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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여름의男' 황정민과 함께라니"…'인질' 김재범, 1000:1 오디션 뚫은 대학로의 아이돌

이승미 기자

입력 2021-08-17 12:05

수정 2021-08-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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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男' 황정민과 함께라니"…'인질' 김재범, 1000:1 오디션 …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스크린에 황정민 형과 나란히 나오는 내 얼굴,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싶어요."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의 고군분투 탈출기를 그린 리얼리티 액션스릴러 영화 '인질'(필감성 감독, ㈜외유내강 제작). 극중 인질범 조직의 리더 최기완 역을 맡은 김재범(41)이 17일 오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팬레터' 등에 이어 최근작인 '아가사', '박열'까지 무대에서 늘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연기해 온 18년차 실력파 뮤지컬 배우 김재범. 그가 1000:1의 오디션 경재률을 뚫고 합류하게 된 영화 '인질'에서 톱배우 황정민과 대등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스크린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도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킬 준비를 마쳤다.

'인질'에서 김재범이 연기하는 최기완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배우 황정민을 납치한 인질범들의 리더다. 무표정한 얼굴과 냉정한 말투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만으로 인질범 조직들을 자신의 발 밑에 놓고 제 뜻대로 부린다. 앞으로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하고 살벌한 그는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그려졌던 범죄조직의 우두머리 캐릭터들과는 확실히 결을 달리한다.생애 첫 상업영화 주연작 개봉을 앞둔 김재범은 "'여름의 남자' (황)정민이 형과 함께 제 얼굴이 스크린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이다. 사실 아직까지는 현실감이 없다. 정민이 형 옆에 있는게 신기할 뿐이다"고 입을 열었다. 처음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소감을 묻자 "인질범 조직원 역할을 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친구들은 보기 전에 '어떡해! 너무 떨려' 이러면서 보더라. 저는 실감도 잘 안나고, 그냥 좋은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간 느낌으로 영화를 봤다. 그냥 스크린에 그렇게 제가 나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제 연기를 보는 건 좀 쑥쓰러운 것 같다. 다행인 건 다섯명의 빌런들이 다 적절하게 보여진 것 같더라. 역시 감독님은 다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다"며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재범을 '인질'을 가장 먼저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질'을 통해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싶다"는 그는 "부모님들은 자식 자랑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나. 예전에 아버지께서 아는 분들에게 제 자랑을 어떻게든 막 하고 싶어 하셨다. 그 분들은 제 공연을 모르시는데도 계속 제가 했던 공연 자랑을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가 알 만한 작품을 아버지께서 자랑하실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그리고는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버지가 한달전에 돌아가셔서 이번 영화를 못 보시게 됐다. 아버지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가장 안타깝다. 아버지가 아프시면서도 이번 작품에 대해 정말 기대가 크셨다. 아버지가 담배를 태우지 않는데도 폐암으로 투병을 하셨다. 올해 들어 급격히 안좋아지셨다. 개봉 날짜가 나오고 말씀 드렸는데, '내가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겠냐'고 말씀하셨던게 생각한다. 그치만 어머니가 보러가시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 '너 왜 이렇게 나쁜 놈으로 나오냐'라고 하시겠지만 좋아하실 것 같다"며 먹먹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재범은 '인질'에 합류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함께 공연을 했던 황정민이 영화사에 김재범의 오디션을 권유했고, 오디션을 거쳐 '인질'에 합류하게 된 김재범. 그는 "오디션을 봤을 때는 사실 큰 희망은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도 '꼭 붙어야지!' 이런 생각이 없었다. '최선을 다하되 큰 기대를 갖지 말자'는 마음이었다"라며 "오디션장에서 정민이 형이 오디션을 보는 배우들 같이 대사도 해주셨고 오디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떨어져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떤 역할인지 잘 몰랐는데, 나중에 역할을 보고서도 깜짝 놀랐다. 오디션을 붙고 그날이 가족의 잔칫날 같았다"고 말했다.

1000:1의 치열했던 오디션 경쟁률에 대해 언급하자 그는 "저도 1000:1이었다는 걸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대학교 이후로 이렇게 큰 경쟁률을 뚫은 건 처음이다. 오디션이 딱딱한 분위기였으면 제가 주눅이 들었을 것 같은데,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제가 해야하는 걸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극중 악의 중심에 있는 최기완이라는 인물을 구축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처음에는 대본을 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보여줘야 겠다!'고 욕심을 내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독님과 대화를 하고 나니, 이 영화는 5명의 빌런과 황정민 배우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가 모두 보여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빌런 중에서도 저와 대릭각을 세우는 염동훈(류경수)과 다르게 연기하는게 중요했다. 염동훈이 불 같고 활동적인 캐릭터라면 최기완은 얼음 같고 정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날카로운 빌런이고 흥분했다가도 금방 확 가라앉는 캐릭터라고 분석하며 접근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든 조직원을 공포에 떨게 하는 최기완 특유의 카리스에 대해 "이들 조직원들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전사(前史), 사연들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 조직원들이 교도소에서 만난 인물들인데, 그 안에서 최기완이 이들에게 어떤 잔혹성을 보여줬을거라 생각한다. '쟤는 정말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 '정말 나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인물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전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조직원의 부족한 면을 야비하게 뱀처럼 파고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뱀 같은 교활함, 지능적임 등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시사회 이후 쏟아진 호평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좋은 반응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안 좋은 반응이 있으면 심장이 두근두근 해서 넘겨버리게 되더라. 제목을 보고 내용이 안 좋을 것 같으면 안보고 그랬다"며 웃었다. "그래도 아내가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그런데 아내가 너무 나쁘고 못나게 나왔다고 좀 속상해 했다. 그런데 그건 제가 못생김을 연기한 거다. 그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라며 "아니, 사실은 못생김을 연기하려 큰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큰 성과를 얻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는 "처음에는 체격이 좀 있어보였으면 해서 살을 찌웠다. 그런데 살을 찌우니까 얼굴에서 오는 날카로움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3kg를 찌웠다가 바로 다시 뺐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김재범을 비롯한 후배들과 호흡을 위해 많은 연습과 리허설 과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황정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저는 그런 연습과정이 익숙하다. 공연할 때는 연습을 함께 하고 리딩을 많이 하니까. 정말 꽤 긴 시간동안 함께 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묻고 그랬다. 그래서 형의 얼굴이 더 익숙해졌다"라는 김재범은 "사실 형의 얼굴이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편이다. 저는 예전에 형과 공연을 오래 같이 하고 자주 봐서 익숙한데 다른 친구들은 아마 놀랐을 거다"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정말 다행인 건, 저는 극중에서 형을 (일방적으로) 때리는 신이 없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형을 때려야 했다. 저는 때리는 신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을 더했다.영화 말미 펼쳐지는 황정민과 육탄 액션신에 대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제가 1년에 한 번 정도 허리에 근육통이 크게 오는데, 그 장면 전날 불안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액션신 당일 통증이 크게 오더라. 그래서 새벽부터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고 그랬다. 영화를 보니까 다행히 티는 안나는데, 맞는 장면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할 때는 정말 고통스러워서 표정이 잘 나왔던거 같다"고 전했다.

공연계에서는 '대학로 아이돌'로 불리는 김재범. 그는 이 같은 수식어에 대해 언급하자 부끄러워 하며 "대학로 아이돌은 아니고 그냥 대학로에서 오래 연기한 배우일 뿐"이라며 "공연에 이어 이 영화는 저에게 그냥 감사한 일이다. 저를 이렇게 써줬다는게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저라는 배우를 조금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질'은 영국 에딘버러 영화제, 브라질 상파울로 영화제, 스웨덴 스톡홀름 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단편 'Room 211'(200), 부천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 초청된 '어떤 약속'(2011)을 연출한 필감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8월 18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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