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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더할나위 없는 夏영화"…류승완 귀환X김윤석 노련미X조인성 패기 집약된 '모가디슈'(종합)

조지영 기자

입력 2021-07-23 13:41

수정 2021-07-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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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할나위 없는 夏영화"…류승완 귀환X김윤석 노련미X조인성 패기 집약된…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더할 나위 없는 여름 영화의 탄생이다. 광활한 아프리카 모가디슈의 이국적인 풍광부터 완벽한 빈틈없이 맞아떨어진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용기의 메시지까지. 군더더기 없이 삼박자 균형을 완벽히 이뤄낸 절치부심 류승완 감독의 여름 대작이 등판했다.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살릴 올여름 히든카드로 손색이 없다.



올여름 첫 번째 국내 텐트폴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액션 영화 '모가디슈'(류승완 감독, 덱스터스튜디오·외유내강 제작)가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건 탈출을 그린 작품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판 블록버스터가 전멸한 극장가에 용기를 내 간판을 내건 야심작이다.

'모가디슈'의 이야기는 이렇다. 한국이 아직 UN 회원국에 가입하지 못했던 시기인 1991년,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세계화를 부르짖던 때 국제 사회에 인정받기 위해 UN 가입을 시도했고 UN 회원국의 투표권 중 가장 중요했던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한국과 북한이 각각 외교 총력전을 펼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당시 북한은 한국보다 먼저 아프리카 국가들과 외교를 시작해 소말리아에서 외교적 우세를 보였고 반면 한국은 뒤늦게 외교에 나서 열세한 외교 상황을 사실적으로 또 재치있게 그려냈다. 먼 타지 모가디슈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한국을 홍보하는 그들의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영화 중반부터 바레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소말리아 내에 들불처럼 내전이 번지기 시작, 한국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은 위기를 맞게 된다. 한국으로의 연락망이 단절된 것은 물론 기본적인 자원까지 끊기며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은 것. 더욱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남한 대사관에 구조를 요청하면서 국가와 이념을 뛰어넘는 극한 생존의 탈출이 시작된다.

▶ 모로코 올로케이션이 주는 낯섦의 신선함

'모가디슈'는 여름 텐트폴에 등판한 장르 영화의 모든 미덕을 갖췄다. 화려한 스케일, 명배우들의 앙상블, 뜨거운 메시지까지 완벽히 대열을 갖추고 관객의 마음에 차근차근 깃발을 내리꽂는다. 특히 오프닝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압도적인 풍광은 관객을 단번에 몰입하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아프리카 사막이 주는 특유의 건조함과 이런 작열하는 태양 아래 비리 정부 속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모가디슈의 사람들, 그리고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국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사관 사람들은 모두 낯선 모가디슈 안에 완벽히 녹아있다.

'모가디슈' 제작진은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돼 촬영이 불가한 소말리아 모가디슈 대신 모가디슈의 배경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아프리카 모로코의 도시 에사우이라에서 100% 올로케이션을 진행했다. 이러한 제작진의 노고는 '모가디슈'가 그려낸 90년대 시대상을 고스란히 표현하며 극강의 리얼리티를 선사했다. 관객을 121분 동안 1991년 12월 30일 그날로 빠져들게 만드는 '모가디슈'의 힘이다.

▶ 김윤석X허진호X조인성X구교환이 완성한 쿼트러플 플레이

'모가디슈'의 두 번째 미덕은 두말하면 입 아픈 충무로 연기 신(神)들의 앙상블이다.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과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관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모가디슈'는 오랜만에 극장에서 선보이는 멀티캐스팅 작품이다. 한국 대사관의 대사 한신성을 연기한 김윤석, 한국 대사관 참사관 강대진을 연기한 조인성과 북한 대사 림용수을 연기한 허준호, 북한 대사관 참사관 태준기를 연기한 구교환 등 4명의 주요 캐릭터가 '모가디슈'의 중심을 잡는다.

특히 김윤석은 전작에서 보여준 강렬하고 카리스마 가득한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인간미로 뭉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왼손잡이지만 정부의 눈치에 왼손잡이임을 밝히지 못하고 양손잡이로 살아가야 하는 인물을 유들유들하게 소화했다. 또 이러한 김윤석과 티키타카를 펼친 허준호 역시 그동안 보였던 서늘함과 강인함을 풀고 대사관의 리더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충무로의 대표 강자들의 만남은 의외의 케미를 선보이며 시너지를 발휘한다.

반면 안기부 출신 강대진을 연기한 조인성은 앞선 두 캐릭터와 상반된 다혈질에 저돌적인 인물로 색다른 변신을 꾀했다. '모가디슈'의 소소한 유머를 책임진 그는 그동안 타이틀롤이라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덜고 좀 더 자유롭게 유영한다.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가뿐하게 날아오른 조인성은 비주얼보다 연기력으로 '모가디슈'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조인성과 날 선 대립각을 세운 태준기 역의 구교환도 인상적이다. 영화 '반도'(20, 연상호 감독)에서 선보인 서대위의 매운맛 격인 태준기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밖에 한국 대사관 대사 부인 김명희 역의 김소진,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 서기관 공수철 역의 정만식,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 사무원 조수진 역의 김재화,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 사무원 박지은 역의 박경혜까지 '모가디슈'의 배우들 모두 부족하지도 더하지도 않는 완벽한 호흡으로 최적화된 앙상블을 과시했다.

▶ '장르 장인' 류승완 감독, 완벽한 귀환

'부당거래'(10) '베를린'(13) '베테랑'(15) 등 틀에 갇히지 않는 장르의 신선한 발상과 사회를 관통하는 확고한 시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장면 탄생까지 충무로 '장르 킹'으로 등극한 류승완 감독. '모가디슈'는 그의 11번째 연출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고 마침내 뚜껑을 연 '모가디슈'는 '역시 류승완'이라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연출의 미학이 돋보인 작품이다.

'모가디슈'는 '군함도'(17)에 이어 선보이는 류승완 표 탈출극이다. 다만 '군함도'와 전혀 다른, 진화된 탈출극으로 여름 극장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군함도' 당시 독과점, 역사 논란 등 예상치 못한 논란들로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류승완 감독은 전작에서 보였던 오류와 실수를 통렬히 반성, 완벽에 가까운 연출력으로 '모가디슈'에 힘을 쏟았다.

실화 사건을 철저히 고증했고 여기에 류승완 감독의 번뜩이는 상상력이 더해져 '모가디슈'만의 장르적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베를린' 당시 불거진 북한말 대사 논란도 자막을 입혀 친절한 연출의 끝을 보였고 무엇보다 모두가 우려한 신파, 국뽕을 영리하게 피하는 데 성공했다. 억지 감동을 버리고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보는 이들의 마음속 파동을 일으킨다.

'베테랑'으로 연출 정점을 찍은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로 완벽히 재기했고 또 더욱 무섭게 귀환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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