기의 핵심이다.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 '장르만 로맨스'(조은지 감독, ㈜비리프 제작). 극중 주인공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 역을 맡은 류승룡이 5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무려 전국 관객 1626만명을 웃긴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데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으로 악랄하고 탐욕스러운 빌런 조학주를 맡아 180도 다른 무게감 있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믿고 보는 배우 류승룡. '극한직업' 이후 2년만에 영화 '장르만 로맨스'로 스크린으로 다시 돌아온 그가 '극한직업'과는 또 다른 짠하고도 귀여운 코미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나선다.

'장르만 로맨스'에서 류승룡이 연기하는 김현은 전 국민이 아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내놓은 이후 무려 7년째 슬럼프를 겪는 중인 작가다. 원고 마감 날짜는 다가오는데 글은 마음처럼 써지지 않아 답답해 하던 그는 우연히 천재 작가 지망생 유진(무진성)의 놀라운 습작 소설을 보고, 그에게 공동 집필을 제안한다.천만영화 '극한직업' 이후 선보이는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은 부담감에 대해 묻자 "'장르만 로맨스'는 '극한직업' 전에 선택을 한 시나리오"라며 "'극한직업' 촬영 때 팀워크가 정말 좋았고, 촬영하는 내내 행복하게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개봉 이후의 일은 사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영화를 찍을 때 우리가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 뿐이다"고 전했다.

이어 '장르만 로맨스'를 택한 이유에 대해 "이 영화는 여러명의 캐릭터가 나오기 때문에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또 굉장히 독특하고 공감도 되는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보고 여러 상상을 하게 됐는데 시나리오를 덮으니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읽으면서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 작품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영화의 핵심인 '공감'에 대해서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피하고 싶어도 우리 모두가 관계 속에 살 수 밖에 없지 않나. 사회 속에서 누군가와 늘 만나서 관계를 하게 되는데 그러는 과정 속에서 받는 상처들, 이해 관계가 다른 것에 대한 인정,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고 인정해야하는 것들, 그런 톱니바퀴 같이 얽히고 얽힌 것들이 영화가 너무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안에는 코미디도 있고 비극도 있고 재난도 있고 누와르도 있고 다 있는 것 같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장르로 잘 표현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장르만 로맨스'를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방점이라고 표현했던 류승룡. 최상의 표현의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그 전에는 제가 쎈 영화를 많이 하지 않았나. 주변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를 많이 했었다 보니까 오히려 생활밀착형, 우리 옆에 있는 것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두렵기도 하고 갈급함이 있었다"라며 "그런 면에서 조은지 배우는 배우로서 정말 그런 연기를 정말 잘하지 않나. 감독님으로서 조은지 감독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난 이런 연기가 아킬레스건이고 두렵다. 그랬더니 자기가 이번 작품을 통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더라. 실제로 제가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 음표로 친다면 예전에는 저는 도는 도, 레는 레, 그렇게 정음만 냈었다면 조은지 감독을 만나고 나서 샵과 플랫을 붙이고 점점 느리게 혹은 점점 빠르게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줬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내 조은지 감독에 대한 엄청난 애정과 신뢰를 드러낸 류승룡은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는 조은지 감독과 작업을 '딱 들어 맞는 주파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류승룡은 "배우는 양질의 스트레스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잘 안풀리는 장면들을 촬영하기 전날에는 잠도 잘 자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 현장에 가면 감독님이 똑같은 고민을 밤새 했더라. 그리고는 그 고민에 대한 솔루션을 줄 때가 있다. 그때 정말 소름이 끼친다. 그럴 때 마다 정말 깜짝 깜짝 놀랐다. 감독님이 시나리오 안에 온전히 젖어 있고 쏙 들어와 있구나 싶더라. 그리고 배우의 입장으로 본인이 다 해보는 구나 싶었다. 그래서 더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그리고는 "사실 조은지 감독님이 시사회가 끝나고 펑펑 울었다. 여러가지 감회가 밀려오는 것 같더라. 감독님은 선장으로서 바싹 마른 그 몸에 엄청난 짐을 지고 묵묵히 잘 항해를 잘 해나간 것 같다. 그래서 기자분들이 '잘 봤다'는 말에 와르르 무너지며서 눈물을 보인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극중 전 와이프, 친구, 아들 등 여러 인물들과 다양한 케미를 선보이는 류승룡.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김현에게 사랑을 느끼는 젊은 남자 작가 지망생 유진과의 케미다. 유진 역의 신예 무진성은 영화에 몰입하기 위해서 영화 촬영 내내 류승룡의 사진을 휴대폰 프로필 사진으로도 지정해 놨다는 사실을 제작보고회에서 전한 바 있다. 류승룡은 그런 무진성을 보고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도 극중 현과 비슷한 리액션을 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저도 학교 다닐 때 그런 매소드 연기를 많이 했었다. '거룩한 계보' 할 때는 익산 교소도 세트장에서 잔 적도 있다. 사형수 역할이라서 감독 체험을 하고 싶었다. 매니저를 보내고 혼자 자다가 너무 무서워서 다시 숙소 가서 자고 그랬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그리고는 "현이 극중에서 유진을 보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저도 무진성을 보고 그랬다. 밤 마다 '잘자요' 라고 카톡하고 빨간 하트 다섯개씩 보내고 그러는데 그런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이더라. 현장에서도 경직되지 않더라. 제가 친해지려고 가볍게 구박하기도 하고 스킨십도 많이하려고 했다"며 미소지었다.

배우라는 예술가로서 극중 성공 이후 슬럼프를 겪는 소설가 현의 모습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는 류승룡은 "건강하려고 운동하려는 사람하고 운동이 직업인 선수분들은 다르지 않나. 그런 것처럼 현이라는 인물이 글이 좋아서 썼던 글이 큰 공감을 얻어낸 건데, 양육비와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글을 쓰려다 보니 잘 쓰지 못한다. 그래서 슬럼프에 정체 돼 있는 인물이다. 배우로서도 그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저 또한 남편이고 아들이고 사위이고 아빠이고 사회인인데, 가장으로서 삶의 구성원으로 짊어 지고 있지 않나. 그런데 영화라는 게 자본주의사회에서 숫자로 표현되고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신도 없게 되고 의기소침해지고 눈치를 보게 된다. 괜찮아 잘하자 잘하자 하지만 움추려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라며 "그럴 땐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려고 하고 많이 걸으려고 한다. 집이 아닌 제주 올레나 지리산 둘레길, 인제 천리길 등에 틈날 때 마다 가서 걸으면서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그게 일종의 슬럼프 극복 비법인 것 같다. 그렇게 걷고 와서 우리 아이들과 아내를 본다. 저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엔진인 것 같다"며 웃었다.한편, '장르만 로맨스'는 단편 영화 '2박 3일'로 2017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능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배우 조은지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류승룡, 김희원, 오나라, 이유영, 성유빈, 무진성이 출연한다. 오는 17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soun.com, 사진 제공=NEW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