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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루마니아전 자막 사과 없이 시청률 자화자찬…MBC의 무례함, 또 한번의 나라망신

이승미 기자

입력 2021-07-26 09:53

수정 2021-07-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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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전 자막 사과 없이 시청률 자화자찬…MBC의 무례함, 또 한번의 …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개막식에 이어서 축구 예선전까지, MBC가 무례하고 도를 넘은 자막으로 또 비난의 중심에 섰다.



MBC는 25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한국과 루마니아 중계 과정에서 부적절한 자막을 달아 '또'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반 27분 루마니아의 대표팀 수비수 마리우스 마린이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단 것. 상대팀을 조롱하는 MBC의 이런 자막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는 올림픽 정신과는 한참을 동떨어진 모양새다.

해당 중계 이후 MBC를 향한 시청자의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루마니아축구협회는 공식 SNS 계정에 "한국 공영 방송 MBC가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메시지로 마리우스 마린의 부끄러운 순간(monent of shame)을 조롱했다"는 글을 올리며 MBC의 무례한 중계 자막을 지적했다.

해당 중계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으면서 MBC 측은 26일 오전 언론사에 'MBC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예선, 루마니아전 4-0 완승! MBC, 전국·수도권·2049 모두 시청률 1위'라는 제목의 자화자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책골과 관련된 자막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으면서 이번 축구 경기에 대한 시청률에 대해 "지상파 방송 3사 중 MBC가 가장 높았다. MBC는 전국 시청률 13.9%, 수도권 시청률 14.7%, 2049시청률 7.6%를 기록하며 모두 1위를 차지했다"고만 자랑했다.MBC의 무례하고 부적절한 올림픽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3일 진행된 개막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국가 설명란에 1986년 구소련 시절 원전 폭발 사고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난 비극의 현장인 체르노빌 발전소 사진을 띄우는가 하면, 엘살바도르 선수단이 입장하자 최근 법정통화로 지정한 비트코인 이미지를, 아이티 선수단 설명란에는 현지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란 문구를 삽입했다. 마셜제도 선수단 설명란에는 '한 때 미국의 핵 실험장'이라는 문구를 붙였고 아프가니스탄은 양귀비 운반 사진을, 시리아에는 '10년간 이어진 내전'이란 문구를 삽입하며 해당 국가의 가슴 아픈 역사 혹은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세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림픽이라는 국제 스포츠 행사와 동떨어진 수준 낮은 유치한 설명도 이어졌다. 노르웨이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연어 사진을, 루마니아 선수단 입장시에는 드라큘라 사진을, 사모아 선수단에는 사모아 출인 배우인 드웨인 존슨 사진을 쓰는가하면, 스웨덴 선수단에는 '복지 선진국'이라는 문구 대신 '복지 선지국'이라는 오타까지 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넘어 "나라 망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MBC가 우리 국민에게 국제적 비난을 떠안겼다"며 MBC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MBC 중계 시청 보이콧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은 MBC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중징계를 요구했다.물론 국내 시청자의 비난만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MBC의 이같은 보도는 SNS를 타고 외국 네티즌에게 빠르게 퍼져나갔고, 미국의 CNN, 영국의 가디언, 프랑스의 프랑스24, 호주의 7뉴스, 일본의 닛칸스포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해외 각국의 언론들은 MBC에 대해 무례하고(disrespectful), 모욕적이고(offensive), 기괴한(bizarre) 보도라고 입을 모았다.

논란이 심화되자 MBC 측은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고 사과했다. MBC노동조합(3노조)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영방송이 국민의 재산으로 나라 망신을 시켰다. 재발 방지를 위해 실무자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책임 있는 사람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간에는 MBC의 이런 비상싱적인 중계 보도가 올해 2월 스포츠국의 조직개편으로 인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스포츠국 상당수 인력과 중계 및 제작 기능 일부를 자회사인 MBC플러스로 옮기면서 대형 스포츠 이벤트 프로그램을 제작해 본 제작진이 부족해 발생한 문제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문제의 개막식 자막과 사진 설명은 외주가 아닌 내부 인력인 제작한 것이긴 하나, 스포츠 중계 관련 베테랑 제작진은 대부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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