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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영원한 금기는 없다…안방극장 물들이는 동성애 코드

고재완 기자

입력 2021-08-17 11:01

수정 2021-08-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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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금기는 없다…안방극장 물들이는 동성애 코드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얼마전까지만해도 동성애 코드는 안방극장에서 금기시됐다. 온가족이 보는 지상파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하지만 최근들어 동성애 코드로 시청자를 모으는 드라마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이 금기는 깨지고 있다.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1의 비극'에서는 차서영 앵커(김혜은)와 권여진 국장(백지원)의 관계가 드러나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카메라가 설치된 호텔방에서 차서영과 권여진이 만났고, 차서영은 권여진에게 프라임 시간대 방송을 요구했다. 또 차서영이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라고 하자 권여진은 "난 너에게 진심이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동성애 코드가 이야기 진행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 것.

SBS 아침드라마 '아모르 파티-사랑하라, 지금'(이하 아모르 파티)에서도 동성애 코드가 등장했다. '아모르 파티'는 전형적인 아침 통속극이다. 순종적인 재벌가 며느리가 악녀와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도연희(최정윤)의 딸 장서우(장유빈)는 오랜 연인이었던 서형진(홍준기)과 결혼 전 하룻밤을 보내고 임신을 한다. 하지만 결혼 직전 서형진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결혼이 무산된다. 결국 장서우는 출산을 결심했지만 결혼은 강요하지 않는다. 이 스토리라인은 뻔한 이야기의 연속인 '아모르 파티'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메시지를 담은 부분으로 평가 받고 있다.

MZ세대에게 호평받고 있는 JTBC 토요드라마 '알고있지만'에서도 동성애 코드는 주요 스토리다. 윤솔(이호정)과 서지완(윤서아)은 초반부터 단짝 친구로 묘사됐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구 이상의 감정이 있음을 드러냈다. 결국 최근 방송에서 술취한 서지완은 윤솔에게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나만 좋아해라, 제발"이라며 눈물을 글썽였고, 결국 윤솔도 "난 너 좋아해. 친구로서 말고"라고 고백했다. 서지완은 "아무 감정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더는 나도 잘 모르겠다"라며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감정을 표현했다.

동명의 웹툰으로 드라마화한 작품이지만 이 캐릭터들은 드라마에만 등장하는 인물들로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지난 6월 종영한 tvN '마인'에서도 동성애는 극의 중요한 장치였다. 재벌가 맏며느리 정서현(김서형)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다 결국 당당히 남편에게까지 그 사실을 밝히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예전 같았으면 꽤 논란이 됐을 소재이지만 '마인'에서는 여성들의 연대라는 주제와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스며들었다.

이제 동성애 코드는 드라마에서 극의 흥미를 주는 주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거부감은 그만큼 낮아졌고 이해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흥미거리로만 활용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공론화하는 진지한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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