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이슈]MBC 올림픽 막장 자막, 박성제 사장 뒤늦은 사과

이승미 기자

입력 2021-07-26 15:42

수정 2021-07-26 16:08

more
MBC 올림픽 막장 자막, 박성제 사장 뒤늦은 사과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MBC 박성제 사장이 도쿄올림픽 중계와 관련된 논란으로 인한 '전례없는 국가망신'에 대해 뒤늦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박성제 사장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올림픽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 사장은 "MBC는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 지구촌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 올림픽 중계를 하던 중 각국을 소개하던 과정에서 과도한 자막과 상대국에 대한 경솔한 자막도 사용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와 실망하신 시청자 여려분께 MBC 최고 콘텐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문을 읽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지난 4일은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했던 시간이었다"며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또 책임을 지겠다. 내부 심의 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며 대대적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콘텐츠를 제작할 때 문화적 다양성, 인권 평등을 인식하도록 전사적으로 의식 개선을 하겠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저희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박 사장은 이번 논란이 'MBC 내부 데스킹 시스템에 의한 것이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MBC 조직 개편을 하면서 변화가 있긴 했으나 조직 개편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사나 계열사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적 문제가 아닌 올림픽 정신과 참가국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규범의 문제"라며 "1차적인 정밀 조사를 해서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 저희가 실수를 범한 나라들의 대사관에 사과의 말을 전했다. 대부분의 대사관 직원이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중이기 때문에 메일로 보냈다. 다만 아이티 대사관은 국내에서 이미 철수했기 때문에 아직 사과말을 전달하지 못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외신들에게도 추후 사과문과 사과 영상을 전달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는 25일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한국과 루마니아 중계 과정에서 루마니아의 대표팀 수비수 마리우스 마린이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조롱섞인 자막을 달아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당 중계 이후 루마니아축구협회는 공식 SNS 계정에 "한국 공영 방송 MBC가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메시지로 마리우스 마린의 부끄러운 순간(monent of shame)을 조롱했다"는 글을 올리며 MBC의 무례한 중계 자막을 지적하기도 했다.해당 중계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으면서 MBC 측은 26일 오전 언론사에 'MBC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예선, 루마니아전 4-0 완승! MBC, 전국·수도권·2049 모두 시청률 1위'라는 제목의 자화자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더욱 여론이 악화되자 급작스럽게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열게 된 것이다.

MBC는 루마니아전 뿐만 아니라 23일 진행된 개회식 중계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나라의 선수단이 입장할 때 국가 설명란에 부적절한 사진과 설명을 삽입한 것.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국가 설명란에 1986년 구소련 시절 원전 폭발 사고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난 비극의 현장인 체르노빌 발전소 사진을 띄우는가 하면, 아이티 선수단 설명란에는 현지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란 문구를 삽입한 것. 노르웨이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연어 사진을, 루마니아 선수단 입장시에는 드라큘라 사진을, 사모아 선수단에는 사모아 출인 배우인 드웨인 존슨 사진을 쓰는가하면, 스웨덴 선수단에는 '복지 선진국'이라는 문구 대신 '복지 선지국'이라는 오타까지 냈다.

논란이 심화되자 MBC는 24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올림픽 중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MBC의 사과에도 시청자들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넘어 "나라 망신"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MBC가 우리 국민에게 국제적 비난을 떠안겼다"며 MBC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MBC 중계 시청 보이콧 움직임이 시작됐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은 MBC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국내 시청자의 비난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MBC의 이같은 보도는 SNS를 타고 외국 네티즌에게 빠르게 퍼져나갔고, 미국의 CNN, 영국의 가디언, 프랑스의 프랑스24, 호주의 7뉴스, 일본의 닛칸스포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해외 언론들은 MBC에 대해 무례하고(disrespectful), 모욕적이고(offensive), 기괴한(bizarre) 보도라며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