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두번째로 큰 공모 규모를 자랑하며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녔던 크래프톤이었지만, 상장 단계 초기부터 제기된 높은 공모가에다 하필 이 시기에 터진 중국발 게임 시장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전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4일 마감된 크래프톤의 일반공모 통합 경쟁률은 고작 7.79대1에 머물렀다. 청약 증거금 역시 5조원을 간신히 넘은 5조 358억원에 불과했다.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이 그나마 가장 높은 9.5대1을 기록했고,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경쟁률은 각각 6.88대1과 6.72대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진행된 스몰캡 종목인 원티드랩이 크래프톤의 공모 물량에 0.5%에 불과했음에도 불구, 더 많은 5조 5290억원의 증거금을 모은 것과 직접 비교되면서 'IPO 대어'로서의 체면까지 구기게 됐다.
금융감독원의 지적에 비교기업까지 교체해가며 10% 이상 공모가를 낮췄지만, 크래프톤의 비전 제시에도 불구하고 49만 8000원이라는 공모가를 일반 투자자들이 납득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이날 장외시장에서 크래프톤의 주가가 48만 5000원으로 전날에 비해 5만원 하락, 공모가를 밑돈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인 텐센트에 불어닥친 악재도 컸다. 중국 당국이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비롯해 자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단속에 들어간데다, 하필 이날 중국 관영매체가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 몰아세우면서 텐센트의 주가가 6% 이상 폭락하는 등 시장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크래프톤이 투자 설명서에서도 언급했듯 중국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겐 청약을 주저하게 만든 요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