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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진주 PD "엑스들 미련, 예상 못했죠"..드라마 넘는 '환승연애' 매력(종합)

문지연 기자

입력 2021-08-27 15:17

수정 2021-08-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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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주 PD "엑스들 미련, 예상 못했죠"..드라마 넘는 '환승연애' …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OTT플랫폼 티빙의 효자 예능프로그램인 '환승연애'는 실제 연애를 했다가 헤어진 커플들이 다수 등장해 서로의 엑스(X 전연인)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음을 나누고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담아낸 프로그램. 이미 헤어졌던 커플들이 '환승연애'를 계기로 합숙하며 엑스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데이트를 즐기는 한편, 엑스에 대한 관심을 끌어간다는 점 역시 '환승연애'가 몰입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새로운 사랑을 향한 설렘이 커질수록 전 연인과의 긴장감도 높아진다는 점이 바로 '환승연애' 만이 가진 포인트. 서로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티빙 사옥에서 만난 이진주 PD는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높아지는 만큼 밝은 미소로 등장했다. 이 PD는 "힘들기는 하지만, 잘 되니 기분이 좋고,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에 성과도 있고 반응도 있으니 신나게 하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환승연애'는 다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과는 확연히 다른 포인트를 가진 프로그램. '환승'이라는 단어가 섞이며 비난의 요소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 PD는 차별화된 포인트를 강조했다. "지나간 연애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전 연인과의 연애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서, 다음 연애를 잘 할 것인지를 보여줄지, 그 장치를 넣을 고민을 많이 했다. 헤어진 친구들을 집어 넣어서, 어떻게 지난 연애를 돌아보게 만들지 고민했고, 전 연인과 갔던 장소를 떠올리게 하거나, 뭐가 좋았는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단지 헤어진 연인들을 모아두는 것만으로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웠던 바. 제작진은 엑스의 존재를 극대화할 여러 장치를 추가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웠다. 이 PD는 "주력한 것은 '채팅룸' 시스템이었다. 나의 연인에 대해 관심을 가진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를 흥미롭게 봤다. 또 하루 일과를 마치며 출연자들이 서로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도 모여서 함께 봐주기를 원했다. 뿐만 아니라 '엑스가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넣은 것도, 엑스의 존재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포인트에서 시작했다. 연애 프로그램에서 공식화된 것들은 다 엑스로 집어넣으려고 해서 만들었던 것"이라며 "실제 제작진끼리 시뮬레이션까지 해보면서 '이 장치가 힘을 얻을 수 있겠다' 싶어서 넣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의외의 그림들도 완성됐다. '환승연애' 내에 등장하는 모든 엑스 커플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 초반 기획을 하며 "서로에게 미련없어 보이는 커플들을 섭외하려 했다"던 이 PD의 말과는 달리 방송 내에서는 서로에 대한 미련이 남은 커플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불렀다. 그중 선호민-김보현 커플은 방송 중 눈물까지 쏟으며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게다가 곽민재-이코코 커플은 오래 전 헤어진 하이틴 커플의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로 하여금 '재결합이 시급'하다는 반응도 받았다.

이 PD는 "만약에 서로에게 쿨하게 갔다면, 또 다른 매력이 있었을 수 있지만, 다양한 변주를 줬다"며 "호민과 보현의 카페 장면이 가장 유입이 많았다고도 생각한다. 또 현장에서 보지 못했던 호민의 눈물 장면을 편집할 때는 실제로 슬프기도 했다"고 했다. 또 "코코와 민재도 함께한 모습들이 좋았다. 어떻게 그런 컷이 나왔는지 저도 신기할 정도인데, 그 분들이 그냥 미국에서 예쁘게 사귀고 헤어진 지 오래된 커플인 줄만 알았는데, 가족에 대한 사연을 가진 사이인 줄도 몰랐었다. 그 내용들이 프로그램에 차별화를 준 거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입이 많아지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이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도 외면할 수는 없다. 일부 출연자들에게 악플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 PD는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는 분들은 다들 좋은 분이다. 애초에 나쁜 사람을 이 라인업에 넣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정권씨는 제가 느끼기에 자기 포장을 잘 못하고, 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반에 너무 많은 욕을 먹더라. 1회에서 순애보 같았던 친구가 빨리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을 했고, 인터뷰에서도 '마음의 변화가 무엇 ??문이냐'고 물었을 때, 그걸 그럴 듯하게 말할 수 있음에도 '그냥 제가 변한 거 같아요'라고만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본 이 사람의 좋은 면, 높게 평가한 부분을 붙이려 노력했다. 프로그램 유튜브 댓글과 출연진들의 인스타그램 댓글도 일부러 막았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인식을 할 수밖에 없고, 신경을 쓰게 되더라. 또 출연자가 욕을 먹으면 제가 다 떨리고, 보실 거 같아서 걱정이 많다"고 했다.

티빙의 경우 '환승연애'의 조회수를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높은 화제성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이견이 없는 현실. 6월 26일 1회가 공개된 이후 한 달 만인 7월 29일 풀버전을 포함한 43개의 클립에서 누적 조회수 1052만4867회를 돌파하는 등 화제성을 높였다. 여기에 출연진들의 인스타그램 등 SNS도 연일 성황이다. 유튜브 구독자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인스타그램 팔로워 역시 배로 상승하는 등 출연진 개개인을 향한 관심도 높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환승연애' 만의 장점이다. 이 PD는 "그런 반응을 들으면 뿌듯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팀이지만, 재미라는 것이 웃기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팀이지만, 계속 빠져들어 보게 할 만한 영상을 만들고, 그걸 이 프로그램의 목표로 하자고 했다. 아무래도 연애와 관련되다 보니 저희가 자막을 기본 상황과 말에만 달고 있는데, 자막으로 장난을 칠 수도 있겠지만, 그걸 최소화하고 욕심을 내려놨다. 그게 좀 더 예능보다 드라마적인 요소로 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주변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이 PD는 "수치에서는 비교 대상이 없지만,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인 중에서도 업계에 있는 분들이 재미있다고 해주실 때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명한 선배나 존경하는 선배들도 연락을 주셔서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환승연애'는 이제 중반부를 지난 상황. 후반부로 향하는 이때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으로 올라가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이 PD는 "저희가 이제 제주도에 간 모습이 등장하는데, 그동안은 출연자들이 하루종일 붙어 있지 못했다면, 제주도에서는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며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빈 부분을 조금씩 메우지 않을까 싶다. 접점이 많아지다 보니 지금보다 더 서로의 감정을 정확히 알게 되고, 그러면서 얘기가 풍부해질 거라고 예상한다"며 "그냥 보통의 연애, 여러 유형 중 보통의, 평범한 연애를 보여줄 거 같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진주 PD는 "의도하진 않았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저희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인지를 확립하게 됐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다양하게 장을 보고 나서 '뭘 만들까?'를 고민하게 되지 않나. 저희도 초반까지는 몰랐는데, 편집을 하면서 결말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본다. 보통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누가 누구와 커플이 될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냐. 그런데 저는 이 프로그램이 이 안에서 내면적인 성장을 하면, 커플이 되지 않더라도 해피엔딩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최종 커플이 됐다고만 해서 무조건적으로 해피엔딩이라 생각하지 않고, '저 사람은 앞으로 좋은 사랑을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가장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고, 그런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환승연애'는 매주 금요일 티빙을 통해 단독 공개 중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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